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말씀을 듣고 생각나서 썼던 글입니다.
---------------------------------------------------------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그 시간이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충실하게 살았다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지나간 젊음이 덧없고 아쉰다는 점에서 모두 같을 거라 생각한다. 노인들은 자신이 생을 마감할 때에도 후대가 선대의 것을 물려받아 더 발전시킬지, 혹은 완전히 묻어버릴지 불안해 해야한다. 선대의 사람들은 이름조차 묻히게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노인이 되면 인생에 초탈해질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전엔 길다고 여겼던 삶이 막상 짧아지고 나면 생에 대해 더 욕심을 부리게 된다. 과거 젊었을 때의 긴 세월은 현재의 자신에게 있는 지식들과 경험을 얻는 데 쓰였고, 그것들은 고스란히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후대들에게 이어진다. 그 와중에 그들의 젊음을 조금은 부러워할지도 모르고. 해탈한 선인이 아닌 이상에야 지금까지 겪어온 것이 있는데 가진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노인들만의 욕망인 셈이다. 젊었을 때에는 좀 더 큰 성공과 꿈을 이르길 바란다. 그 때의 욕망엔 세월의 흐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늙어버린 지금은 오히려 성공을 바랄 수 없다. 대신 더 긴 삶을 원하고 소망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욕망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서글픔이 나쁜 쪽으로 변질되지 않는 이상에야 생각을 막을 이유가 없다. 자신의 지나간 세월 중 부정적인 일부 단편만을 보고 잠시 드는 욕망은 결국 삶에서 얻었던 행복을 되새기며 금방 없어진 부분이리라. 비록 세월을 돌이킬 수는 없겠으나 그 욕망이 후에 그들에게 무언가 깨달음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들의 이름과 육신은 사라지더라도 선대의 지혜와 지식이라는 이름으로 일부나마 남아있게 되지 않는가. 후대의 사람들은 선대의 사람들이 그랬듯 선대에서 물려받은 것을 더욱 발전시켜 후대에 물려줄 뿐이다. 노인들의 탄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언젠가 선대들이 내뱉은 한숨을 후대들도 쉬게 될테고 그들도 똑같은 욕망을 느끼며, 그 후대는 또다시 같은 일을 반복할 테니.
HOM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