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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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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
……한 사회와 다른 사회의 만남
덕성여고 1학년 장주희
'갈 수 있는 나라 모든 나라, 갈 수 없는 나라 꼬레'
처음 이 글을 읽는 사람이면 무슨 말인가 하고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었다. 분명히 지은이는 한국인이다. 다만 망명자라는, 항상 붙어 다니는 꼬리표 때문에 꼬레에는 갈 수 없는 것이다. 너무도 그리운 꼬레에...
여행이든 이민이든 무슨 이유이건 간에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떠나 다를 나라에 가게 된다는 것. 지금까지 그것은 그저 좋은 구경한다는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내 나라 내 땅을 떠나 남의 나라 남의 땅에 발을 내딛게 되면 그 첫 발부터 또 다른 사회를 접하게 된다. 각기 다른 사회가 만난다는 것은 쉬울 수도 있겠지만 많은 희생과 고통이 따르게 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그들과 생활방식이나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더라도 그것을 바꾸어 나가야 하지만 내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씻을 수 없는 꼬리표를 단 사람에게 사회적 시각은 달갑지 않기에 더 힘든 것은 당연하다.
자국에서 쫓기듯이 나온 것이 모자라 타국에서까지 수군거림을 들어야 하는 그 설움. 같은 민족을 더 두려워해야 했었던 이유. 항상 조국을 그리워했건만 매몰차게 뿌리치고 너무도 냉정하게 더 멀리 달아나 버렸던 나라. 가까우면서도 멀고 먼 나라 그것이 망명자들의 조국이 아닐까.
힘들 때 힘이 되는, 마음 놓고 편히 쉴 수 있는 진실된 국적을 가지고 있는 우리가 아닌 떠돌이의 시각, 한국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 굶주린 사람이기에 지은이는 누구보다 한국에 대해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밑바닥에서부터 온몸으로 프랑스라는 사회에 부딪치며 얻은 배움이 더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여기서 밑바닥이란 경제적 상황이나 사회적 지위가 아닌, 자의식이 불분명한 채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프랑스에서 본 한국은 정이 있는 나라이다. 유일하게 한국인에게서만 볼 수 있는 정은 예전에는 아름다웠지만 지금은 오히려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무조건 정에만 매달려 합리적인 생각을 방해하게 되었다.
한국에는 정이 있듯이 프랑스는 똘레랑스가 흐르는 사회이다. 똘레랑스란 한마디로 ' 다른 사람의 행동방식, 의견의 자유에 대한 존중' 을 뜻하는 것으로 자신이 존중받기를 원한다면 먼저 다른 사람을 존중해주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정과 똘레랑스가 조화를 이루어 나간다면 그야말로 인간적인 사회로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프랑스에서 본 한국은 염치라는 것 때문에 손해 보는 '바보 같은' 사람들이 사는 나라이다. 뻔뻔스러울 정도로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존중해주고 피해를 주지 않는 그들에게 우리의 모습은 어리석어 보이기만 했을 것이다. 프랑스에선 의견과 의견 또는 사상과 사상이 논쟁하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미움과 미움, 증오와 증오가 맞부딪친다는 사실 속에 '강요하는 나라'와 '설득하는 나라'의 차이점을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좋은 나라라고 해도 자신의 나라보다 좋은 나라는 없다. 사랑에 쌓여 살고 있어도 남의 나라에 산다면 당신은 여지없이 외롭고 쓸쓸한 이방인이다. 조국이 있어도 못 가는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한국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물결치고 있다. 어쩌면 한국에 대한 그리움보다 오히려 분단되어 있다는 현실이 그를 더 슬프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마음 속 사랑의 나라에 내리고 있을 실비를 그리워하며 그는 오늘도 향수에 젖어 눈물로 밤을 지새울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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