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설레는 마음에 가슴이 콩닥콩닥 거렸다. 이번 체육대회에서 내가 출전하는 종목은 반 전체가 참여하는 훌라후프 종목과 개인전인 2단 줄넘기 종목이었다. 중간고사가 끝난 뒤부터 2주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동안 체육대회를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해왔다. 두 종목 모두 열심히 노력한 만큼 좋은 결실을 맺자고 마음을 다잡으며 힘찬 발걸음으로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친구들과 함께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똑같은 옷인 보라색 티셔츠와 몸빼바지의 우리 반 반티를 입고 운동장으로 달려 나갔다. 체육대회의 시작과 함께 나는 첫 번째 게임 종목인 2단 줄넘기 종목에 참가하였다. 중학교 때부터 꾸준히 해 온 2단 줄넘기였기 때문에 나름 자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나름 확신에 차 있던 나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각 반을 대표해서 출전된 친구들과 선배들이었기 때문에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이었다. 나는 50개는 무난히 넘지만 100개 이상은 넘지 못하고 보통 60~70개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하지만 무려 140개를 뛰는 선배도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그 동안의 나는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욱더 열심히 2단 줄넘기를 연습해서 내년 체육대회 때 다시 한 번 도전하리라고 결심하였다.
2단 줄넘기 대회를 마치고 반 친구들과 모여 이런 저런 포즈를 취해 사진을 찍으며 하나, 둘씩 추억을 만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응원도 하고 간식도 먹으며 친구들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반 전체가 다 같이 참여하는 훌라후프 순서가 다가왔다. 우리는 이 날을 위해 체육시간마다 오로지 연습에 몰두하며 이런저런 방법을 써 가면서 최대한 시간을 단축하려고 노력해왔다. 드디어 그동안 우리가 흘렸던 땀을 달콤한 승리로 보상받는 날이 온 것이다. 우리가 흘린 수많은 땀들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보란 듯이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하고 본선에 진출하였다. 더욱더 열심히 하자며 다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본선에 진출하였지만 너무 들떴는지 약간 실수를 하는 바람에 아쉽게도 2위를 차지하였다. 그래도 13반 중에 2등이면 잘했다며 서로를 얼싸안고 폴짝폴짝 뛰었다.
게임뿐만 아니라, 치어리더 공연과 2학년 선배들의 가장 행렬도 인상이 깊었다. 댄스부 동아리의 멋진 춤과 음악 선생님들께 실력을 인정받은 학생들의 노래도 들으면서 체육대회의 분위기는 식을 줄을 모르고 광란의 함성이 떠나가질 않았다. 그렇게 모두가 하나가 되었고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체육대회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막을 내려야 했다.
이번 체육대회를 통해 우리는 시험 성적 때문에 서로를 경계해야 했던 경쟁의 상대가 아닌, 함께 울고 웃는 10대 또래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 함께 뭉쳐야 산다는 것의 진리를 배우게 되었다. 물론 학창 시절 때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성적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친구를 얻는 것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을까. 나의 주변에 언제나 나를 응원 해 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더 깨닫게 해 주어 즐거운 한 때를 보낸 화창한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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