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가 달린 물고기. 생각만 해도 자유를 헤엄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태어날 때 부터 가지게 된 날개로 이리저리 돌아다녀 삶의 순탄함을 느끼는 물고기 인 것 같기도하고, 어떻게 보면 지느러미를 가진 물고기로 태어났지만 수 많은 노력과 고통을 감수하여 수 많은 세월을 이겨낸 대가로 얻은 선물 같기도 하다. 자유와 이상을 꿈꾸는 물고기, 마치 이 책의 주인공인 이용석 씨와 닮은 듯 하다.
아주 조그마한 섬에 순수함을 지니고 사는 소년이 살았다. 그의 이름은 이용석, 깨끗한 섬에서 맑은 마음과 정신으로 하루하루를 지내온 그는 그야말로 자연과 함께 지내오던 어린아이였다.
그러다가 그는 공부를 위해 목포로 나오게 되고 그 전날 밤 그는 숭어가 나오는 꿈을 꾸게 된다.
지느러미가 날개로 변해버린 숭어는 용석이를 놀라게 만들고 감겨버린 그의 눈 사이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어린아이는 살면서 처음으로 나온 육지에 대한 환상으로 마음은 이미 도시의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순수했던 소년은 시간이 지나며 도시, 즉 '사회'의 속물에 대해서 점차 알아가게 된다. 자신이 생각했던 거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수 많은 고층빌딩과 화려한 조명의 반짝임으로 뒤덮혀진 그 곳이 단지 그렇게 멋있는 곳은 아니라는 것을.
그는 근로복지공단에서 몇 개월을 임용직으로 보낸 후에 그의 성실한 면과 능력을 높게 봐준 정규직들 덕분에 비정규직으로 새로운 날들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그는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너무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모아 노동조합에 가입을 하며 자신들의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 근로복지공단에게 억울함을 항의하고 시위하며 결국에는 파업을 길로까지 이르게 된다. 그리고 결국 그는 '분신 투쟁' 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길로 그와 수 많은 비정규직의 억울함을 공단과 더러운 옷을 입은 이 사회에게 알리게 된다.
분신투쟁, 많이 들어봤기는 했지만 실제로 직접 본 적은 없을 정도로 분신투쟁을 할 정도로 강한 결심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없다. 온 몸에 불길이 휩싸이는 그 고통을 상상할 수가 없다. 마치 그의 분신은 순수함과 깨끗함을 잃어버린 듯한 이 사회에게 충고를 하는 게 아닌 가 싶다. 정규직이 100만원의 월급을 받을 때 그 월급의 60%도 안 되는 월급을 가지고 집에 돌아가야 하는 그들의 심정, 전화 한 통으로 병가를 내고 회사를 쉴 수 있는 그들과는 다르게 깁스한 팔을 이끌고 일터에 나와야하는 그들의 마음이 얼마나 수치스럽고 억울함으로 물들어져 있는지를 근로복지공단은 알고 있었을까. 똑같이 일하면서 똑같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평등' 이란 단어에 참으로 어긋나는 말이다.
마치 대기업에 가려저서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중소기업들처럼 그들도 그늘에 가려진 자기 자신들의 모습을 한탄하며 매일을 열등감으로 살아왔을 거란 생각에 나는 그냥 이 사회의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사람들이 증오스러웠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해결책도 마련해주지 않고 겉으로만 그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어주려는 가증스러운 그들의 음성이 마치 내 귀에 직접 들리는 것만 같아서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용석 이라는 분의 용기는 아마 평생 동안 내 기억에서 잊혀 지지 않을 것이다. 가난 했던 그지만 그의 신념과 강한 결심은 누구보다도 강했고 그 누구도 그를 넘어설 수가 없었다. 그의 깨끗한 인품으로 인해 유채희라는 한 여성의 마음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할 만큼 그는 정직하고 남들과는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평소에 차갑고 무뚝뚝하던 그녀가 그에 의해서 노동조합에 가입을 하게 되고 비정규직들의 슬픔을 세상에 알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게 된다. 그리고 이용석이 분신으로 죽은 후 그의 죽음의 실체를 찾아 나서고 그의 뜻 깊은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의의도 알아가게 된다. 아마 이용석이라는 사람이 그녀와 술자리를 갖지 못했더라면 평생 그녀를 인정 없는 차가운 여자로 두었을지도 모른다. 아마 유채희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순간은 이용석이라는 사람을 만나 그녀가 겪어보지 못했던 많은 변화를 이루었다는 것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이용석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공부방에서 선생님자리를 맡기도 했다. 공단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빠듯하여 쉴 틈이 없었을 텐데도 그는 아이들을 위해 휴식까지도 반납하는 따뜻한 인성을 보여준다. 아이들의 짖궂은 장난에도 화 한번 내지 않고 그가 가진 적은 돈으로도 그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노래방에 가는 등 많은 정성과 애정을 쏟는 그가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한 선생님아라는 생각이 든다. 이용석 선생님만큼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진정한 애정 어린 관심을 보내주는 선생님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가 선생님 역할을 하면서 한 마디 한 마디 학생들에게 전해주었던 말들은 훗날 그들의 성공의 발판이 되어 있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아이들과 진정으로 교감하고 동화된 그에게 그만의 특별한 순수함이 남아있는 이유도 아이들과 함께한 공부방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마도 내 생각엔 그가 삭막하고 쟂빛으로 빛나는 사회로 인해 상처받은 마음을 아이들의 순수함으로 인하여 치유되기를 바랐기 때문에 공부방에 꾸준히 나가 더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인생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의미 있는 인생이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누나들과 부모님과 깨끗한 자연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행복하게 살아온 어린 시절,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목포라는 육지에 발을 딛고 인생의 쓰디 쓴 맛, 하지만 그러한 힘든 시기들을 겪어오면서 동시에 얻은 사회에 대항하는 바른 자세, 그리고 그의 의지를 불태우는 가장 뜨거운 그의 고귀한 죽음, 슬프지 않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그의 내면은 그리 슬프지 않았던 것 같다. 누구보다도 자신의 결심에 대한 믿음은 강했고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빠짐없이 들춰냈던 그의 용기는 결코 불운했다고 말 할 수 없다. 몇 천 명의 설움을 대신하여 내뱉은 그의 한 마디는 그의 몸을 휘감은 불보다도 더 뜨겁고 강하게 그의 정신과 그 시대 모든 사람들의 마음과 머릿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어릴 적 용석이 꿈꾸었던 날개달린 물고기가 그를 도시라는 미지의 세계로 이끄는 역할을 해주었다. 멋지고 행복할 것만 같았던 '목포'라는 곳에서 그는 행복에 반대대는 단어를 먼저 깨달아 가게 된다. 그의 이상 속에 영원히 갇혀 있을 '날개달린 물고기'의 날개가 사라질 것만 같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그 날개를 지켜주기 위해 피나는 노력과 열정을 알린 이용석이라는 분의 외침은 길이길이 이 세상에 변함없는 아우성으로 남을 것이다.
그가 실존인물이라는 사실은 나를 더 놀라게 만들었다. 우리나라에 그러한 위대한 분이 계셨다는 사실이 나에게 흥분 감을 가져오고 존경심을 일깨우게 하였다. 불가능한 말이란 것은 알지만 그를 실제로 만나서 그의 강렬한 의지를 느껴보고 싶다. 그를 만난다면 나 자신도 많이 변할 것만 같다. 나약하고 나태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고 질책하며 그를 본받아서 자신의 뜻을 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게 될 것만 같다.
비록 그가 원하고 소망했던 날개달린 물고기가 자유롭게 헤엄치는 사회는 그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위해, 그 시기에 고통스러워하던 비정규직들을 위해 나는 우리 대한민국의 사회에 작은 관심으로 시작해서 큰 관심을 가져보려고 한다. 그가 이루고자 했던 순수한 사회를 내 손으로 이루어서 이용석씨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다. 하늘에서 아직까지도 억울함을 품고 살아갈 그를 위해서 조금이라도 내가 노력하는 모습을 알리고 싶다. 남들처럼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 하지만 누구보다도 의미 있고 뜻 깊은 하루하루를 지내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전국의 비정규직들을 대변한 그는 깊은 불과 함께 저 먼 하늘로 떠나시게 되었다.
그를 기억하며 우리는 변해도 많이 변해버린 사회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소망하며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변화를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울분을 토해내던 이용식 열사의 입장이 되어 그의 슬픔을 그의 심정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여 그가 바라던 세상을 염두에 두며 언젠가는 날개달린 물고기가 먼 훗날 사회에서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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