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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느티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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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억지로처럼 조금 미소하였다. 그리고 빙글 몸을 돌려 산비탈을 달려내려갔다. 바람이 마주 불었다. 나는 젊은 느티나무를 안고 웃고 있었다. 펑펑 울면서 하늘로 퍼져 가는 웃음을 안고 있었다. 아아, 나는 그를 더 사랑하여도 되는 것이다.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냄새가 난다.
 강신재/'젊은 느티나무'에서
영롱한 문장의 심리묘사 나도 모르게 눈물이...
강신재의 단편소설 ‘젊은 느티나무’는이렇게 시작한다.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냄새가 난다.’
이 문장은 내가 아는 한 단편소설의 첫 문장으로서 가히 백미랄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내게 일러준 이는 1980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서'매스컴론'을 강의하시던 유승삼 선생님이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나는 경기여고 교문 앞에 승용차를 세워두고 실로 21년 만에 이 소설을 다시 읽었다. 첫 문장에 이어 주인공 숙희의 내면 풍경이 펼쳐진다.
‘아니, 그렇지는 않다. 언제나라고는 할 수 없다. 그가 학교에서 돌아와 욕실로 뛰어가서 물을 뒤집어쓰고 나오는 때면 비누냄새가 난다.
나는 책상 앞에 돌아 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더라도 그가 가까이 오는 것을… 그의 표정이나 기분까지라도 넉넉히 미리 알아차릴 수 있다.
티셔츠로 갈아입은 그는 성큼성큼 내 방으로 걸어 들어와 아무렇게나 안락의자에 주저앉든가, 창가에 팔꿈치를 짚고 서면서 나에게 방긋 웃어보인다.
"무얼 해?"
대개 이런 소리를 던진다. 그런 때에 그에게서 비누냄새가 난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가장 슬프고 괴로운 시간이 다가온 것을 깨닫는다.
엷은 비누의 향료와 함께 가슴 속으로 저릿한 것이 퍼져나간다…'
이 소설의 가치는 비단 수려한 문장만은 아니다.
명작은 천재의 면모와 같이 분석할 수 없다. 뛰어난 것은 그냥 통째 좋은 법이다.
아아, 이렇게 빛나는 소설을 쓴 이도 결국은 비켜갈 수 없었던 죽음이란 대체 무엇인가?
강신재는 올해 5월 12일 새벽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7세.
그녀의 소설 '젊은 느티나무'는 첫사랑의 이야기다.
숙희라는 18세 여고생과 현규라는 22세 대학생 청년의 이루어질 수 없지만 떨쳐버릴 수 없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들은 이복 오누이 사이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나는영롱한 문장으로 빚어진 심리 묘사에 감탄하여 운전대를 잡고 눈물을 흘렸다.
이 소설은 1960년, 내가 태어나던 해에 발표됐다. 당시 강신재의 나이는 36세.
밤을 밝히며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이 사랑에 빠진 등장인물의 내면을 그려내었던 그 아름다운 여인은 이제 다시는 만나볼 수 없다. 나는그녀에게 감동을 고백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제는 단지 그녀가 부드러운 흙 속에서 영면하기만을 빌 뿐이다. [마르시아스 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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