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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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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를 읽고 (미하엘 엔데 지음)
서울사대부여중 2학년 박준아
‘모모’ 이 책은 나의 절친한 친구로 인해 접하게 되었다. 우리 윗집에 사는 이 친구는 책벌레라서 나와 함께 큰 책방을 많이 가는 편이였는데 어느 날 책방에서 책을 고르는 중 그 친구가 갑자기 책 한 권을 집어들며 신나게 그 책에 대해 떠들었다.
“춘시기, 춘시기, 이 책 꼭 봐. 십만 원을 주고 사도 하나도 아깝지 않은 책이라구. 그리고 양장본이야.”
유독 양장본을 좋아하는 그 친구였고 나도 양장본 책을 무척 좋아한다. 그 빳빳하고 반들한 느낌이란.... 아무튼 이 책과의 첫 만남은 그러했다.
하지만 나는 그 책에 그려져 있던 수많은 시계들과 그곳을 지나가는 행인, 왠지 수상해 보이는 사람이 있고, 그 옆에 거북이가 어딘가를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는, 그런 독특하고도 신비스런 책 표지에 끌리면서도 먼저 잡은 다른 책을 들척거리느라 그 책을 그냥 지나쳤고 나와 모모의 만남은 조금 연기되었다.
며칠 후 우리 반 나연이가 이 책을 갖고 왔기에 나연이에게 빌려 그 책을 읽은 동안 나는 지은이(앞의 괴짜 친구 이름이다.)의 말을 흘려들은 것을 무척이나 후회하였다.
얼마 있지 않아 나와 지은이는 다시 큰 서점에 갔고 결국 ‘모모’라는 ‘아이’를 사왔다.
‘모모’의 내용 중에 기억나지 않은 부분은 한 부분도 없을 정도로 ‘모모’라는 책은 내 머리 속에 깊게 박혔었고 잊을 수 가 없다. 이렇게 나를 정신 차리지 못하게 만들던 이 책의 맨 첫 장에는 다음과 같은 아리송한 옛 아일랜드 동요가 쓰여 있다.
“어둠 속에서 비쳐 오는 너의 빛 어디서 오는지 나는 모르네. 바로 곁에 있는 듯, 아스라이 먼 듯 언제나 비추건만 나는 네 이름을 모르네. 꺼질 듯 아련히 빛나는 작은 별아.”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이 가사는 모모와 시간을 말하는 것 같다. 아무튼 이런 아리송한 말로 시작하는 ‘모모’는 이 책에 나오는 소녀의 이름이다. 이 이야기는 어떤 커다란 도시의 작고 화려하지 않은 옛날 원형극장의 터로 ‘모모’라는 소녀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모모의 모습을 말하자면 키는 작고 대단한 말라깽이에 나이는 가늠할 수 없고, 빗질이나 가위질은 한 적이 없는 듯이 마구 엉켜있는 칠흑같이 새까만 고수머리에, 거의 맨발로 돌아다녀 새까만 발, 색색가지 알록달록한 천을 이어 붙여 만든 치마를 복사뼈까지 치렁치렁 입고, 그 위에는 다 낡아빠진 헐렁한 남자 웃옷(또 키가 자랄 것을 염려해 줄이지 않고 소매를 손목까지 걷어올린...), 표지나 삽화를 보지 않으면 상상을 하기도 힘든 그런 행색의 수상한 아이였다. 이 아이는 아이 혼자 폐허에서 살게 내버려 둘 수 없다는 동네 사람들을 설득하여 결국 이 옛 원형극장에서 살게 된다.
나이가 100살이 넘었고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르고 부모도 누군지 모르는 수상한 아이…. 이 아이에게 나이며, 부모며, 고향 등을 묻는 어른들의 모습에서 문득 어린 왕자의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해”라는 말이 생각났다.
아무튼 이 수상한 모모는 아주 굉장한 능력을 갖고 있는 아이였다. ‘남의 말을 들어주는 능력’. 나는 처음에는 그런 게 무슨 대단한 능력이야 하고 생각했지만 그 능력 덕분에 모모는 마을 사람들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되었고 모든 사람들이 친구가 되었다. 모모의 가장 친한 친구는 나이가 든 도로 청소부 베포와 젊은 기기가 있었다. 나는 이 두 친구 때문에 이 책이 더욱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두 사람이 없는 ‘모모’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이 두 사람이 나는 좋다. 그 중에도 나는 도로 청소부 베포를 아주 좋아한다. 모모의 두 친구는 성격이 정반대로, 베포는 아주 느린 사람이고 기는 잘생긴 외모에 기막힌 말솜씨를 자랑하는 팔방미인이었다. 기기는 항상 모모에게 자신만의 세계를 보여준다. 5장에 나온 그의 이야기는 정말이지 최고다. 2장부터 나타나는 회색 신사들은 흔히 모든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악역이다. 이들은 인간의 일생을 먹고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한 것들이라고 밖에 말을 못 하겠다. 이들은 인간들이 기회를 주면 태어나는 것들로, 그들은 잿빛의 멋진 승용차와 거미줄 빛 양복, 잿빛의 중절모자를 쓰고, 작은 회색 시가를 피우는 얼굴까지도 잿빛인, 정말이지 잿빛의 마네킹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들은 말도 안 되는 공식과 가식으로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아가고 그 후에는 기억에서 사라지는, 있으면서도 없는 그런 것이었다. 그들이 다가오면 푹푹 찌는 한 여름에도 오슬오슬 한기를 느끼게 되는 그런 존재였다. 그들은 시간의 꽃으로 만든 시가를 태웠고 시가를 태우면 피어나는 시가의 연기는 그들의 목숨과도 같았다. 그들에게서 시가를 빼앗으면 그들은 소멸해 버리고 마는데 시간을 뺏어가려는 이들에게, 언제나 할 일 없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들이 벌써 빼앗은 시간들조차 정화시키는 ‘모모’는 영업에 있어 꼭 없애야 할 존재였다. 그리하여 모모와 회색 신사들의 전쟁은 시작되었다. 이들이 모모를 잡으려 했으나 “아무데도 없는 집”(시간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의 호라 박사가 도와주며 위기를 모면했으나 회색신사들은 모모의 친구들을 차례차례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였다. 우선 동네의 꼬마 아이들은 절대로 길거리에서 놀면 안 된다는 법을 만들어 탁아소라는 곳에 가둬 버려 노는 법까지도 가르친다. 또한 이야기꾼으로 성공한 기기는 유명한 사람이 되어 회색신사들의 손에 놀아나는 꼴이 되었으며, 우리의 베포는 모모가 자신들의 손에 잡혀 있으며 모모를 구하고 싶으면 몸값으로 10만 시간을 갚아야 한다고 속여 그 후 베포는 자신의 길은 버리고 오직 모모를 구하기 위해서 미친 듯이 길을 쓸고 또 쓸었다. 이곳에서 나는 감정에 젖어 울고 말았다. 모모는 “아무데도 없는 집에서”로 카시오페이아(미래를 알 수 있는 호라 박사님의 거북이)와 함께 가, 시간의 꽃을 보고 시간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며 식사를 하고 친구들에게 이 모든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서 말이 자랄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며 하루를 잔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다른 곳에서의 일 년이라서 이 하루로 모모를 일년 뒤인 현실로 가게 한다. 이곳에서 모모는 외로움이라는 것을 알고 친구들이 닥쳐있는 위기를 알게 되었다.
모모와 카시오페이아는 친구들을 하나씩 찾지만 결국 그러지 못하고 오히려 카시오페이아를 잃어버린다. 다시 찾은 카시오페이아와 또다시 “아무데도 없는 집”에 와 호라 박사로부터 친구들을 구하고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고, 그들은 결국 온 세계를 회색신사들의 손아귀에서 구해 낸다. 이 때의 박진감과 아찔함은 오줌이 마려워도 화장실을 갈 수 없을 정도였다.
다시, 또 다시 읽어도 다시 느껴지는 그런 책이다. 흔히들 미하엘 엔데를 마약 같은 작품을 쓰는 작가라고들 한다. 나 또한 미하엘 엔데의 작품에 깊이 빠져들었고 마법에 걸려버렸으며 지금도 마법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재미와 철학과 환상 등을 정말이지 마법처럼 풀어내는 위대한 작가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어디를 가나 팔에 끼고 다녔던 이 모모란 책은 절대 내 생에서 지워 질 수가 없는 그런 한 존재로 남아있을 것이다.
서울사대부여중 독서신문 '책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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