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마울에 홀어머니를 봉양하며 의좋게 살던 수월이와 녹고 라는 남매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어머니께서 병이 들어 자리에 누우시게 되었다. 그러나 온갖 약을 써도 병은 낫지 않고 오히려 병은 날로 심각해져 남매는 근심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곳을 지나가던 스님이 남매의 딱한 사정을 알고는 백가지의 약초를 가르쳐 주며 백가지 약초 모두를 달여 먹으면 어머니의 병환이 나을 거라는 말을 해주었다. 남매는 스님이 가르쳐 준 약초를 구하러 들과 산을 누비며 돌아다니게 되었다.

백 가지의 약초 가운데 아흔 아홉 가지의 약초는 구했으나 단 한 가지 오가피라는 약초를 구하지 못했다.그러던 어느 날 남매는 이 곳 수월봉에 이르러 벼랑 중간쯤에 자라고 있는 오가피나무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수월이는 위험을 무릅쓰고 아슬아슬한 벼랑을 기어 내려가 간신히 그 약초를 동생에게 건네는 순간 그만 손이 풀리면서 벼랑 아래 바다로 떨어지고 말았다.

누이를 잃은 슬픔으로 열 이레 동안 누이를 부르며 통곡하던 녹고의 눈물은 바위틈으로 흘러 약수 '녹고'가 되고, 이후로 사람들은 이 봉을 '녹고 물오름' 혹은 수월봉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