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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왕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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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의 별은 작은 혹성 325, 326, 327, 328, 329그리고 330의 별과 가까이 있었다. 그래서 왕자는 이 별들을 방문함으로써 지식을 넓히기로 했다. 첫번째 별에는 왕이 살고 있었다. 그 왕은 붉은 옷에 담비모피로 만든 옷을 입고, 단순하면서도 위엄이 있는 옥좌에 앉아 있었다.
「아! 신하가 한 명 왔구나.」왕이 어린 왕자가 오는 것을 보고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왕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가 나를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나를 어떻게 알아볼까?」
왕에게는 세상이 단순하다는 것을 왕자는 몰랐던 것이다. 왕들에게는 모든 사람이 다 신하인 것이다.
「가까이 다가오라, 좀더 자세히 볼 수 있도록.」이 왕은 마침내 자기가 모든 사람의 왕이라는 것을 뽐내려고 그렇게 말했다.
왕자는 앉을 자리를 찾기 위해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그 별 전체가 왕의 위엄 있는 담비가죽 옷으로 꽉 차 있었다. 그래서 왕자는 똑바로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왕자는 피곤하여 하품이 나왔다.
「왕의 어전에서는 하품하는 것은 예의에 벗어난 짓이로다.」라고 왕이 왕자에게 말했다.
「하품을 금지하노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왕자는 당황해서 대답을 했다. 「저는 긴 여행을 했어요. 게다가 잠도 못 잤어요...」
「그렇다면 하품을 하도륵 명하노라. 오랫동안 하품하는 것을 못 봤다. 하품하는 건 참 재미가 있구나. 자 하품을 하도록 하라! 이것은 명령이니라!」
「너무 그러시면 겁나요... 이제 더 이상 하품을 할 수 없는데요...」왕자는 무안하여 머뭇거리며 말했다.
「허허, 그렇다면 짐이 명하노니 어떤 때는 하품을 하고 어떤 때는...」
왕은 성급하게 말을 하였고 짜증이 나 있는 것 같았다.
그 왕이 근본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은 자기의 권위가 항상 존경받아야 된다는 것이다. 그는 불복종에 대해서만은 절대로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절대적인 군주였다. 그러나 그는 인품이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합당한 명령만 내렸다. 왕은 이러한 예를 들곤 했다. 「내가 만약 대장에게 명령하여 바닷새로 변하라고 한다면 대장이 내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 해도 그것은 대장의 잘못이 아니고 내 잘못이 되느니라.」
「앉아도 될까요?」왕자는 머뭇거리며 물었다.
「앉도록 명령하노라.」왕은 이렇게 대답하고 널찍하게 깔린 담비가죽 옷자락을 위엄 있게 끌어당겼다.
그러나 왕자는 이상하기만 하였다... 이 작은 별을 왕은 정말로 무엇을 지배하고 있는 것일까?
「폐하, 」왕자가 왕에게 말했다. 「외람되게 여쭈어 보는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질문하는 것을 허용하노라.」왕은 선뜻 대답했다.
「폐하, 무엇을 지배하십니까?」
「모든 것을 지배하지.」왕은 오직 위엄 있게만 대답했다.
「모든 것을요?」
왕은 자기의 별과 다른 모든 별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 모든 것을요?」왕자가 물었다.
「물론 전부 다지.」왕이 대답했다.
왕의 지배는 절대적일 뿐만 아니라 우주전체의 지배를 뜻하고 있었다.
「별들이 폐하에게 복종하나요?」
「물론이고말고, 」왕은 대답했다. 「별들은 즉시 복종한다. 짐은 불복종만은 용서치 않는다.」
그러한 권력은 왕자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만약 왕자가 이런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다면, 않은 의자를 뒤로 움직이지 않고, 해가 지는것을 하루에 44번이 아니라 72번도, 100번까지도, 200번까지도 구경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자기가 버리고 온 작은 별이 생각이 나서 약간 슬퍼졌던 왕자는 용기를 내어 왕에게 청했다.
「저는 해지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제발... 해가 지도록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내가 만약 대장에게 나비처럼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날아다니라고 명령하거나 비극을 쓰라고 하거나, 바닷새가 되라고 한 후 그 대장이 지시받은 명령을 이행하지 못한다고 할 때 둘 중에 누가 잘못인가?」왕이 질문했다. 「대장이냐, 아니면 짐이냐?」
「그야, 폐하지요.」왕자는 확고히 대답했다.
「맞았어. 사람은 누구나 그가 이행할 수 있는 의무를 요구해야 하지, 」왕은 말을 계속했다. 「정당한 권력은 첫째 합리적이어야 한다. 만약 네가 너의 국민을 바다에 가서 물속으로 뛰어들라고 명령한다면 그들은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내 명령이 합리적이기 때문에 나는 복종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거야.」
「그런데 저녁해를 보는 것은?」왕자는 또 물었다. 그는 한번 물은 질문에 대해서는 반드시 답을 얻어야만 한다.
「저녁해를 볼 수 있을 거야. 내가 명령을 내리겠다. 하지만 내 통치 철학에 따라서 조건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자.」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왕자가 물었다.
「음!」하고 말하고는 대답하기 전에 두툼한 책력을 찾아보았다. 「음! 오늘 저녁 8시 20분 전쯤이면 되겠다. 내 명령에 얼마나 잘 복종하는지를 알게 될것이다.」
왕자는 하품을 했다. 그는 자기 별에서 보았던 석양이 그리워졌다. 게다가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이곳에서 저는 더 이상 할일이 없어요, 」왕자는 왕에게 말했다. 「그러니 이제 떠나야겠어요.」
「가지 마라, 」신하가 생겨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왕이 말했다. 「가면 안돼. 대신을 시켜 줄 테다!」
「무슨 대신을요?」
「무슨 대신... 법무대신을 시켜 주마!」
「그러나 재판받을 사람이 없잖아요!」
「그야 알 수 없지, 」왕은 왕자에게 말했다. 「나는 아직 나의 왕국을 전부 돌아본 일이 없어. 나는 너무 늙었어. 마차를 세워 둘 장소도 얼고, 걸을 수도 없으니 말이야.」
「그렇지만 나는 이미 둘러 보았는데요!」왕자는 별 저쪽을 또 한번 흘끗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곳은 물론 저쪽에도 아무도 얼었다.
「그럼 네 자신을 재판할 수 있지 않니.」왕이 대답했다. 「그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다. 남을 재판하기보다는 자신을 재판하는 일이 훨씬 더 힘드는 일이다. 네가 네 자신을 공정하게 재판할 수 있다면, 너는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이다.」
「할 수 있지요.」왕자가 말했다. 「저는 어느 곳에서든지 제 자신을 재판할 수 있어요. 저는 이 별에서 살 이유가 없어요.」
「그래, 그렇다면!」왕이 말했다. 「내 별 어딘가에 늙은 쥐가 한 마리가 있는 것이 분명해. 밤에 쥐소리를 들었어. 너는 이 늙은 쥐를 재판할 수 있지. 가끔 이 늙은 쥐를 사형에 처하는 거야. 그러면 쥐의 운명은 너의 재판에 달려있지. 하지만 재판할 때마다 특사를 베풀어 줘. 한 마리밖에 없으니 아껴둬야해.」
「저는 아무에게도 사형 내리기는 싫어요. 그러니 저는 가겠어요.」왕자가 대답했다.
「가면 안 돼.」왕이 말했다.
그러나 출발준비를 마친 왕자는 늙은 군주에게 더 이상 괴로움을 주기 싶었다.
「폐하께서 즉시 명령에 따르는 것을 원한다면 폐하께서는 저에게 정당한 명령을 내리심이 옳은 줄로 아뢰오. 이를테면, 제게 1분 이내에 가버리라고 명령하실 수 있읍니다. 제가 보기에는 형편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왕이 아무런 대답을 안 했기 때문에 왕자는 잠시 주저했지만 한숨을 내쉬고는 곧 출발했다.
「너를 나의 대사로 삼겠노라.」왕이 급히 소리쳤다.
왕은 여전히 권위에 가득차 있었다.
「어른들은 정말 이상해.」왕자는 여행을 하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두 번째 별에는 젠체하는 사나이가 살고 있었다.
「오! 나를 찬미하는 사람이 오는구나!」젠체하는 사나이는 왕자가 오는 것을 보자 멀리서 소리쳤다. 젠체하는 사나이에게는 모든 사람들이 다 자기를 찬미하는 자로 보인다.
「안녕하세요.」왕자가 말했다. 「참 이상한 모자를 썼군요.」
「이것은 인사를 하기 위한 모자지.」젠체하는 사나이가 대답했다. 「사람들이 갈채를 보내면 모자를 들고 인사를 하지. 불행하게도 아무도 이 길로 지나가지 않았어.」
「그래요?」라고 왕자는 말을 했지만, 젠체하는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수 없었다.
「손뼉을 쳐요.」젠체하는 사나이가 왕자에게 지시했다. 왕자는 손뼉을 쳤다. 그러자 이 사나이는 모자를 살짝 쳐들고 공손히 인사했다.
『이번이 왕을 방문했을 때보다는 훨씬 재미있는데,』라고 왕자는 속으로 생각하면서 다시 손뼉을 쳤다. 이번에도 그 젠체하는 사나이는 모자를 살짝 쳐들고 인사를 했다. 5분 동안이나 손뼉을 친 왕자는 이런 단조로운 놀이에 싫증이 났다.
「어떻게 하면 모자를 떨어뜨릴 수 있나요?」왕자가 물었다.
그러나 젠체하는 사나이는 못 들은 체하였다. 젠체하는 사람들에게는 칭찬하는 말이 아니면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너는 정말로 나를 찬미하느냐?」그는 왕자에게 물었다.
「찬미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요?」
「찬미한다는 말은 네가 나를 이 별에서 내가 제일 잘 생기고, 옷도 제일 잘 입고, 제일 부자이며, 게다가 가장 지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지.」
「그러나 이 별 위에는 당신 혼자뿐인 데요!」
「부탁한다. 좌우간 나를 찬미해 줘.」
「나는 당신을 찬미합니다.」 왕자는 못마땅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이 뭐 그리 재미가 있나요?」
그리고는 왕자는 그곳을 떠났다.
『정말 어른들이란 별나단 말이야.』이렇게 생각하면서 왕자는 여행을 계속했다.
그 다음 별에는 술고래가 살고 있었다. 이 별의 방문은 잠시 동안이었지만, 왕자는 무척 실망하였다.
「거기서 뭘 하고 있지요?」왕자는 술고래에게 물었다. 술고래는 빈 병과 술이 가득찬 병들을 앞에 수북이 늘어놓고 말없이 앉아 있었다.
「술을 마시고 있지.」술고래는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왜 술을 마시지요?」왕자가 물었다.
「잊어버리려고 마시는 거야.」술고래가 대답했다.
「무엇을 잊으려고 하세요?」왕자는 물었다. 그는 벌써 그가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부끄러워하는 것을 잊는 거야.」술고래는 교수대에서 고백하는 것처럼 말했다.
「무엇이 부끄러워요?」어린 왕자는 그를 도와 주고 싶어 계속 물었다.
「술 마시는 것이 부끄럽지!」술고래는 이 말을 끝으로 하고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래서 왕자는 어리둥절해 하다가 그곳을 떠났다.
「어른들이란 정말로 이상하단 말이야.」그는 이렇게 혼잣말을 하면서 여행을 계속하였다.
이렇게 하여 일곱 번째로 방문한 별이 지구였다. 지구는 보통 별과는 달랐다. 그 곳에는 111명의 왕과(분명히 흑인 왕까지 포함해서), 7000명의 지리학자, 900000명의 사업가, 7500000명의 술고래, 311000000명의 젠체하는 사람들― 즉, 모두 합쳐서 약 20억의 어른들이 살고 있다.
지구의 크기를 말하자면. 전기가 발명되기 전까지 6개 대륙을 통틀어 가로등을 켜는 데만 462511명의 실제 군대 규모의 불켜는 사람들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얘기하겠다.
좀 떨어진 곳에서 보면 그것은 정말 대단한 장관을 이루었다. 이 집단의 움직임은 마치 오페라의 무용수처럼 질서정연했다. 처음에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의 불켜는 사람들의 차례가 되었다. 그들은 등불을 붙이고는 잠자리에들었다. 다음으로 중국과 시베리아의 불켜는 사람들이 춤을 추며 나타났다가는 무대 뒤로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다음 차례는 러시아와 인도였고, 그 다음은 아프리카와 유럽, 다음은 남미, 그 다음은 북미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단 한번이라도 무대에 나타나는 순서에 잘못되는 일이 없었다. 그것은 정말 장엄한 광경 이었다.
오직 북극의 하나밖에 없는 가로등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과, 남극에 하나밖에 없는 가로등을 책임지고 있는 그의 동료― 이 두 사람만이 아무 할일도 없고 걱정도 없이 지내고 있었다. 그들은 1년에 두 번 바쁠 뿐이었다.
사람이 재치 있게 굴기를 원한다면, 때때로 조금씩은 진실을 벗어나게 된다. 내가 가로등 켜는 사람이야기를 했지만 모두 정직한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다. 어쨌든 지구에 대하여 모르는 사람에게는 잘못된 지식을 전달할지도 모른다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나는 알고 있다. 인간이 지구에서 차지하는 공간은 매우 좁다. 지구에 살고 있는 20억 인간들이 어떤 큰 모임을 위해서 모이듯, 모두가 어떤 장소에 밀집해 곧바로 선다면 길이 20마일, 폭이 20마일 되는 광장에 충분히 들어갈 수가 있다. 또 태평양의 조그마한 섬 하나에 지구 위에 있는 모든 인간들을. 다 쌓아 올릴 수도 있다.
어른들은 확실히 이렇게 말한다면 이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넓은 장소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어른들은 바오밥처럼 자기를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어른들에게 스스로 계산을 하라고 충고하는 게 좋다. 어른들은 숫자를 숭배하기 때문에 계산하라고 하면 그들은 기뻐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쓸데없는 일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쓸모없는 일이다. 이 말만은 믿어도 된다. 왕자는 지구에 도착했을 때 사람이 보이지 않자 무척 놀랐었다. 딴 별에 잘못 도착한 것이 아닌가 걱정하고 있었는데, 달빛을 띤 금빛사리모양의 물체가 반짝거리며 모래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안녕.」왕자가 공손히 인사했다.
「안녕.」뱀이 말했다.
「내가 온 이 별은 무슨 별이지?」왕자가 물었다.
「지구야, 여기는 아프리카고.」뱀이 대답했다.
「아, 그래! 지구에는 사람들이 살지 않나 보지?」
「이곳은 사막이야. 사막에는 사람이 살지 않아. 지구는 굉장히 크지.」뱀이 말했다.
어린 왕자는 돌에 앉아 하늘을 쳐다보았다.
「과연, 」왕자가 말했다. 「하늘에서 별이 빛나는 것은 우리가 언젠가는 우리 자신의 별을 찾아가도록 하기 위함일까... 내 별 좀 봐. 우리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군. 어쩌면 저리도 멀까!」
「아름다운 별이구나.」뱀이 말했다. 「어떻게 여기에 왔지?」
「나는 꽃과 좀 다투었지.」왕자가 말했다.
「그랬었군!」뱀이 말했다.
둘은 말이 없었다.
「사람들은 어디 있지?」마침내 다시 말을 이었다. 「사막이란 곳은 좀 쓸쓸하구나...」
「사람들이 사는 곳도 역시 쓸쓸해.」뱀이 말했다.
왕자는 뱀을 오랫동안 자세히 쳐다봤다.
「너는 묘하게 생긴 동물이구나.」왕자가 마침내 말을 했다. 「손가락처럼 가느다랗고...」
「그러나 나는 왕의 손가락보다 더 강해.」뱀이 말했다.
왕자는 빙그레 웃었다.
「너는 그렇게 강하지 못해. 너는 다리도 없잖아. 여행도 할 수 없고
「나는 너를 어떤 배보다도 멀리 데려다 줄 수 있지.」뱀이 말했다. 뱀은 왕자의 발목을 마치 금팔찌같이 감았다.
「내가 건드리는 자는 누구나 그가 태어난 흙으로 돌려 보내 주지.」뱀이 다시 말했다. 「그러나 너는 순진하고, 정직하고 게다가 다른 별에서 왔으니까...」
왕자는 아무 대답도 안 했다.
「화강암으로 된 이 지구 위에 너 같은 약한 애가 있는 것을 보니 가엾은 생각이 드는구나.」뱀이 말했다. 「만일 네가 네 별이 그리워져서 돌아가고 싶어지면, 언젠가 내가 널 도와줄 수도 있어. 나는 할 수 있어―」
「그래, 잘 알았어.」왕자가 말했다. 「그런데 왜 너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만 하지?」
「수수께끼는 모두 내가 풀어.」뱀이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둘 다 말이 없었다.
왕자는 사막을 걸어갔다. 그리고 가는 도중에 몫 한 송이를 만났다. 꽃잎이 세개뿐인 하찮은 꽃이었다.
「안녕.」왕자가 인사했다.
「안녕.」꽃도 인사했다.
「사람들은 어디에 있지?」왕자가 공손히 물었다.
그 꽃은 대상(隊商)이 지나가는 걸 한번 본 적이 있었다.
「사람 말예요?」꽃이 되물었다. 「내가 알기로는 6, 7명이 존재할 거예요. 몇 년 전에 본 일이 있어요. 하지만 어디서 찾게 될지 알 수 얼어요. 사람은 바람에 밀려다니니까요. 그들은 뿌리가 없어요. 그래서 살아가기가 무척 힘이 들 거예요.」
「잘 있어.」왕자가 말했다.
「잘 가요.」꽃이 말했다.
거기를 떠나 어린 왕자는 높은 산에 올라갔다. 이제까지 알고 있었던 산이란 오직 무릎높이의 세 개의 화산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사화산을 발판으로 사용하곤 하였다. 『이 정도 높은 산에서라면.』왕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한 눈으로 이 별 전체와 모든 사람을 다 볼 수 있을 거야...』
그러나 바늘처럼 뾰족한 바위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안녕하세요.」왕자가 정중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하고 메아리만 들렸다.
「당신은 누구세요?」왕자가 물었다.
「당신은 누구세요― 당신은 누구세요― 당신은 누구세요?」라고 메아리가 대답했다.
「내 친구가 되어 줘, 난 혼자뿐이야.」왕자가 말했다.
「나 혼자뿐이야― 혼자뿐이야― 혼자뿐이야.」메아리가 대답했다.
『정말 이상한 별이구나!』라고 왕자는 생각했다. 『아주 건조하고, 뾰족하고, 아주 거칠고, 험악한 곳이야. 게다가 인간들은 상상력이 없어. 남이 말하면 그 말이나 되풀이할 뿐이지... 내 별에 있는 꽃은 항상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왔는데...』
그러나 왕자가 사막을 지나 바위를 지나 눈을 해치고 오랫동안 걸어가니 마침내 길 하나가 나타났다. 모든 길은 사람 사는 곳으로 통한다.
「안녕하세요.」라고 왕자가 말했다.
그는 장미꽃이 활짝 피어 있는 정원 앞에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장미가 말했다.
왕자는 장미꽃을 바라보았다. 이 꽃들은 모두 그의 꽃과 똑같아 보였다.
「너희들은 누구지?」왕자는 놀라서 물었다.
「우리들은 장미꽃이 랍니다.」장미가 대답했다.
이 말을 듣자 왕자는 슬퍼졌다. 그의 꽃은 자기가 이 세상에서 그런 종류로는 단 한 송이 뿐이라고 자랑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여기 하나의 정원에 그와 똑같은 꽃이 5천 송이도 더 있지 않은가!
『만일 내 꽃이 이 광경을 보면 무척 당황하겠지...』 왕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비웃음을 사지 않으려고 몹시 기침을 하며 죽어 가는 시늉을 하겠지. 그러면 나는 그 꽃을 살려 놓기 위해서 어거지로 간호하는 체를 해야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의 오만한 콧대를 꺾어 주려고 정말 죽어 버릴 거야...』
왕자는 이런 생각도 했다. 『나는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꽃을 가져 부자인 줄로만 알았지. 그러나 그것은 흔한 장미꽃이었어. 흔한 장미꽃 한 송이와 무릎높이의 화산 세 개― 그것도 하나는 영원한 사화산인데― 그걸 가지고 어떻게 위대한 왕자가 되겠어...』
왕자는 풀밭에 누워 소리내어 울었다.
여우가 나타난 것은 바로 그때 였다.
「안녕하세요.」여우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왕자도 공손히 대답하며 뒤돌아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 있어요.」목소리가 들렸다. 「사과나무 밑에요.」
「넌 누구지?」 왕자가 묻고는 이어서 말했다. 「넌 참 예쁘게 생겼구나.」
「나는 여우예요.」여우가 말했다.
「이리와 나하고 놀아.」왕자가 제안했다. 「난 아주 기분이 우울해.」
「나는 당신하고 놀 수 없어요.」여우가 말했다. 「길들어 있지 않아서요.」
「아! 그래.」왕자가 말했다. 그러나 얼마 동안 생각한 후 왕자가 말했다.
「길들인다는 말이 무슨 말이지?」
「당신은 이곳 사람이 아니군요.」여우가 말했다. 「여기서 무엇을 찾고 있지요?」
「사람을 찾고 있지.」왕자가 말했다.
「길들인다는 말이 무슨 말이야?」
「인간들은」여우가 말했다. 「총을 가지고 사냥을 해요. 그것이 곤란한 점이죠. 인간들은 닭을 기르는 데 단지 취미로 하는 겁니다. 당신도 닭을 찾고 있어요?」
「아니.」왕자가 말했다. 「나는 친구를 찾고 있어. 그런데 길들인다는 말이 무슨 말이지?」
「그것은 자주 소홀히 여기는 행동이예요.」여우가 말했다. 「그것은 인연을 맺는다는 뜻이지요.」
「인연을 맺는다구?」
「바로 그것이예요.」여우가 말했다. 「지금 내가 보기에 당신은 아직 수많은 다른 소년들과 별로 다를 게 없는 어린 소년에 불과하지요. 그래서 나는 당신이 없어도 괜찮아요. 당신 또한 내가 없어도 편하구요. 당신이 보기에 나는 수 많은 여우와 다를 게 없으니까요. 그러나 만일 당신이 나를 길 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돼요. 당신은 나에게 있어 이 세상에서 단 하나의 유일한 존재가 될 것이고, 당신에게 있어 나 역시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가 될 겁니다...」
「이제 이해할 것 같은데.」왕자가 말했다. 「꽃이 하나 있는데... 그 꽃이 나를 길들인 것 같애...
「그럴 수도 있지요.」여우가 말했다. 「지구 위에는 온갖 일들이 다 있으니까.」
「아니, 나는 지금 지구 위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야.」왕자가 말했다.
여우는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이었고 무척 궁금해 했다.
「다른 별 이야기인가요?」
「그래.」
「그 별에도 사냥꾼들이 있어요?」
「아니.」
「거 참 재미있는데요! 그럼 닭은요?」
「그런 것은 없어.」
「완벽한 곳은 아니군요.」하고 여우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여우는 한 생각이 떠올랐다.
「내 생활은 무척 단조로 와요.」여우가 말했다. 「나는 닭을 사냥하고, 인간들은 나를 사냥하지요. 모든 닭들이 비슷하고 또 사람들도 모두가 비슷해요. 그래서 나는 좀 지루해요. 그러나 당신이 나를 길 들인다면 나의 생활은 태양이 빛나는 것처럼 밝아질 거예요. 다른 사람들의 발자국소리와 다를 당신의 발자국소리를 알게 될 거예요. 다른 사람의 발자국소리를 들으면 급히 땅굴로 들어가버리지만, 당신의 발자국소리를 들으면 음악이라도 듣듯이 굴에서 뛰어나올거예요. 그리고 저길 봐요. 저기 푸른 밀밭이 보이지요? 나는 빵을 먹지 않아요. 밀은 나에게 소용이 없어요. 밀밭은 나에게 생각나게 하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건 슬픈 일이지요. 그러나 당신의 머리칼은 금발이군요. 당신이 나를 길들여 주면 당신의 금빛머리칼은 더욱 아름답게 보일 거예요! 황금및 밀을 보면 당신 생각이 나겠지요. 그러면 밀밭을 일렁이고 지나가는 바람소리조차도 사랑스러울 거예요...」
여우는 한참동안 왕자를 바라보았다.
「제발 나를 길들여 줘요!」여우가 말했다.
「나도 그러고 싶어.」왕자가 대답했다. 「그러나 나는 시간이 없어. 나는 친구를 찾아야 하고 알아야 할 것도 너무나 많이 있어.」
「인간들은 이미 길들여진 것만 알아요.」여우가 말했다. 「그들은 무엇을 알 시간이 없어요. 그들이 상점에서 사는 모든 것은 기성품이죠. 그러나 우정을 파는 상점은 없으니 인간들은 친구가 없어요. 당신이 친구가 필요하다면 나를 길들여 가져요...」
「그럼 너를 길들이려면 어떻게 하면 되지?」왕자가 물었다.
「인내심이 있어야 되지요.」여우가 대답했다. 「우선 당신은 나와 좀 떨어져서― 바로 그렇게― 풀밭에 앉아 있어야 돼요. 나는 당신을 옆눈으로 바라보면 당신은 아무말도 하지 말아야죠. 말이라는 건 오해의 근원이니까요. 그러나 하루하루가 지나는 동안에 당신은 조금씩 가까운 곳에 앉을 수 있게 됩니다...」
다음날 어린 왕자는 다시 찾아왔다.
「언제나 같은 시간에 찾아오는 것이 더 좋을 거예요.」여우가 말했다... 「이를테면 당신이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마음이 즐거워질 거예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행복한 기분이 점점 더해지죠. 4시가 되면 보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하게 되고 마침내 당신을 보면 행복감에 젖은 얼굴을 보게 될 거예요! 그러나 만일 당신이 아무때나 찾아오면, 나는 언제부터 당신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르지요... 그러니까 적당한 관례를 지켜야만 돼요...」
「관례란 게 뭐지?」왕자가 물었다.
「이것 또한 소흘히 여기고 있는 행동이지요... 여우가 말했다. 「그것은 어떠날을 다른 날과 구별하는 거예요. 즉 어떤 시간을 다른 시간과 구별하는 거지요. 이를테면 나를 쫓는 사냥꾼에게도 관례가 있어요. 매주 목요일에는 사냥꾼들이 마을 아가씨들과 춤을 추지요. 그래서 목요일은 나에게 즐거운 날이지요! 나는 포도 밭까지 산책 나갈 수가 있어요. 그러나 만일 사냥꾼들이 언제든지 정해진 날이 없이 춤을 춘다면, 그날이 그날일 테니까 나에게는 휴가라는 게 없지요.」
그렇게 해서 왕자는 여우를 길들이게 되었다. 그러나 왕자가 떠날 시간이 가까와졌다.
「아, 가시려고요.」여우가 말했다. 「나는 울고 말 거예요...」
「그건 네 잘못이야.」왕자가 말했다. 난 너를 괴롭힐려고 했던 게 아니야. 다만 네가 나에게 길들여 주기를 원했던 거지...」
「말아요.」여우가 말했다.
「하지만 이제 너는 울어 버리겠지!」왕자가 말했다.
「그래요.」여우가 말했다.
「그러니 결국 너에게 무슨 소용이 있었니!」
「소용이 있었어요.」여우가 대답했다. 「밀밭의 색깔을 보면 당신생각을 할테니까요.」그리고 여우는 덧붙여 말했다.
「한번 더 장미꽃을 보러 가세요. 그러면 당신 꽃이 세상에서 유일하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그리고 나에게 작별인사하러 여기 오세요. 그러면 나는 당신에게 선물로 어떤 비밀을 가르쳐 드리지요.」
왕자는 또다시 장미꽃을 보러 갔다.
「너희들은 내 장미꽃과 전혀 달라.」왕자가 말했다. 「아직까지 너희들은 나에게 중요하지가 않아. 누구도 너희를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도 누구 한 사람 길들이지 않았지. 너희들은 내가 처음 만났을 때의 내 여우와 같아. 내 여우도 처음엔 수많은 다른 여우와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러나 나는 여우를 친구로 삼았지. 이제는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되었어.」
이 말을 듣자 장미꽃들은 무척 당황하였다.
「너희들은 아름답게 피어 있지만 마음은 허무할 거야.」왕자가 말을 이었다.
「누구 한 사람도 너를 위해 죽지는 않을 거야. 그야 보통 지나가는 행인에게는 나의 장미꽃도 너희들처럼 보이겠지― 내 것이 된 그 장미꽃 말이야. 그러나 혼자 있는 내 꽃이 수천 개 장미꽃인 너희들 전부보다 훨씬 중요하지. 내가 물을 주었고, 유리덮개를 씌워 주었고, 그리고 바람막이도 세워 주었고, 나는 내 꽃을 위해 쐐기벌레도 잡아 주었지(그러나 나비가 되라고 두세 마리는 남겨 두었지). 나는 내 꽃이 불평하는 소리도, 자랑하는 소리도 들어 주었지, 심지어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도 이해해 주었어. 그 꽃은 내 장미꽃이니까.」
왕자는 다시 여우를 만나러 돌아왔다.
「잘 있어.」왕자가 말했다.
「잘 가세요.」여우가 말했다. 「그러면 내 비밀을 말해 주지요. 내 비밀은 별게 아니어요. 마음으로 보아야지만 바르게 볼 수 있다는 거예요. 매우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거지요.」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왕자는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되풀이했다.
「당신이 그 꽃에 바친 시간 때문에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예요.」
「내가 내 꽃에 소비한 시간 때문이라고.」왕자는 또 잊지 않기 위해 되풀이했다.
「인간들은 이러한 진리를 잊고 있지요.」여우가 말했다. 「그러나 당신은 그걸 잊어서는 안 돼요. 당신은 당신이 길들인 것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거예요. 당신의 장미에도 당신은 책임이 있어요...」
「나는 내 장미에 책임이 있다고.」왕자는 잊지 않기 위해 되풀이했다.
「안녕하세요.」왕자가 인사했다.
「안녕.」철도의 전철수(轉轍手)가 말했다.
「여기서 뭘하고 있어요?」왕자가 물었다.
「나는 여객들을 천명씩 나누어 보내는 일을 하지.」전철수가 말했다. 「여객을 싣고 오는 기차를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이번엔 왼쪽으로 보내는 거야.」
이때 불을 밝게 켠 급행열차가 천둥소리를 내며 전철수 초소를 뒤흔들며 지나갔다.
「굉장히 바쁘군요.」왕자가 말했다. 「저 사람들은 무엇을 찾고 있지요?」
「기관사조차도 모르는 일이지.」전철수가 대답했다.
그러자 불이 환히 켜진 두 번째 급행열차가 천둥소리를 내며 반대방향으로 달려갔다.
「벌써 돌아왔나요?」왕자가 물었다.
「이 여객들은 아까 그 여객들이 아니야.」전철수가 말했다. 「이것은 기차들의 엇갈림 이야.」
「그들이 있는 곳이 마음에 안 들었는가 보지요?」왕자가 물었다.
「사람들은 자기가 있는 곳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지.」전철수가 말했다.
그러자 불을 밝게 켠 세번째 급행열차가 천둥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저것은 첫번째 손님을 뒤쫓아가고 있나 보죠?」왕자가 물었다.
「뒤쫓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야.」전철수가 말했다. 「그들은 기차 안에서 자고 있어. 잠을 자고 있지 않으면 하품을 하고 있을 거야. 아이들만이 유리창에 코를 납작하게 대고 밖을 내다보지.」
「아이들만이 자기들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를 알고 있군요.」왕자가 말했다.
「아이들은 천 조각으로 만든 인형으로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에게는 인형이 매우 소중하게 되지요. 그래서 누가 인형을 빼앗으려 하면 아이들은 울어요...」
「아이들이 행복하구나.」전철수가 말했다.
「안녕하세요.」왕자가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장사꾼이 말했다.
이 장사꾼은, 갈증을 없애 주는 특효약이라는 알약을 팔고 있었다. 1주일 동안에 한 알만 복용하면 그후로는 아무것도 마시고 싶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왜 이런 약을 팔지요?」왕자가 물었다.
「왜냐하면, 이 약이 어마어마한 시간을 절약해 주지.」장사꾼이 대답했다.
「전문가들의 계산에 의하면, 이 약을 먹으면 1주일에 53분 절약한다는 거야.」
「그럼 그 53분을 가지고 무얼 하죠?」
「네가 하고 싶은 것 무엇이든지...
『나로서는,』왕자가 속으로 생각했다. 『만일 그 53분을 내 마음대로 쓰라고 하면, 나는 신선한 물이 솟아오르는 샘으로 걸어가겠어요.』
사막에서 비행기 고장이 일어난 지 8일째 되던 날, 나는 가졌던 물의 마지막 한 방울을 마시면서 장사꾼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정말로, 」나는 왕자에게 말했다. 「너의 지난날 이야기는 매우 재미있는데. 그러나 아직 비행기의 수리는 끝나지도 않았고, 게다가 마실 물도 없으니. 나도 시원한 물이 있는 샘터로 한가하게 걸어갈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는데!」
「내 친구 여우가―」왕자가 나에게 말을 했다.
「꼬마친구, 여우 따위에 관한 이야기는 그만하지!」
「왜요?」
「지금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야...」
왕자는 내 말 뜻을 몰라서 이렇게 대답했다.
「죽을 지경이라도 한 사람의 친구를 가졌다는 건 다행한 일이지, 이를테면 친구로서 여우가 있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지...」
「이 꼬마는 위험한 상태에 있는 것도 모르고 있군.」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배고픈 것도 모르고 목마른 것도 모르니, 약간의 햇빛만 있으면 되니까...」
그러나 왕자는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내 속을 아는 듯 이렇게 말했다.
「나도 목이 말라요. 샘을 찾아보지요...」
나는 몹시 지쳐 있는 모습을 했다. 이런 끝없는 사막에서 발길 닿는 대로 샘을 찾아 나선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래도 우리는 물을 찾아 출발했다.
우리는 몇 시간 동안 말없이 터덜터덜 걸었다. 그러자 어둠이 깔리고, 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는 갈증으로 약간의 열이 났다. 별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마치 꿈속에서 보는 듯했다. 아까 왕자가 한 말이 내 기억 속에 가물거렸다.
「그럼 너도 갈증이 나니?」나는 왕자에게 물어 보았다.
그러나 그는 내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다만 이렇게 말했다.
「물은 마음에도 좋을 거야...」
나는 이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묻지 않았다. 나는 그로부터 내 질문의 답을 얻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왕자는 지쳐서 주저앉았다. 나도 그 옆에 않았다. 그러자 왕자는 얼마 동안 잠자코 있다가 다시 말을 했다.
「별들이 아름다운 건 보이지 않는 한 송이 꽃 때문이지.」
나는 대답했다. 「그야, 그렇지...」그리고는 나는 더 이상 아무말도 않고 달빛 아래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모래언덕을 바라보았다.
「사막은 아름답군요.」왕자가 또 말했다.
그 말은 맞는 말이다. 나는 항상 사막을 좋아했다. 모래언덕에 앉아 있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침묵 속에서 무엇인가 생동하며 번득이고 있다...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왕자가 말했다. 「사막이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죠.」
나는 모래가 신비스럽게 빛나는 까닭을 갑자기 깨닫고 놀랐다― 내가 어릴 때 오래된 집에서 살았는데, 그 집에는 보물이 묻혀 있다는 전설이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없었다. 아마도 그걸 찾으려고 해본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보물이 묻혀 있다는 우리집이 마술에 쌓여 있는 것 같았다. 우리집은 비밀을 깊숙이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맞아.」나는 왕자에게 말했다. 「집이나 별이나 사막이나― 그들을 아름답게 하고 있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거야!」
「반갑군요.」왕자가 말했다. 「당신이 나의 여우와 같은 말을 하니까.」
왕자가 잠이 들어 나는 그를 팔에 안고 다시 걸어갔다. 나는 크게 감동되어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내가 깨어지기 쉬운 보물을 안고 가는 것 같았다. 이 지구상에서 이보다 더 쉽게 깨어질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나는 달빛아래서 왕자의 창백한 이마와 그의 감은 눈과 바람에 나부끼는 곱슬곱슬한 머리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껍데기에 불과하지. 가장 소중한 것은 보이지가 않아...』
어렴풋한 미소를 띄우며 왕자의 입술이 약간 열렸을 때 나는 또 생각했다.
『잠자고 있는 왕자가 나를 이토록 감동시키는 것은, 한 송이 장미꽃에 대한 그의 성실성 때문이다―』 그가 잠들어 있을 때조차도 그의 가슴속에 붉게 타오르는 한 송이 장미꽃의 영상이 있었다... 그러자 어린 왕자가 더욱 깨어지기 쉬운 것같이 느껴졌다. 나는 한줄기 바람에 의해 꺼져 버릴 등불처럼 느껴져서 왕자를 보호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을 하며 걸어가는 동안 날이 밝을 무렵 나는 샘을 발견하였다.
「사람들은...」어린 왕자가 말했다. 「모두 급행열차를 타고 가지만 그들은 무엇을 찾고 있는지 모르지요. 그래서 그들은 급히 왔다갔다 하고, 흥분하고, 돌고 또 도는 거지요...」
그리고 계속해서 말했다.
「그 고생은 쓸데없는 짓이죠...」
우리가 도착한 샘은 사하라 사막의 우물과 같지가 않았다. 사하라 사막의 우물은 모래 위의 웅덩이일 뿐이다. 그러나 이 샘은 마을에 있는 우물과 같았다. 그러나 이곳에는 마을이 없었다.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우물은 이상한데.」나는 왕자에게 말했다. 「모든 것이 다 준비돼 있어. 도르래, 물통, 줄도...」
그는 웃으며 줄을 잡아당겨 보았다. 그러자 도르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바람을 잊었던 바람개비처럼 도르래는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소리가 들리지요?」왕자가 말했다. 「우리가 잠을 깨게 한 우물이 노래를 부르고 있네요...」
나는 왕자가 줄을 당기는 일로 피곤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 맡겨, 너에겐 너무 무거워.」나는 말했다.
나는 천천히 우물가로 두레박을 당겨 올렸다. 두레박을 우물 가장자리에 올려 놓았다. 나는 피로했지만 성취감으로 무척 행복했다. 도르래의 노랫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것 같았고 잔잔히 일렁이는 물에는 햇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나 목이 마른데요.」왕자가 말했다. 「마시게 조금만 줘요...」
나는 왕자가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알았다.
나는 두레박을 왕자의 입에 갖다 대었다. 왕자는 눈을 감은 채 꿀꺽꿀꺽 마셨다. 그 물은 축제날의 음식처럼 맛이 있었다. 이 물은 참으로 보통 음식과는 달랐다. 이 물이 맛있는 것은 별빛아래 밤길을 걸었고, 도르래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내 두 팔로 퍼올린 물이기 때문이었다. 이 물은 선물처럼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크리스마스의 불빛. 자정미사의 성가소리, 다정스럽게 미소짓는 얼굴, 내가 받던 화려한 선물 같았다...
「당신이 살고 있는 이곳 사람들은...」왕자가 말했다. 「같은 정원에 장미꽃을 5천 그루나 심어 두지만― 그들은 이 정원에서 그들이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어요.」
「그들은 그것을 못 찾았지.」나는 대답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찾고 있는 것이 단 한 송이의 장미나 약간의 물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응, 맞는 말이야.」나는 말했다.
그러자 왕자가 계속 말했다.
「그러나 눈으로는 볼 수 없어. 마음으로 보아야지...」
나는 물을 마셨다. 이제 살 것 같았다. 해가 뜨자 모래가 벌꿀빛이었다. 그 벌꿀빛은 내 기분을 좋게 했다. 그런데 나에게 슬픈 생각이 들게 하는 건 웬일일까?
「약속을 지켜야만 돼요.」다시 내 옆에 와 앉으며 어린 왕자는 부드럽게 말했다.
「무슨 약속?」
「내 양에게 끼워 줄 입마개 말이예요... 나는 내 꽃을 보호할 책임이 있어요.」
나는 주머니에서 아무렇게나 그린 몇 장의 그림을 꺼냈다. 왕자는 그림들을 보더니 웃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이 그린 바오밥은 마치 양배추 같군요.」
「뭐라고!」
나는 따오밥의 그림에 대해서만은 자신이 있었는데!
「이 여우 그림은― 귀가 마치 뿔 같군요. 귀가 너무 길어요.」
그리고 다시 웃었다.
「그건 너무한데.」나는 말했다. 「나는 왕뱀의 뱃속과 겉 모습 이외에는 아무 것도 그릴 줄 몰라.」
「그만하면 됐어요.」그가 말했다. 「아이들은 이해를 하니까.」
「그래서 나는 입마개를 연필 스케치하였다. 나는 그것을 왕자에게 주면서 마음이 아팠다.
「내가 모르는 계획이 있구나.」 내가 말했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내가 지구에 내려온 지가... 내일이면 1년이 되는 날이예요.」
그러자 말이 없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이 근처에 내려왔었는데.」
그리고 그는 얼굴을 붉혔다.
그러자 다시 한번 아무런 까닭도 없이 나는 묘한 슬픈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을 하고 싶은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너를 만난, 일주일 전날 아침, 너는 사람이 사는 지역에서 1000마일이나 떨어진 곳을 혼자 걷고 있었는데 그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었지? 너는 도착했던 장소로 돌아가던 중이었지?」
어린 왕자는 다시 얼굴을 붉혔다.
나는 약간 머뭇거리다가 계속해서 말했다.
「아마 1주년 기념일이라서 그랬지?」
어린 왕자는 다시 얼굴을 붉혔다. 그는 결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얼굴을 붉히면 「그렇다」는 뜻이 아닌가?
「아, 」나는 왕자에게 말했다. 「나는 약간 겁이 나는데―」
그러나 그는 나의 말을 가로막았다.
「일을 해야 돼요. 비행기 있는 곳으로 가야 해요. 내가 여기서 내일 저녁에 다시 이곳으로 오세요...」
그러나 나는 안심할 수 없었다. 나는 여우를 생각했다. 자신을 길들여지게 내 맡기는 사람은 울 각오를 해야한다...
우물 옆에는 무너진 낡은 돌담이 있었다. 다음날 저녁 내가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왕자가 담 위에 올라 발을 대롱거리며 있는 것을 멀리서 보았다. 그리고 그가 이렇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한데 넌 기억을 못하는구나. 이곳은 바로 그 지점이 아냐.」
누가 그에게 대답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왜냐하면 왕자가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래, 그래! 오늘이 바로 그날이야. 그러나 장소는 이곳이 아니야.」
나는 계속해서 그 담쪽으로 걸었다. 그러나 아무도 보이지 않고,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왕자는 또다시 말했다.
「―틀림없어. 너는 모래 속에서 내 발자국이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보게 될 거야. 그러면 거기서 나를 기다리기만 하면 돼. 오늘 밤 거기로 갈께.」
나는 담에서 겨우 20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잠시 후 어린 왕자는 다시 말을 했다.
「너는 좋은 독약을 가지고 있지? 그 약만 있으면 나는 오랫동안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내 가슴은 산산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 이제 가봐.」왕자가 말했다. 「담에서 내려갈 테야.」
나는 그 때 담 밑을 내려다보았고 이어서 허공으로 뛰어들었다. 내 앞에는 단 30초면 사람의 목숨을 끊을 수 있는 노란 독사가 어린 왕자와 마주 보고 있었다. 나는 권총을 꺼내려고 호주머니에 손을 넣으면서도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그러나 내 발자국 소리를 듣고 독사는 샘물의 사라지는 물보라처럼 가벼운 쇠붙이 소리를 내며 슬금슬금 모래 위를 기어가다가 돌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내가 돌담에 닿았을 때 마침 내려오는 왕자를 내 팔에 안을 수 있었다. 그의 얼굴은 눈같이 새하앴다.
「어찌된 일이지?」나는 물었다. 「왜 뱀과 이야기하고 있었어?」
나는 그가 늘 목에 감고 있는 금빛 머플러를 느슨하게 해주었다. 나는 왕자의 관자놀이에 물을 축이고, 물을 먹였다. 이제 더 이상 왕자에게 물어 볼수가 없었다. 그는 나를 진지하게 쳐다보다가 두 팔로 내 목을 껴안았다. 나는 총알을 맞고 죽어 가는 새의 심장처럼 왕자의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엔진 고장을 발견했다니 다행스럽군요.」그가 말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네요― .」
「어떻게 그 사실을 알 수 있지?」나는 고칠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순조롭게 잘 되었다는 것을 지금 막 말하려던 참이었다.
왕자는 묻는 말에는 대답도 않고, 덧붙여 말했다.
「나도 오늘 집에 돌아가려고 해요」
그리고 슬픈 듯이―
「그곳은 더 멀고요... 더욱 힘든 곳이예요...」
나는 심상치 않은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어린애를 껴안듯이 왕자를 확 껴안았다. 그러나 내가 막지 못할 심연으로 왕자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의 모습은 멀리서 길을 잃은 사람처럼 매우 심각해 보였다.
「나는 당신이 그려 준 양도 있고요. 양이 살 수 있는 상자와 양의 입마개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왕자는 쓸쓸히 웃었다.
나는 오랬동안 왕자를 지켜보았다. 조금씩 기운을 차리는 것 같았다.
「사랑스런 꼬마친구...」나는 왕자에게 말했다. 「너는 두려워하는구나...」
왕자는 겁을 먹고 있었다. 분명히 겁을 먹고 있었지만 왕자는 가볍게 웃었다.
「오늘밤에 난 더 겁을 먹을 거예요.」
다시 한번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느낌에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 왕자의 이 웃음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겠구나 생각을 하니 더욱 견딜 수가 없었다. 나에게는 그 웃음소리가 사막에서의 샘물과 같았다.
「꼬마친구, 」나는 말했다. 「나는 너의 웃음소리를 다시 한번 듣고 싶어.」
그러나 그가 말하기를...
「오늘밤이면 1년이 되지요... 내 별은 작년에 내려왔던 그곳의 바로 위에 오는 거지요...
「꼬마친구, 」내가 말했다. 「뱀 이야기니, 만나는 장소니, 별이니 하는 말은 터무니없는 얘기지, 그렇지...」
그러나 나의 이러한 질문에는 대답하지도 않고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예요...」
「그건 나도 알아...」
「꽃도 마찬가지예요. 만약 당신이 별 위에 있는 꽃을 사랑한다면 밤에 하늘을 쳐다보는 것이 무척 즐거을 거예요. 모든 별들은 꽃이 활짝 피어 있을 거예요...」
「나도 그건 알아...」
「물도 마찬가지였어요. 당신이 나에게 먹여 준 물은 도르래와 줄 때문에 음악과 같았어요. 그리고 참으로 맛있는 물이었지요.」
「그래, 알고 있어...」
「밤에 별을 바라보겠지요. 내가 사는 곳은 모든 것이 너무나 작기 때문에 내별이 어디에 있는지 당신에게 보일 수가 없어요. 그것이 오히려 더 좋아요. 당신에게 내 별은 그 별들 중의 하나가 될 겁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하늘에 있는 모든 별들을 다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게 되겠지요... 그들은 모두 당신의 친구가 될거예요. 그리고 내가 당신에게 선물을 하나 하겠어요...」
그는 다시 웃었다.
「아, 어린 왕자, 나의 어린 왕자! 나는 그 웃음소리 듣는 걸 좋아해!」
「그것이 바로 내 선물이예요. 그것은 우리가 물을 마셨을 때와 똑같은 것이 될 거예요...」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모든 사람은 별을 가지고 있어요.」왕자가 대답했다. 「그러나 사람마다 각기 다른 별을 가지고 있지요. 여행자들한테는 별들이 안내자지요. 또 어떤 사람들한테는 하늘에 있는 조그마한 불빛에 불과하지요. 학자들에게는 별들이 문제가 되지요. 내가 만난 사업가에게는 별들이 재산이고요. 그러나 모든 별들은 말이 없어요. 당신은― 다른 사람과는 달리― 다른 사람이 갖지 않은 별들을 갖게 될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지?」
「그 별중의 하나에서 나는 살게 될 겁니다. 그 중의 한별에서 나는 웃고 있을 거예요. 그러므로 당신이 밤에 하늘을 쳐다보면 모든 별이 웃고 있는 것같이 보일 겁니다... 당신은― 당신만은― 웃을 수 있는 별을 갖게 될 거예요!」
그리고 왕자는 다시 웃었다.
「당신의 슬픔이 가라앉을 때에는(시간이 모든 슬픔을 진정시킵니다) 당신은 나와 알게 된 것을 만족스러워할 겁니다. 당신은 언제나 나의 친구가 될 거예요. 당신은 나와 함께 웃고 싶어질 것이고. 그리고 그 즐거움을 위해 때로는 창문을 열게 될 겁니다... 그러면 당신의 친구들은 당신이 하늘을 쳐다보며 웃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겠지요. 그때 당신은 친구들에게 말한 겁니다. 『나 는 별을 보면 웃고 싶어져!』 그러면 친구들은 당신이 미쳤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렇다면 내가 당신에게 쓸데없는 장난을 한 것이 되겠는 걸요...」
그리고 왕자는 또 웃었다.
「그것은 내가 별 대신에 당신에게 웃을 줄 아는 작은 방울을 많이 준 것과 같군요...」
그리고 그는 다시 웃었다. 그리고는 곧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밤엔― 오면 안돼요.」
「나는 너를 보내지 않을 거야.」나는 말했다.
「나는 괴로운 것 같이 보일 겁니다. 나는 마치 죽어 가는 것 같이 보일 겁니다. 그런 얼굴을 보러 오지 마세요. 헛수고일 뿐이예요...」
「나는 너를 보낼 수 없어.」
그러나 왕자는 두려워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건― 뱀 때문이야. 뱀이 너를 물어서는 안 돼. 뱀은 고약한 동물이야. 이 뱀은 너를 장난삼아 물 수도 있어...」
「나는 너를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어.」
그러나 왕자는 어떤 생각을 한 듯 안심하는 것 같았다.
「뱀이 두 번째 물 때는 독이 없데요.」
그날밤 나는 왕자가 떠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왕자는 소리 없이 내 곁을 떠났다. 내가 뒤를 쫓아 왕자를 발견했을 때 그는 결심이나 한 듯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단지 나에게 이런 말만 했다.
「아! 당신이군요...」
그리고 왕자는 나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두려워하고 있었다.
「당신이 온 것은 잘못된 거예요. 당신은 괴로울겁니다. 나는 마치 죽은 것 같이 보일 거예요. 그러나 정말 죽는 것은 아니예요...」
나는 아무말도 안 했다.
「이해하실 거예요... 너무도 먼길이예요. 이 몸이 함께 갈 순 없어요. 이 몸은 너무 무거워요.」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몸은 버려진 낡은 조개껍질 같을 거예요. 낡은 조개껍질을 보고 슬퍼할 사람은 없지요...」
나는 아무말도 안 했다.
그는 약간 용기를 잃는 것 같았다. 그러나 다시 힘을 내어 이렇게 말했다.
「당신도 알지요. 참 좋은 일이예요. 나도 역시 별을 볼 겁니다. 모든 별들은 녹슨 도르래가 붙어 있는 샘이 될거예요. 모든 별들은 신선한 물을 뿜어 내가 마실 수 있게 하겠지요...
나는 잠자코 있었다.
「그것은 매우 재미있을 거예요! 당신은 5억 개의 작은 방올을 갖게 될 겁니다. 그리고 나는 5억 개의 맑은 샘을 가지게 되지요...」
왕자도 역시 더 이상 말을 못했다. 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 나를 혼자 내버려 두세요.」
그리고 그는 앉았다. 두려웠기 때문이다. 왕자는 다시 말을 계속했다.
「알지요― 내 꽃 말이예요... 나는 그 꽃을 책임져야 해요. 그리고 그 꽃은 너무 약해요! 너무도 순진하고요! 모든 세상에 맞서 자기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전혀 소용이 없는 네 개의 가시밖에 없어요...」
나도 역시 앉았다.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요...」
그는 아직도 약간 망설였다. 그러나 일어났다. 그는 한 발짝 걸었다. 그러나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왕자의 발목 가까이에서 노란빛이 반짝하였을 뿐이었다. 잠시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는 비명을 지르지도 않았다. 그는 나무가 쓰러지듯 조용히 쓰러졌다. 모래밭이라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이제 벌써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나는 아직 이 이야기를 누구에게 해본 적이 없다. 내가 돌아온 후에 만난 친구들은 살아 돌아온 것을 무척 기뻐했다. 나는 슬펐었지만 그들에게 「피곤해서.」라고 말했다. 이제는 나의 슬픔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렇다고 완전하게 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어린 왕자가 자기의 별에 돌아간 것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나는 날이 밝았을 때 왕자의 몸을 찾지 못했었다― 왕자의 몸은 그렇게 무거운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밤이면 별들의 소리를 듣기를 좋아한다. 그것은 마치 5억의 작은 방울들과 같다...
그러나 큰일이 하나 있다... 나는 어린 왕자에게 입마개를 그려 줬을 때 그만 잊고 입마개에 가죽끈을 달아 주지 않았었다. 왕자는 자기의 양에게 입마개를 씌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걱정을 늘 한다. 그의 별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 혹시 그 양이 그 꽃을 먹어 버리면 어쩌나...
어떤 때에는 이런 생각을 한다. 『그럴 리가 없어! 왕자는 매일밤 그 꽃에 유리덮개를 비우고 양을 잘 지켜볼 테니까...』이런 생각을 하면 안심이 된다. 그리고 모든 별들이 다정하게 웃는다.
또 어떤 때는 이런 생각을 한다. 『어쩌다가 사람들이 방심할 때가 있는데, 그러면 끝장인데! 혹시 어느날 저녁 왕자가 유리덮개를 비우는 걸 잊어버렸는데 그날밤 양이 소리 없이 빠져 나갔다면...』 이런 생각을 하면 작은 방울들은 모두 눈물로 변해 버린다...
그러니 이것은 정말 크나큰 수수께끼이다. 어린 왕자를 사랑하고 있는 여러분들과 나는 우리가 보지도 못한 어떤 양이 우리가 모르는 어느 곳에 피어 있는 장미 한 송이를 먹었느냐 안 먹었느냐에 따라서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달라질 수가 있다.
하늘을 바라보라. 그리고 자신에게 물어 보라. 양이 그 꽃을 먹었느냐? 안 먹었느냐? 그러면 이 세상 모든 것이 얼마나 달라지는가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어른들은 이것이 그토록 중요하다는 것을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곳이 나에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가장 슬픈 곳입니다. 이것은 앞 페이지에 있는 것과 같은 그림이지만 여러분들의 기억에 되새기도록 다시 그렸읍니다. 이곳이 어린 왕자가 지구에 나타났다가 사라진 곳입니다. 이 그림을 자세히 봐두었다가 여러분이 언젠가 아프리카 사막을 여행하게 되면 이곳을 즉시 알아보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만약 이곳에 당도하게 되면 급히 서둘러 지나쳐 버리지 마십시오. 바로 저 별밑에서 잠시만 기다려 보십시오.
그때 작은 소년이 나타나서 웃거든, 금빛 머리카락의 소년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거든, 당신은 그가 누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나거든 그가 돌아왔다는 말을 전해 주어서 나를 기쁘게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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