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2012년은 '고양이의 해'인 것 같다. 이번 해 따라 고양이를 많이 본다. 시 대회 본선에 가다가 라면 냄새 맡고 온 갈색 고양이, 한 때 우리 성당의 마스코트가 되어준 새끼고양이, 오리고기 집 앞에서 본 살가운 얼룩고양이 한 마리.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까만고양이, '네로'.
네로를 보게 된 것은 바로 몇 주 전이었다. 몇 주 전부터 까만 길고양이가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고양이는 사람을 보고도 도망치지 않았다. 나는 그 때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사는 106동 3-5라인 앞 울타리 뒤에는 풀과 나무가 있는데, 거기에 그 고양이가 있는 것이다. 나는 마음이 자꾸 떨렸다. 갑자기 필이 딱 왔다. 이 고양이! 내가 돌봐줘야 할 고양이구나! 하고.
나는 소시지를 사서 고양이에게 주었다. 고양이는 정말 잘 먹었다. 내 무릎 위에도 올라오고, 내 손을 아주 잘 탔다. 그 뒤로부터 며칠은 고양이에게 소시지를 줬다. 그 고양이가, 그 까만고양이가 바로 '네로'이다. 부르기 쉽게 그냥 '네로'라고 부르기로 했다.
내 친구는 참치 통조림을 네로에게 줬고, 내 피아노 선생님도 네로에게 먹이를 줬다. 간혹, 내가 네로에게 먹이를 주고 있으면 꼭 시비거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왜 먹이 주냐고. 우리 아파트에 새끼 치면 어쩔거냐고. 나는 짜증나서 그 아주머니의 말씀을 한 쪽 귀로 흘렸다. 들을 가치도 없었다. 게다가 그 고양이는 귀 한 쪽이 조금 잘려 있었는데, 그 것은 중성화수술을 했다는 증거, 즉 새끼를 칠 수 없다는 증거였다. 그걸 아주머니는 몰랐을까?
그러고보면 참... 세상에는 별 사람들이 다 있지 싶다. 네로는 원래 집고양이었는데 주인이 버렸다고 한다. 우리 아파트에... 그 주인이나, 아까 그 아주머니나 별나긴 마찬가지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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