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당연히 우선적으로는 가족을 예로 들 수 있다. 매일매일 부딪히는 가족과의 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또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상당히 중요하다. 그리고 관계의 중요성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부분은 자기 자신에 대한 애정이다. 자신을 사랑하고 믿는 사람이 진정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믿을 수 있다. 내가 이번에 읽은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갈등관계로부터 시작되는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오셀로’의 주인공은 오셀로이다. 오셀로는 무어인이지만 베니스를 위해 열심히 싸워 베니스 공국의 원로 브라반쇼의 딸 데스데모나와 결혼하게 된다. 일개 외국인 장군이 귀족과 결혼한다는 것은 오셀로에게는 큰 행복이었을 것이다. 데스데모나와 오셀로는 서로를 무척이나 사랑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오셀로는 이아고라는 부하에게 앙심을 사게 된다. 그 이유는 투르크 함대가 사이프러스섬으로 향하고 있다는 보고로 수비를 하기 위해 갔서 부관의 자리를 카시오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이아고는 평소 오셀로와 친해 부관의 자리를 원하고 있었지만 카시오에게 빼앗겨 화가 났다.
여기서 이아고의 복수는 시작된다. 이아고는 카시오에게 술을 먹이고 사고를 치게 해서 오셀로에게 미움을 사게 만든다. 그 이후에 오셀로가 선물한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을 훔쳐 카시오의 방에 놓아둔다. 그리고 오셀로에게 카시오와 데스데모나가 밀통을 나누었다고 거짓된 정보를 전한다. 손수건을 본 오셀로는 이성을 잃고 데스데모나를 목 졸라 죽인다. 그러나 이후 오셀로는 모든 일이 자신에게 복수하기 위한 이아고의 계략임을 알고 슬픈 마음으로 자살한다.
나는 책을 읽으며 이아고가 좀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말로 해보아도 될 문제인데 굳이 오셀로의 주변인을 죽여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아고가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 오셀로를 한 번 더 믿고 갈등의 원인부터 찾아보았다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아무 죄 없는 데스데모나가 죽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아고보다도 오셀로가 데스데모나를 죽인 이유를 더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정확한 증거는 아무것도 없었다. 손수건이 있었다고 밀통의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오셀로가 데스데모나를 죽인 이유는 이아고의 거짓된 말 때문이었는데 이 부분에서 나는 오셀로의 진심이 의심되었다. 결혼까지 할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인데 그 마음이 그리 크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평소에 데스데모나에 대한 사랑이 완전했다면 그녀를 어떤 순간에도 믿었을 것이다. 그리고 오셀로는 그런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셀로가 데스데모나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가 없었던 이유는 그가 본인을 덜 사랑했기 때문이다. 원래 남을 사랑하는 힘은 본인 스스로를 사랑하는 가운데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데스데모나에 비해 출신도 외모도 모두 화려하지 않았다. 오셀로가 아내에 대해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니 위축이 되고 그 열등감으로 그녀에게 완전한 마음을 줄 수 없었던 것이다. 열등감의 검은 그림자는 오셀로를 감싸고 있었고 결국 데스데모나에 대한 의심은 불타올랐다. 의심에 휩싸인 오셀로는 판단이 흐려질 수 밖에 없었다.
믿음이 없는 사랑은 완전한 사랑이 아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 해도 갈등은 일어난다. 갈등을 푸는 열쇠는 사랑과 신뢰이다. 가족관의 갈등이든 남과의 갈등이든 내 스스로의 갈등이든 사랑과 신뢰가 있다면 더 바람직하게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자신의 마음가짐으로부터 출발한다. 오셀로와 이아고를 보면서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하고 남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알 수 있었다. 나도 앞으로 나를 먼저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까지 사랑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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