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이 글을 본다면, 예전에 자신이 쓴 글을 보러 가 보자. 찬찬히 잘 읽다보면, 가벼운 실소가 터져나올 것이다. 물론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잘 쓰는 사람은 예외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많지 않을 거라 예상된다. 혹은 정말 진지하게 읽어보지 않았거나. 예전 글이라도 잘 쓴 것처럼 보인다면, 몇년 후 다시 꺼내 읽어보자.
"아, 옛날의 나는 정말 글을 못썼구나.... 하지만 굉장히 솔직했네.", 가 내 감상이다. 어쩌다 찾은 옛날 일기장은 굉장히 재미있었다. 어떤 소설보다도 tv프로그램보다도 훨씬 재미있고 웃겼다. 지금 내가 쓰는 글도 많이 미흡할 테고, 몇년 후의 내가 이 글을 보면서 또 웃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렇게 글을 씀으로써 내 글 실력이 한층 발전하는 거고 내 생각과 마음을 좀 더 표현할 수 있는 거겠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잘하게 될 수도 있고 어쩌면 다른 사람들도 웃을 수 있는 즐거운 글을 쓸 수 있게될지도 모른다. 마냥 머리속에 떠오르는 세계를 표현하고, 그 인물들을 묘사하기엔 내 실력이 아직 부족하다. 그러니 나는 다시 글을 쓴다. 미래의 내가 비웃을지도 모르는 글이지만.
한 번 더볼까, 하고 다시 일기장을 펼친다. 솔직 이상의 무례함이 담긴 일기장이기도 하다. 무슨 생각으로 이 글을 썼는지 모르겠다. 이 글을 보면서 선생님이 몇번이나 웃었을까, 일기 쓰기가 너무 귀찮아서, 했던 일을 나열해놓은 그 일기장이 너무 웃겨 얼마나 실소했는지 모르겠다. 연필 움직이기도 귀찮아했지만 책 읽기만큼은 좋아했던 내가, 이제는 남에게 헛된 망상만 심어놓을지도 모르는 소설을 쓰고 있다. 하지만 말이다. 남에게 드러내기엔 미흡한 글이지만, 내 주위의 몇몇 친구들이 보면서 마냥 재미있어하는 글이지만, 그 소설을 망상으로 일축하지 않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세계는 오로지 나만의 것이기 때문에, 나는 중독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게 일기 쓰기 싫어했던 나로부터 시작했다니. 일기장을 가방에 넣었다. 어린 날의 치기어린 상상이 소설 속에 펼쳐지는 현재, 나는 굉장히 즐거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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