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룡이는 말을 하지않는 벙어리어서 별명이 벙어리이다. 모두 삼룡이를 삼룡이라 부르지않고 '벙어리 벙어리' 그렇지 않으면 '앵모 앵모' 라고 불렀다. 삼룡이는 주인아씨를 좋아했다. 왜냐하면 그렇게 예쁘고 유순하고 그렇게 얌전하기 때문이다. 하루는 어린 주인이 먹지 않던 술이 잔뜩 취하여 무지한 놈에게 맞아서 길에 자빠진 것을 업어다가 안으로 들여다 눕힌 일이 있었다. 그래서 주인아씨가 삼룡이의 충성된 마음이 고마워서 그 후에 쓰던 비단 헝겊 조각으로 부시쌈지 하나를 만들어 준 일이 있었다. 이것이 새서방님의 눈에 띄었다. 그래서 주인아씨는 어떤 날 밤 자던 몸으로 마당 복판에 머리를 푼 채 내동댕이가 쳐졌다. 그리고 온몸에 피가 맺히도록 얻어맞았다. 이것을 본 벙어리는 또다시 의분의 마음이 뻗쳐 올라왔다. 그래서 미친 사자와 같이 뛰어들어가 새서방님을 내던지고 새색시를 둘러메었다. 그리고 수리와 같이 바깥 사랑 주인 영감이 있는곳으로 뛰어가 그 앞에 내려놓고 손짓과 몸짓을 열 번, 스무 번 거푸 하며 하소연하였다. 그 이튿날 아침에 그는 주인 새서방님에게 물푸레로 얼굴을 몹시 얻어 맞아서 한쪽 뺨이 눈을 얼러서 피가 나고 주먹같이 부었다. 벙어리는 집에 쫒겨났다. 벙어리는 다만 두 손으로 빌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주인아씨의 집에 불이 났다. 불은 마치 피묻은 살을 맛있게 잘라 먹는 요마의 혓바닥처럼 날름날름 집 한 채를 삽시간에 먹어 버렸다. 이와 같은 화염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사람이 하나 있으니, 그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낮에 이 집을 쫒겨난 삼룡이였다. 그는 먼저 사랑에 가서 문을 깨뜨리고 주인을 업어다가 밭 가운데 놓고 다시 들어가려할 제, 그의 얼굴과 등과 다리가 불어 데어 쭈그러드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그는 건넌방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주인아씨는 없었다. 다시 안방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또 없고 새서방이 그의 팔에 매달리며 구원하기를 애원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뿌리쳤다. 삼룡이는 다시 건넌방으로 들어갔다. 그 때야 삼룡이는 주인아씨가 타죽으려고 이불을 쓰고 누워있는 것을 보았다. 삼룡이는 주인아씨를 안았다. 삼룡이는 자기의 목숨이 다한 줄 알았을때 이미 목숨이 끊어진 뒤었다. 집은 모조리 타고 벙어리는 주인아씨를 무릎에 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삼룡이가 대단한것 같다. 삼룡이도 살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참 안타깝다. 내가 만약 삼룡이라면 무서워서 도망을 갔을것 같다. 나도 삼룡이를 본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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