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구속 받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스스로를 틀 안에 가두는 이상한 모순이 있다. 고정관념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이다. 조금이라도 틀에서 벗어나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닌 보다 남들 시선을 덜 받을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그야말로 자기 인생이 아닌 ‘남의 인생’ 을 사는 격이다. 남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확실히 유쾌한 일이 아니다. 자기 앞가림 하나 못하면서 조그마한 남 옷의 얼룩을 탓하니, 자신에게 있는 부스럼 또한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다. 눈치 보는 것이 피곤하고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상하게도 나 또한 그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이 나의 부스럼이다.
그에 반해, 눈치 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프로그램도 있다. 인기 프로그램 중에 화성인 바이러스 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전국 각지의 특이한 버릇이나 습관, 경향 등이 있는 사람들을 선별해 그 또는 그녀의 일상생활을 취재하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지나치리 만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화성인들은 잘못된 가지를 쳐내고 절제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조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당당하게 즐기면서 모순 없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삶이 부러울 때도 더러 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인 퍼스트 레이디 미셸 오바마의 어록을 담아놓은 책인 ‘비판에 담담하게 시선에서 자유롭게’ 라는 책을 얼마 전에 읽었다. 사실, 제목만 보았을 때는 미국인이니까 가능한 일이겠지 하고 단정 지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보수 성향이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책의 제목처럼 ‘비판에 담담하게, 시선에서 자유롭게’ 사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미셸 오바마가 두꺼운 종이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자존감의 중요성이다.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라 라는 말은 언뜻 듣기에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들리지만, 실상 굳건한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자존감은 뜀틀과 같다. 높게만 느껴지는 뜀틀에 앞서 나는 못할거야 넘지 못해 라고 말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하락시키고, 결국은 두려움에 질려 자신의 키의 반 밖에 되지 못하는 뜀틀에 걸려 넘어진다. 자신을 온건히 믿고 힘차게 구름판을 밟으며 뛰어오른 사람들은 더 높은 뜀틀을 찾아 자신의 가치를 향상 시킨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존감이 뛰어나다 라는 명제는 참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자존감이 뛰어난 사람은 성공한다는 말은 거짓이 아닐 것이다. 롤모델인 전민식 씨는 20년간 대필인생을 살면서도 작문의 꿈을 버리지 않고 노력해 결국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로 세계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는 영예를 손에 쥐었다고 한다. 만약, 자기 글에 대한 긍지를 져버리고 대필인생을 사는 자신의 삶을 실패한 삶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 그쳤다면, 그의 인생은 진정 실패한 삶이었을 것이다. 전민식 씨는 과감하게 뜀틀을 넘었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화랑에 나가 처음 떨어진 적이 있다. 화랑에 나가는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이 ‘유미 이번엔 떨어졌네’ 하는 소리를 듣고 어린 마음에 괜히 창피해했다. 그 후로 왠일인지 글쓰는 것이 싫어졌고 쓰는 글마다 유치하고 난잡하게만 보였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요목조목 핵심만 찝어 끌어내는 재능 있는 친구들을 부러움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 전부일 뿐 차마 어떤 것을 쓸 용기는 나지 않았다. 자존감이 한껏 상실된 나를 다독여주시던 어머니의 조언이 지금까지 생각이 난다.
“중요한 것은 도전하는 거야. 절벽이 너무 높아서 올라갈 용기조차 내보지 못한 사람들이 높이 올라선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것 만큼 창피한 일은 없단다. 무엇이든 도전해보고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중요해.”
중학교에 입학해 논술 대회를 나갔고 무참히 떨어졌지만 그 후로 좌절하는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엄마의 말씀 대로 다양한 경험을 한 것에 만족의 포만감이 든다. 설령 어른이 되어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글쟁이가 된다 할지라도 자존감을 가지고 노력하면 전민식 씨처럼 언젠가 인정받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목표는 강유미 이름 석자가 또박또박 적힌 책을 내는 것이다.
자존감은 어떤 뜀틀도 뛰어넘게 하는 마법이다. 이제껏 남의 인생을 살아왔던 강유미도 부스럼을 떨쳐버릴 용기가 필요하다. 자존감이라는 마법이 그것을 도와줄 것이다. 뜀틀 앞에서 항상 부들부들 떨기만 하던 나, 이제는 구름판을 밟고 힘찬 도움닫기를 하여보자. 뜀틀을 넘는 순간 두려움은 한 끝 차이로 변할 것이며 더불어 나의 인생도 비온 뒤 하늘처럼 푸르게 갤 것이라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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