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도암의 영험이 있다는 전설에 의하면 대적광전(불교 사찰에서 비로자나불을 본존으로 모시는 당우)을 덮을 만큼 거대한 괴목이 우거져 법당의 기와가 상해 장마철이면 늘 상 법당에 비가 새곤 했었다. 이 곳 스님들이 걱정만 했을 뿐 어떻게 할 수 없어서 그냥 두고만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스님들은 모두 출타하고 노승 한 분만 남아서 절을 지키고 있었다. 갑자기 수십 명의 웅성거리는 소리에 노승이 밖을 내다보아도 사람이 없어서 잘못 들은 거라고 생각하고 선실에 들어와 정진을 하는데 이번에는 제법 크게 영차 하더니 노승이 막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아가려고 할 때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깔깔대고 웃는 동자 소리와 여러 사람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노승은 이상하게 생각하여 법당 쪽으로 가려는데 이게 웬일인가, 사람은 없고 사방이 조용한데 법당 뒤에 수백 년 묵은 괴목이 뿌리 채 뽑혀 법당 앞 탑이 있는 곳에 거꾸로 박혀 있는 게 아닌가. 노승은 하도 희한한 일이라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 십육 나한전에 가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나한님들의 신통으로 그 거대한 괴목을 뿌리 채 뽑아버렸던 표적이 있었다. 노승은 법당에 들어가 삼배(큰절 세 번)를 올리고 나서 나한님을 살폈다. 그런데 나한님이 신통의 표적으로 나한님 마다 괴목나무 껍질이나 괴목의 잎이 어깨나 손에 묻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노승은 하도 감탄하여 수 없이 참배를 하고 해가 다 질 무렵에 법당을(나한전) 나왔다. 해가 기우니 중들이 하나 둘씩 돌아오고 있었고 노승에게 누가 이 거대한 불사(佛事 : 부처님을 위해서 하는 일)를 했느냐고 물었다. 노승은 사실을 말하고 나한전을 가리켰다.

이 만큼 이곳은 영험이 있는 절이며 특히 나한님의 변화가 많다고 한다. 그 후 스님들은 그 나무를 베어다가 겨울철 화목으로도 사용하고 밑 부분은 너무 커서 최근까지 남아 있었는데 선원을 지으면서 치웠다고 한다. 그때 서탑의 한쪽이 약간 떨어졌는데 나무가 원체 커서 일부가 탑에 부딪쳐서 그랬다고 한다. 이만큼 수도암은 나한님의 신통력이 확연히 드러나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이 깊은 산중에 신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