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 이태준
“땅이란 천지만물의 근거야. 땅을 파는 건 그게 하늘을 파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이태준의 ‘돌다리’라는 작품에서 아들 창섭이 서울에 병원을 더 크게 차리기 위해 시골의 논과 밭을 팔자고 했을 때, 아버지가 거절하며 했던 말이다.
나는 처음에 아버지가 거절했을 때, 의아해했다. 창섭이 말처럼 땅을 팔아 더 많은 돈을 벌수 있는데 아버지가 땅만 고집하니 이해가 안 되었다. 아버지가 고집만 세고, 세상물정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왜 제목이 돌다리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 땅에서 자신의 할아버지, 아버지가 땀흘리며 땅을 일구며 살았고, 자신 또한 그렇게 살고 있고, 창섭이 현재 의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지금의 논과 밭 덕분이라고 말한 부분에게 아버지가 창섭이와는 다르게 땅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알았다. 그 부분을 다시 한 번 더 읽으면서 아버지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아버지는 마을의 돌다리를 고친다. 창섭이가 나무다리가 있는데 왜 힘들게 돌다리를 고치냐고 했을 때 아버지는 그 징검다리가 창섭이 어머니가 시집올 때 왔던 길이고, 창섭이가 어린시절 천자문을 옆에 끼고 다니던 길이라며 자신이 죽으면 이 길을 꼭 지나게 해달라고 말한다.
아버지는 논과 밭을 팔아 창섭이가 더 넓은 병원을 지어 많은 돈을 버는 것 보다 자신의 삶의 터전이었던 자신의 논과 밭을 지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논과 밭뿐만 아니라 자신이 살아오면서 함께 했던 물건이나 나무들에게도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돈이 없으면, 살 수 없다. TV뉴스에서도 돈을 가지기 위해 남의 것을 훔치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식들 간에 재산 싸움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나 어른들의 목표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다. 그게 곧 성공이라고 말한다. 대부분 성공의 잣대는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느냐이기 때문이다. 또한 물질도 풍요로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에 담긴 추억을 생각하기 보다는 새로운 물건이 나오면 쉽게 갈아치우기도 한다. 이러한 시대를 살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돌다리’라는 작품을 읽고, 왠지 모르게 돌다리에서 나온 아버지의 생각이 옳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적으로 돈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데 필요한 것이지만, 우리는 돈을 위해 사는 게 아니라 돈이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데 뭔가 거꾸로 가는 세상이 되어버린것 같았다.
이 책을 읽고, 내 방에 놓여진 물건들을 다시 들여다 보았다. 어릴 때부터 있었던 책상과 의자, 그리 가치있어 보이지도 않고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물건들과 함께 했던 순간 순간을 떠올리며, 내가 어떤 비싼 물건을 갖는다 하여도 비싸서 좋은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나의 추억이 깃든 것이 의미가 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HOM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