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의 ‘두 파산’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제목부터 어려웠다.파산이라는 말은 재산이 완전히 없어져 바닥난 상태라고 알고 있는데 왜 제목의 두 파산일까? 궁금했다.
여기서 두 파산은 경제적 파산과 정신적 파산을 이야기 한다.등장인물 중 정례 모친이 한 말에서 알 수 있었다.
정례 모친은 친구 김옥임에게 돈을 빌려 문구점을 운영한다.남편은 아내인 정례 모친이 아끼고 아껴서 모은 돈을 가져다 자동차 사업을 하여 망하고 돈도 제대로 벌어다 주지 못한다.그러나 김옥임은 한 때 친일파로서 도지사를 지낸 늙은 영감에게 시집가서 잘 살았지만,늙은 영감이 반민자로 몰리고,중풍에 걸려 상황이 바뀌게 된다.
옥임은 가난하지만 장성한 자식들과 젊은 남편을 가진 정례 모친을 시기하고 질투하며 돈을 빨리 갚으라고 창피를 주기도 한다.그런 옥임의 모습에 정례 모친은 옥임이 불쌍하게 생각하며 자신은 경제적 파산이지만,옥임은 성격적(정신적)파산이라고 말한다.
‘두 파산’을 다 읽고,작가 염상섭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궁금했다.그리고 옥임이처럼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주고 비싼 이자를 받아 재산을 불리는 교장 선생님이 하는 말이 그나마 그들이 양심적이라는 것이다.그 시대가 얼마나 비양심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났을지도 알 수 있었다.두 파산의 시대적 배경은 해방 직후 혼란했던 사회 속에서 가난에 찌들고 그 가난한 사람들을 등쳐먹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내용 속에서 옥임과 교장 선생님의 모습을 통해 당시의 속물적인 태도와 물질 만능주의를 비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정례 모친보다 더 불쌍한 사람들이 그들이라고 생각한다.돈을 중시하다 보니,정말 사람으로서 지켜야할 도리나 양심을 저버렸기 때문이다.특히 아이들에게 도덕적인 삶을 강조해야할 교장 선생님이 고리대업이 양심적이라고 말하는 것을 통해 물질 중심적인 사고가 강한 사회였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나 시대는 다르지만,지금도 옥임과 교장 선생님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현대 사회에 과연 ‘물질 중심’적인 삶이 옳은 것인가 묻고 싶어졌다.
현대 사회는 물질이 당연히 중요한 사회이다.의식주를 포함하여 현대인이 살아가는 과정에는 모두 물질을 바탕으로 한다.문명 이전의 사회처럼 자연적으로 생산된 것들을 가져다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직접 생산한 것들을 ‘자본’을 매개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우리가 옥임이나 교장 선생님처럼 재산을 불리고 돈을 버는 방법이 잘못 돼서는 안된다.고리대업은 정당하게 일한 댓가로 돈을 버는 방법이 아니다.돈을 빌려주고 비싼 이자로 소득을 높이는 방법이다.이것은 가난한 사람은 더욱 힘들고 가난하게 만들고 부자인 사람은 더 큰 부자를 만든다. 21세기인 현재에도 사채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돈을 뜯기는 사람들도 많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지 않고 돈을 많이 버는 것에 목적을 두다 보니 인간으로서 다른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잘못된 행동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어찌보면 가난한 것이 죄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무엇을 중요하게 여겨야 할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 죄인 것 같다.경제적으로 부자이면서 정신적으로 인간의 도리를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가난하더라도 정신적인 파산자는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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