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부서별 활동인 '미디어 비평부'에서 '날아라 펭귄'이라는 영화를 봤다. 처음에 제목을 들었을 때, 혹시 애니메이션 아닌가 생각도 했다. 줄거리는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만든 영화로,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야기를 공감 할 수 있게 그려내고있다.
처음 나오는 이야기에서는 9살 승윤이의 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승윤엄마에게서 이 시대의 학부모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도 그렇고 동생, 그리고 친구들까지 거의 대부분은 어릴때부터 영어, 수학, 미술, 피아노 등 사교육을 받아왔다. 나에게 이 교육들이 도움이 되었는지 묻는다면, 나는 솔직하게 '그렇다'고 대답할 것 같다. 적어도 한국 교육과정안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들어서 크게 느끼는 점이지만 나는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많이 배우는 것은 참 좋은 것 같다. 하지만 한국 교육의 문제점은 똑같은 것을 주입시키고, 다른 생각은 하지못하게 잘라내버린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든 두번째 생각은 아이들에겐 수학문제를 잘 푸는 것보단, 인성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우쳐야 한다는 것이다. 몇년 전 한 학생이 햄스터를 믹서기에 넣어서 갈아버리는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 사건이 있었다. 과연 그 학생이 정신에 이상이 있어서 그랬을까. 실제로, 그 학생과 심리상담을 해 본 결과 놀라웠다고 한다. 항상 학교-학원-집 이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다른데 눈돌렸다가는 엄마께 혼나기 일쑤인 학생. 이 학생만의 문제는 아닌것 같다. 모든게 싫었고, 스트레스 풀 대상이 필요했는데, 마침 눈에 보인게 말 못하는 짐승이라 그 반응이 재미있어서 계속괴롭혔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학원 뭐 다닐래?'라고 묻는 것보다 '오늘 어땠어?'라고 물어주는게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주인공은 신입사원인 주훈과 미선의 이야기이다. 첫번째 승운이와 엄마의 이야기가 과거의 '나'혹은 지금의 '나'의 이야기였다면, 두번째 이야기는 10년쯤 뒤에 사회로 나갔을때의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식인에 술은 입에도 못대는 신입사원 주훈에게 선배들은 그를 유별나다고 하며 왕따를 시킨다. 그에 반해 털털한 성격으로 선배들과 잘 어울리던 미선은 몰래 복도에서 담배를 피는 것을 선배에게 들킨 이후로 선배들과 어색해진다.
내 친구중에도 채식주의자가 있었다.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서 고기를 끊겠다고 했었다. 솔직히 나는 이 친구가 부러웠다. 고기를 끊는게 보통 힘든일도 아닐테도 그 유혹을 참는것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동물보호에 관한 책을 읽을때마다 항상 다짐을 하지만, 고기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나로서는 너무 힘든 일이었다. 사회를 위해서 결심을 하고, 그걸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용기가 부러웠다. 사실상 우리나는 다른것에대해 너무 이상한 시각으로 쳐다보는 경향이 심한 듯 하다. 다를뿐이지 틀린건 절대 아닌데 말이다. 외국같은 경우에는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채식주의자가 생소한 우리나라에서는 다르다. 온갖 질문은 꼬치꼬치 캐묻는다. 나역시도 처음보는 채식주의자였던 친구에게 질문했으니까.
길을 걷다보면 담배피는 여자를 종종 볼 수 있다. 몇년 전 만하더라도 여자가 담배피는 것은 죄악이라고 생각해서 난리가 났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여성 흡연자들은 흡연시설에서도 눈치를 보면서 담배를 펴야한다. 흡연은 무조건 문제지만 남자는 되고 여자는 피면 안된다는 생각도 문제이다.
세번째 주인공은 아이들과 아내를 외국에 보내고 쓸쓸히 혼자 집에 지내고 있는 기러기 아빠, 권과장의 이야기이다. TV를 보면 연예인들 중에서도 기러기아빠가 꽤 있었다. 기러기가족들은 자식의 교육을 위해서 가족들이 떨어져사는 생이별을 경험중이다. 이 가족들 중 몇몇은 서로 다른 인연을 만나서 헤어지는 경우도 많고, 한국에 돌아온다고 하더라고 어색하고, 서로가 불편하다고 한다. 역시 가족을 함께 사는게 최고인 듯 하다.
마지막 주인공은 황혼기의 부부인 송여사와 권선생의 이야기이다. 이제 자신의 인생을 즐기면서 살겠다는 송여사는 운전면허증을 따온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권선생은 차를 팔아버린다. 송여사는 더이상 권위적이고 무뚝뚝한 남편을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권선생에게 이혼하자고 한다.
10년전 쯤 부터 일본에 황혼이혼률이 급증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있다. 자식들을 성장시키고, 이제 부부가 각자의 길을 가겠다는 이유에서 말이다. 황혼이혼은 몇년 전 부터 우리나라에도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남편과 몇십년을 같이산 후 이젠 지친다면서 이혼을 선언하는 할머니들의 태도가 멋있어보였다.
공공기관에서 만든 영상들을 몇번 본 적이 있었는데 솔직히 다들 재미가없었다. 하지만 '날아라 펭귄'은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 또는 내 이야기라서 더 공감하고 재밌게 볼 수가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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