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성폭력, 아직도 우리사회에서는 성폭력 피해 여성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게 현실이다. 얼마전 일어나느 대구여대생 실종사건, 조두순 사건, 김길태 사건 등 가까운지역에서 일어난 성폭력사건들을 보고 들으면서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1991년 많은 사람들의 관심속에서 문을 연 뒤 20년째 운영중인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지은 책이다. 20년간 약 6만 7000여건의 상담을 통해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고,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려고 노력중이다. 1991년 당시에는 성폭력에 대한 개념도, 성폭력이 무조건 여성의 잘못으로만 인식되어왔던 시대일 것인데 내 예상보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빨리 만들어져서 다행이면서 뿌듯했다. 초등학교 5학년때 쯤 근친상간이라는 단어를 알게되었는데 상당히 충격이었다. 좀 더 크면서 데이트 강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직장 내 성희롱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성폭력이라고 하면 길가다가 당하는 강간, 공공장소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신체를 만지는 성희롱, 야한 농담을 해서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성희롱 밖에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많은 성폭력의 종류가 있었고, 꽤 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여성부의 성폭행범 신상공개서비스를 통해 우리집으로 날아오는 우편물들을 통해 알게되었다.
흔히들 우리나라의 성폭력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을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한다. 나도 동의한다. 외국에 비해서는 턱없이 가벼운 처벌들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년간의 기록들을 보면서 참 느낀게 많다. 내 몸은 내가 지켜야한다. 여성들의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는 것. 그리고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 성폭력은 개인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의 문제이다.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은 자신의 몸이 더럽혀졌을거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당신들은 충분히 깨끗하고 순결하다. 피해 여성중에는 가해자에게 고소하지않을테니 결혼해달라고 하는 여성도 있다고 한다. 마음이 아팠다. 자신이 더러워졌다고 생각해서 자신에게 씻을수 없는 상처를 남긴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하겠다니.
내가 좋아하는 노래 중에 버벌진트라는 가수의 '충분히 예뻐'라는 노래가 있다. 처음 들으면 친구로 지내는 여자를 짝사랑하고, 그녀를 힘들게 하는 그녀의 남자친구에게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어하는 내용인것 같지만, 버벌진트가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을 듣고 깜짝 놀랬다. 가정폭력에 당하고 있는 여자들을 위한 곡이라는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여성들이 가정폭력에 시달리고있다. 동시에 부부사이에 강간이라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 부부관계시 어떻게 강간이 되냐고 하지만 한쪽이 원하지 않는데 강제로 시도할려고 하는 것은 명백한 강간이 성립된다. 남자들은 알아야 한다. 여자들의 NO는 NO일 뿐이라고. 마음대로 확대해석하지말라는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남성우월주의,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이 남아있다. 그런 사고방식을 잘 드러내는 통념중에는 '여성들의 심한 노출이 성폭력의 주범'이라는 말이 있다. 누가 그러는가. 여성들이 짧은 치마를 입는다고 해서 성폭력을 당하고, 긴바지를 입는다고 해서 당하지 않는다는게 말이나 되는가? 이 논리에 따르면 눈만 내놓고 다니는 이슬람권 국가에는 성폭력이라는게 아예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곧 다가올 20대에는 성폭력피해여성을 위해 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심리학을 복수전공하면서 좀 더 체계적이게 피해 여성들을 상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처럼 성폭력에 대해 당당해지는 대한민국이 되면 좋겠다. 현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는 성폭력생존자말하기대회를 10년째 개최중이다. 그 효과는 내 예상과는 다르게 효과적이라고 한다. 자신의 아픔을 말하고, 듣는 이들을 공감을 하며 같이 울어주는 모습에 치유가 되어서 돌아간다고 한다. 성폭력피해생존자분들이 좀 더 당당해지고 행복해지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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