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친구들과 함께 집에 가고 있었다. 그런데 종인이라는 아이가 자꾸 야한 말을 해서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갔다. 손에는 스킬자수 실이 들어있는 비닐봉지가 있었다. 나는 그 비닐봉지를 종석이에게 날렸다. 솔직히 남자애가 여자애 앞에서 야한 소리를 자꾸 해대는데 짜증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 때였다. 종인이가 갑자기 고개를 푹 떨구었다. 나는 다가갔다. 그런데..
종인이 머리에 피가 줄줄 나고 있었다. 순간 내 머리를 스치는 생각. 스킬자수 바늘! 얼른 종인이 머리카락을 헤쳐보니 스킬자수 바늘의 갈고리가 종석이 머리에 박혀 있었다. 비닐봉지에 바늘이 있었다니! 순간 당황했다. 종인이는 소리내어 울었다. 피는 계속 났다. 나는 당황한 와중에 빨리 바늘을 빼냈다. 빼기 어려웠지만. 빼내는 것은 몇 초정도 걸렸다. 그리고 나는 빼낸 바늘을 쳐다보았다. 피가 묻어 있었다. 나는 이대로 종인이가 쓰러질까 두려웠다.
다행히 학교 운동장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빨리 보건실로 갈 수 있었다. 나는 종인이를 데리고 보건실까지 갔다. 그 때도 계속 피가 났다.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봇물 터지듯 나오려고 했다. 보건실까지 가는 길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먼지.
종인이가 보건실에 도착하자 나는 호들갑스럽게 보건 선생님께 머리에 바늘이 박혀서 피가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종인이가 치료를 받을 동안 나는 종인이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 말하면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서 보건 선생님께서 종인이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곧 종인이 어머니께서 우리 반 선생님께 전화를 하셔서 담임 선생님께서 보건실로 달려오셨다. 순간 눈물이 터졌다.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나왔다.
선생님께서는 종인이가 응급처치 받을 동안 나를 데리고 교실로 갔다. 교실에는 하늘이, 나, 선생님밖에 없었다. 선생님께서는 야단을 치지 않으셨다. 나는 종인이가 야한 말을 해서 때리다가 이렇게 됐다고 했다.
"가은아, 다른 데는 때려도 머리는 건드리면 안된단다. 차라리 주먹으로 쥐어박아 버리지 그랬니."
선생님께서는 잠시 그렇게 말하시다가 나와 함께 보건실로 다시 내려갔다. 종인이 머리에서 5분정도 흐르던 피가 멎었다. 종인이도 이제 울지 않았다. 선생님께서는 종인이 야단을 조금 치셨다. 그 때도 난 계속 울고 있었다.
종인이 어머니가 오시고, 곧 우리 엄마도 오셨다. 종인이 어머니는 일을 하다가 종인이가 울면서 전화하길래 빨리 왔다고 한다.
"난 또 교통사고라도 난 줄 알았네. 괜찮아, 가은아."
종인이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종인이 어머니께는 거듭 죄송하다고 하고, 종인이에게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종인이는 종인이 어머니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1시간 쯤 뒤에 알려진 소식이지만, 종인이 머리에 큰 이상이 없다고 한다. 꿰맬 필요도 없고, 소독만 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안한 마음은 더욱 커졌다.
내가 종인이에게 저지른 일에 대해서 내가 하루종일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일기를 쓰고 있는 지금도 심장이 썩어드는 것 같다.
HOM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