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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훈
1. 雙頭鷲行進曲
가을 학기가 되자, ＯＯ일보사에서 주최하는 학생계몽운동(學生啓蒙運動)에 참가하였던 대원들이 돌아왔다. 오늘 저녁은 각처에서 모여든 대원들을 위로하는 다과회가 그 신문사 누상에서 열릴 것이다.
오륙백 명이나 수용할 수 있는 대강당에는 전조선의 방방곡곡으로 흩어져서 한여름 동안 땀을 흘려가며 활동한 남녀 대원들로 빈틈없이 들어찼다.
폭양에 거른 그들의 시컴언 얼굴! 큰 박덩이만큼씩한 전등이 드문드문하게 달린 천정에서 내려 비치는 불빛이 휘황할수록, 흰 벽을 등지고 앉은 그네들의 얼굴은 더 한층 검어 보인다.
만호장안의 별처럼 깔린 등불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도록, 사방의 유리창을 활짝 열어제쳤건만, 건장한 청년들의 코와 몸에서 풍기는 운김이 우거진 콩밭 속에를 들어간 것만치나 후끈후끈 끼친다.
정각이 되자, P학당의 취주악대(吹奏樂隊)는 「코르넽」, 「트롬본」 같은 번쩍거리는 악기를 들고 연단 앞줄에 가 벌려 선다. 지휘자가 손을 내젔는 대로 힘차게 연주하는 것은 유명한 독일사람의 작곡인 쌍두취 행진곡(雙頭鷲行進曲)이다. 그 활발하고 장쾌한 「멜로디」는 여러 사람의 심장까지 울리면서 장내의 공기를 진동시킨다.
악대의 연주가 끝난 다음에, 사회자인 이 신문사의 편집국장이 안경을 번득이며 점잖은 걸음걸이로 나타났다.
『에 -- 아직 개학을 아니헌 학교도 있어서, 미처 올라오지 못한 대원이 많을 줄 알었읍니다. 그런데, 뜻 밖에 이처럼 성황을 이루어서 장소가 매우 협착한 까닭에, 여러분끼리 서로 간친하는 기회를 드리려는 다과회가 무슨 강연회처럼 되었읍니다』
하고 일장의 인사를 베픈 뒤에, 으흠으흠 하고 헛기침을 해서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금년에는 여러 가지로 지장이 많었는데도 불구하고, 작년보다도 거진 곱절이나 되는 놀라울 만한 성적을 보게 됐읍니다. 이것은 오직 동족을 사랑하는 여러분의 열성과, 문맹을 한 사람이라도 더 물리치려는 헌신적 노력의 결과인 것이 물론입니다. 그러므로 주최자측으로서 여러분의 수고를 감사할 뿐 아니라, 우리 계몽운동의 장래를 위해서 경축하기를 마지 않는 바입니다』
처음에는 늦게 들어오는 사람들 때문에 수성수성하던 장내가, 인제는 기침 소리 하나 없이 조용해졌다. 사회자는 말을 이어
『긴 말슴은 허지 않겠으나 차나, 마셔 가면서 간담적으로 피차에 의견도 교환하고, 그 동안에 분투한 체험담도 들려주셔서, 앞으로 이 운동을 계속하는데 크게 참고가 되게 해 주시기를 바 라는 바입니다』라고 부탁을 한 후 단에서 나렸다.
대원들 중에서 제일 나이가 들어 보이는 어느 전문학교의 교복을 입은 학생이 나아가 간단한 답사를 하고 돌아왔다.
문간에서 회장을 정돈시키던 이 신문사의 「빼지」를 붙인 사원이 눈짓을 하니까, L여학교 가사과의 학생들은, 굉장한 연회나 차리는 듯이 일제히 「에프론」을 둘르고 돌아다니며 자기네의 손으로 만든 과자와 차를 주욱 돌른다.
대원들은 찻잔을 받어 들고 앉어서 무릎 우에 올려 놓은 과자 접시를 드려다 보면서
(애개 --, 요 걸루 어디 간에 기별이나 가겠나) 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맛을 다신다.
장내는 사기그릇이 부디쳐 대그락거리는 소리와 잡담을 하는 소리로 웅성웅성 하는데, 맨 앞줄 한 구석에서 「하와이안·끼이타」를 뜯는 소리가 모기 소리처럼 애응애응 하고 들리기 시작한다.
남양의 달밤을 상상케 하는 애련하고도 청아한 선율(旋律)에, 회장은 다시 조용해졌다. C전문의 명믈인 익살군으로 「끼이타」의 명수인 S군이 자청을 해서 한 곡조를 타는 것이다.
S군은 한참 타다가, 저 혼자 신이 나서 악기를 들고 일어나 엉덩춤을 춘다. 메기같이 넙적한 입을 실룩거리며 토인의 노래를 숭내내는데, 그 목소리는 체수에 어울리지 않게 염생이가 우는 소리와 흡사하게 떨려 나와서, 여러 사람의 웃음보가 터졌다. 어떤 중학생은 웃음을 억지로 참다가, 입에 물고 있던 과자를 앞줄에 앉은 사람의 뒤통수에다가 확 내뿜었다. 한 구석에 몰려 앉은 여학생들은 손수건을 입에다 대고 허리를 잡는다.
『재청요 --』
『앤콜 -- 앤콜 --』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일어나며 회장 안은 벌통 속처럼 와글와글 한다. S군은 저더러 잘한다는 줄만 알고, 두 번 세 번 껑충거리고 나와서 익살을 깨뜨리는 바람에, 점잖을 빼던 사회자도 간신히 웃음을 참고 앉았다. 그는 미소를 띠우고 일어서며
『여러분 고만 조용히 헙시다』
하고 손을 들었다.
『지금부터 여러분의 체험담을 듣겠읍니다. 한 사람도 빼어놓지 않고 고향에서 활동하던 이 야기를 골고루 듣구는 싶지만, 시간이 허락지 않는 관계로 유감천만이나, 사회자가 몆 분을 지적할 수밖에 없읍니다』
하고 양복 주머니에서 각 지방으로부터 온 통신과, 이미 신문에 발표된 대원들의 보고서(報告書)를 한 뭉텡이나 끄내 놓고 뒤적거리더니
『금년에 활동에 계몽대원 중에 뛰어나게 좋은 성적을 보여 주었을 뿐 아니라, 글을 깨쳐준 아동의 수효로는 우리 신문사에서 이 운동을 개시한 이래 최고기록을 지은 분을 소개하겠소이다』 하고는 다시 안경 넘어로 서류를 드려다 보다가 얼굴을 들고 선생이 출석부를 부르듯이
『××고등농림의 박동혁(朴東赫) 군!』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래는 테를 메인 듯이 긴장해졌건만, 제 이름을 못 들었는지 얼핏 대답하는 사람이 없다.
『박동혁 군 왔소?』
사회자는 더 한 층 목소리를 높이고는 사면을 살핀다. 만장의 학생들은
(박동혁이가 어떻게 생긴 사람이야?)
하는 듯이 서로 돌려다 보며 이름을 불리는 고농 학생을 찾는다.
『여기 있읍니다』
맨 뒷줄에서 굵다란 목소리가 청처즘하게 들렸다. 여러 사람의 고개는 일제히 목소리가 난 대로 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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