수능을 보고 대학에만 들어가면 모든 게 끝날 줄만 알았던 열아홉 살. 대학에 들어와서 갑자기 들이닥친 자유에 어쩔 줄 몰라 방황했던 스무 살. 이제 나는 인생에 짧은 혀를 간신히 담근 스물한 살이 되어간다. 스무 살 때는 깨닫지 못했던 생각들,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하나둘씩 알아가면서 나는 성장한다. 여민이가 아홉 살 인생을 견디고 열 살이 된 것처럼.
아홉 살 인생을 다 읽고 내 인생에 대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진짜 인생을 설계해야하는 고등학교 시절에는 '공부만 해!', '일단 좋은 대학교에 합격해, 그럼 길은 보장돼있어!' 라는 말에 치여 정말 공부만 했다. 그렇게 대학생이 되었는데 이제는 알아서 살라며 나 몰라라 자유 아닌 자유를 던져준다. 내가 주위 말에 휩쓸려 살아온 것도 잘못은 있지만, 갑자기 주여진 자유와 선택권에 나는 혼란스러웠다. '대학만 가면 다 알 수 있다며? 나는 하나도 모르겠어. 더 어렵고 힘들어.' 그렇게 대학교에서의 일 년을 무의미하게 보낸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큰 시험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는 더 혼란스러움을 겪고 있다. '시험 본다고 다 말했는데 떨어지면 어떡하지?'하는 두려움. 공부에 대한 어려움. 이려면 어쩌지? 저려면 어쩌지? 하는 걱정과 몽상만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나에게 여민이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슬픔과 고통도 피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회피하려 들 때 도리어 더욱 커지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나도 시험 준비를 하는 걸 피하지 않을 거다. 당당하게 맞서 공부하고 시험을 볼 것이며 합격할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내 인생에 또 다른 길이 열리지 않겠는가. 나는 이제 그 길을 향해 갈 것이다. 여민이가 당당하게 학교에 간 것처럼 말이다. 또한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 지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을 거다. 그들이 나의 인생을 살아주는 것도 책임져 주는 것도 아닌데 그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뭐가 있을까. 실패하면 다시 도전하면 된다. 실패의 원인을 파악해 고쳐 더욱 단단해져 다시 도전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마침내 성공할 것이고 내 인생은 온전히 나의 것이 되어 나를 빛내 줄 것이다.
스무 살이 끝났다고 해서 내 인생마저 끝난 것은 아니다. 인생은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 단절이 없다. 그냥 쭈욱 진행되는 과정이다. 그 과정 속에는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고, 낭만도 있고, 고통도 있고, 욕망도 있고, 좌절도 있고, 사랑도 있고, 증오도 있다. 그러나 인생의 어느 한 측면만을 지나치게 과장해, 그것이 인생의 전부이리라 착각할 필요는 없다. 기쁨 때문에, 슬픔 때문에, 낭만 때문에, 고통 때문에, 욕망 때문에, 좌절 때문에, 사랑 때문에, 증오 때문에 또는 과거 때문에, 현재 때문에, 미래 때문에 혼자만의 울타리를 쌓으려 드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것이다. 나 또한 스무 살에 울타리를 치고 싶은 생각은 결코 없다. 내 인생은 스무 살에서 끝난 게 아니므로, 그리하여 우리는 또다시 인생이야기를 흥미진진한 목소리로 꺼낸 수 있는 것이다.
스물한 살. 내 인생은 빛나고 있고 더욱더 빛날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이 가슴속에 와 닿아, 많은 이들이 읽고 느낄 수 있도록 인용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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