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옛날부터 한라산은 신선이 놀던 산이라고 한다.

신선들은 흰 사슴을 타고 여기저기 절경을 구경하고 정상에 있는 백록담에 이르러 그 맑은 물을 사슴에게 먹였다. 그래서 백록담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지금은 한라산을 이웃집 출입하듯 등산하지만 옛날엔 신선밖에 올라갈 수가 없었다. 사람이 반쯤만 오르면 안개가 순식간에 꽉 끼어 지척(가까운 거리)을 분간할 수 없게 한다고 전해지는데 이것은 선경( 신선이 산다는 곳)에 인간이 올 수 없도록 신선이 조화를 부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백록은 신선이 타고 다니는 말이어서 사냥꾼도 잡지 아니한다. 만일 백록을 쏘았다고 하면 그 사냥꾼은 천벌을 받아 그 자리에서 즉사해 버라고 말았다 한다.

옛날 도리 감발내 곁에 살던 안 포수가 백록을 쏜 일이 있었다. 그는 104살까지 살았는데 일생 포수로서 살아온 사람이다. 그래서 짐승이 보였다 하면 백발백중 맞혀 잡았다.

어느 날 산중을 돌며 짐승을 찾는데 저쪽 숲에서 사슴이 한 마리 내달았다. 안포수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팡하고 활을 놓았다. 맞았는가 확인할 필요도 없이 여느 때처럼 달려가서 사슴 위를 덮치는 순간 칼을 빼어 사슴의 배를 찔렀다.
 "이젠 한 놈 잡았다."
이렇게 의식하는 순간에야 정신이 들어, 짐승을 보니 백록이었다. 안포수는 정신이 아찔하였다.
 "과연 몰라 뵈었습니다. 잘못 봐 가지고 이런 대죄를 범하였습니다."
머리를 땅에 극진히 빌었다. 그래서 겨우 목숨이 살아는데 만일 그렇게 빌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즉사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백록담은 신선들의 전설로 보아 옛부터 신성하게 생각하던 곳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