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을 읽던지 제목과 그 책 처음 내용이 크게 마음을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시작부분에서 '작은 고전' 이라던가 책표지에 나온 감탄의 글들에 비해 내 마음을 한꺼번에 확하고 빼앗진 않았다. 거미가 힘들여 쳐놓은 거미줄이 바로 눈앞에 있어도 우리가 얼른 한 번에 못 알아보듯 이 책도 꼭 그랬다.
특히, 부모님을 잃은 주인공 작은나무의 상황으로 시작되는 이야기의 시작은 마음을 부담스럽게 까지 했다. 하지만 책장을 덮은 지금은 거대한 태풍 '쓰나미'가 내 마음을 휩쓸고 지나간 것 같다. 오늘 우리가 겪는 많은 문제들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넌지시 알려주면서도 그런 너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답과 함께 감동으로 마음이 요동쳤다. 꼭 기쁨만도 슬픔만도 아닌것이 자꾸 내 영혼의 마음에 할 말이 있다며 노크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소설은 주인공 '작은 나무'의 자전적 소설이라는데,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그를 사랑으로 품어주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그를 사랑하고 아껴주던 이웃들도 다 떠났는데도 난 그는 참 부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작은나무는 그가 살면서 행복할 수 있는 모든 마음의 조건들을 조부모님과 산사람으로 살면서 다 갖출 수 있었으니까. 또한 그 무엇보다도 그가 사랑받는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알고 살 수 있었으니까.
그러면서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도 했다. 암 말기의 그 힘든 시기에도 우리의 작은 노래도 춤도 전화도 인사도 미소도 혹은 투정까지도 당신의 가장 큰 즐거움인 듯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그런 기억에 가슴이 따뜻하다. 우리를 향한 그 사랑이 새록새록 다시 내 마음을 채워주었다. '작은나무도 이런 가슴 따뜻한 기억으로 살았겠지!'하는 생각에 그가 겪었을 많은 외로움과 괴로움이 예상되었지만 그는 참 행복한 삶을 살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자연에 관한 체로키식의 가르침은 정말 공감되는 것들 중 하나였다. 자연과 별개의 존재인 사람이 아니라 그 안에 하나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사람들이 머리가 끄덕여졌다.
꼭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은 절대 죽이지 않는 지혜. 거기다 책 말미에 눈이 많이 내려 혹시라도 남아있는 도토리 등을 다 없애 다음해에 더욱 튼튼하고 좋은 열매를 내는 자연의 섭리를 이야기해주는 표현들이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자세라고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스로 자신들을 더욱 강하게 키울 수 있게 두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자세라는 생각이.
또한 재미로 사냥을 하는 사냥꾼들은 자신들의 산에 자꾸 사냥감이 준다며 작은나무의 할아버지께 푸념하지만 그건 그들의 어리석은 삶의 방식 때문인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다음을 생각하지 않고 동물들을 다 사냥하니 언젠가는 그것들이 다 없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데에 나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얼마 전 방송에서 어족의 고갈등을 이야기 하던데 그것또한 그 사냥꾼들의 푸념과 같은 것이겠지 싶다.
그랬다. 우리가 가진 그러려니 하는 아니 굳어진 행동들이 사실은 우리의 먹거리를 없애고 우리의 쾌적한 환경을 우리 스스로 해치는 어리석은 행동들이었다. 다른 누군가가 아니었다. 지금 지구환경문제는 그 사냥꾼과 같은 우리들의 삶의 자세 탓인 게 분명하다.
역시 이 책에서 그만큼 큰 문제로 이야기된 게 있다면 그건 인디언에 관한 이야기 일 것 같다. 인디언들에 대한 백인들의 태도는 참 어이가 없었다. 원래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 강제이주 당하던 체로키족의 모습을 이야기한 '눈물의 여로' 부분에서는 일제강점기가 있어서 인지 가슴속에 불끈 뭔가 끌어 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보호구역 안에서 더욱 황폐화된 인디언들의 삶의 이야기는 그들이 환경을 파헤쳤듯 나 아닌 다른 이들에게 얼마나 잔인한 짓을 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하나로 나라를 세우지 못했던 인디언들의 비참한 마지막이란 정말 끔찍했다.
문화에 있어서 과연 무엇이 우월한 것인지 무슨 근거로 그러는 것인지 오히려 이 책에선 그런 자세들이 정말 어리석다는 걸 보여줬다. 앞서 환경문제도 이야기 했지만 애초에 이 백인들은 자연과도 다른 문화와도 공존을 생각하지 않는 게 큰 문제인 것 같았다. 나 혹은 내가 속한 사회와 문화 외에 다른 존재에 대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사는 지혜가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사회나 정치가는 그렇게 부정적인 인물일까? 이 책에서도 법이나 정치가는 썩 멋진 모습은 아니었다. 그런 것들이 악용되면 애써 밭을 일궈놓고도 빼앗기고 죽임까지 당한 그 농부의 가족들의 모습이 결코 책의 이야기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선한 사람들의 선한 마음과 행동이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되버리는 것, 아니 오히려 왜곡되는 것들은 도대체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또 날 좀 혼란스럽고 당황스럽게 하는 내용도 있었다. 그건 다름아닌 종교에 관한 내용이었다. 나는 교회에 다니는 기독교도다. 우리가족은 다 그렇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작은나무의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과연 신이 자신을 놓고 작은 문제들로 싸우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겠냐?"는 내용의 말씀에 편협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과 형식적인 것에 너무 억매이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도 했다. 내 마음에 계시는 하나님이 다른 사람의 비판 때문에 자리를 옮기시는 그런 분은 아니실 것이니까. 그리고 내가 가진 종교로 인해 다른 누가에게 배타적이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건 정말 다른 누군가를 기독교도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일이 될테니까 말이다. 난 이미 작은나무와 그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었으니 조심해야겠다.
고아원에서 크리스마스 이브 행사는 정말 뜨악했다. 가슴아팠다. 설마 지금도 그런 고아원 원장이나 직원들은 없겠지. 다음봉사는 그런 곳을 찾아봐서 아이들과 친구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크리스마스에 고아원을 찾은 사람들.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만족을 위한 선행이란 얼마나 나쁜지 한번 생각하게 됐다. 자신의 선행을 광고하는 것은 이미 지상에서 그 댓가를 다 받은 것이라 했다. 아무도 모르게 상대를 위한 배려를 하는 것이 진정한 선행이고 나눔이겠지.
이렇게 많은 생각들을 쏟아 부어놓고 책은 끝났다. 며칠에 걸쳐 차분히 읽고 또 읽었다. 하지만 감동 따로 편치 않은 마음이 따로 였다. 아마도 '작은나무'의 삶은 참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어린나이에 세상에 그것도 편견의 대상인 인디언 혼혈 아이가 살아갈 그 세상이 얼마나 혹독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하지만 그에게 영혼이 따뜻했던 그 날들이 없었다면 그는 정말 다만 불쌍한 사람이었겠지만 그래도 자신의 감동과 바른 삶의 자세를 나누는 책을 쓴 걸 보면 힘들었어도 좋은 이번 삶이었을 것 같다. 정말 의미있는 삶이었을 것이다. 지금 누리는 모든 것에 감사하면서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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