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서면 사정리 상보마을과 지경마을 사이에 험준한 협곡에 큰 고개가 있고, 그 고개 중턱에 높은 벼랑이 있으며, 그 절벽 중간에 커다란 동굴이 있다. 이 고개는 예나 지금이나 보은 지방에서 옥천을 거쳐서 금산이나 전라도 지방으로 내왕하는 유일한 지름길이다. 그 아래로는 서화천이 흐르고 있으며, 산세가 험하여 교통로가 발달한 지금도 이곳을 통행하려면 어려움을 겪는 곳이다. 이 벼랑있는 근방을 지금도 "도둑얼갱이"라고 불러 그 지명이 되어 버렸는데....

그 옛날 이 동굴에 도둑떼가 기거하고 있어 도둑의 두목이 얼갱이었다 한다. 이 얼갱이 도둑떼는 동굴에 살면서 이곳을 지나가는 통행인들을 괴롭혔는데 어떤 때는 물건이나 돈을 뺏고, 어느 때는 여자를 납치해가고 심지어는 입고 있는 의복까지 벗겨가는 규모가 크고 대담한 도둑의 무리였다. 많은 여자를 납치해다가 자기의 첩을 삼고 노역을 시키며 동굴안에 베틀까지 여러 채 차려놓고 납치해온 부녀자들에게 베를 짜게 하여 이 고개를 지나면 베짜는 소리가 요란히 들리기까지 했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도둑떼에게 시달림을 당하는 곳이어서 이 고개를 넘으려면 여럿이 단단히 차리고 철저한 방비하에 지나야만 무사했으며, 이 고개를 넘어서 협곡을 빠져나와 지경소 마을까지 와야만 그들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이어서 지경소란 이름이 생겼다 한다.

지금도 절벽에는 도둑얼갱이 무리가 살았다는 동굴이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