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앨범을 뒤적거리다가 내가 초등학교 3학년때 쓴 나의 장래희망을 발견했었다. 아나운서라고 적혀있었다. 지금도 내 꿈은 아나운서이다. 아마 내 17년 인생동안 아나운서에서 PD,PD에서 국회의원,국회의원에서 여성학자 또는 기자로 바꼈던 적도 있지만, 한 가지 확실했던 건 내 장래희망의 첫번째 혹은 두번째에는 항상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있었다는 것이다. 어릴때, 저녁을 먹고 엄마와 드라마를 보고나서 MBC뉴스데스크를 보던 기억이 난다. 9시만 되면 익숙한 배경음과 함께 "반갑습니다, 뉴스데스크 김주하입니다."라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를 들으며 아나운서의 꿈을 키워갔다. 어릴땐 단순히 막연한 꿈이었던 아나운서란 직업이, 커 갈 수록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꿈으로 더욱 선명해지고, 고1이 된 지금은 내 꿈을 향해 더욱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어서 점심시간마다 우리학교 '고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서 보는데, 우연히 김주하 아나운서가 쓴 이 책을 발견했다. 나의 우상 김주하 아나운서! 그녀가 쓴 책을 지금이라도 발견 했던 건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냥 아나운서가 발음을 똑똑하게 하고 말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깨달았던 건 아나운서에게 발음을 똑똑하게 하고 말을 잘하는 건 기본이고, 거기에 순발력과 재치가 더해져야 비로소 아나운서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튜디오 밖에서 촬영할 때엔 특히 더, 예상 밖의 돌발상황에 대비해야한다. 그리고 또, 아나운서는 그냥 정해진 대본을 읽을 줄만 알면 된다고 생각했다. 내 착각이었다. 어떤 아나운서들은 카메라 밖에서 보여주는 대본을 그냥 읽기만 하지만, 김주하 아나운서는 달랐다. 대본을 미리 읽고, 핵심 단어만 기억을 해서 머릿속에서 대사를 정리해서 말한다고 한다. 괜히 9시 뉴스가 모든 아나운서들의 꿈이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아마도, 지방에서 특히 경상도에서, 중앙 방송국 아나운서를 꿈꾼다는 건 정말 비웃을 만한 일일지도 모른다. 작년에 히트를 친 부산을 배경으로 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 서 나처럼 아나운서를 꿈꾸는 학생에서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 "하고싶은 일을 찾는 것 보다,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그 장면을 보고 '내가 허튼 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적이고 아름다운 여자의 상징, 아나운서. 내가 할 수 있을지는 정말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답을 찾았다. 할 수 있다. 뭐,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안다지만, 나에게 아나운서라는 열정이 꺼지지 않고 남아있다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HOM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