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랑은 선산부사 조공의 딸이었다. 사우는 출장소에서 서북쪽 두어 걸음 밖에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져버려 옛날 어느 시대의 일인지 자세히 알 길이 없다고 한다.

랑은 부사의 딸로 부친재관으로 고을에 따라 온 것이다. 혼기에 들자 우아한 자태와 아름다움으로 당시에 랑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무례한 사내가 강제로 겁탈하는 변을 당하게 되어 절의를 지키고 목숨을 버렸으니 랑의 죽음이야말로 가히 지조가 있다 할 것이다.   

봄기운이 완연하며 밤이 깊어 달빛이 숲속에 깃들고 미풍이 죽림을 흔들 무렵이었다. 관각(망루)은 이미 잠들고 성문은 굳게 잠겼는데 관노가 화음월색(꽃 핀나무 그늘에 비친 달의 은은함)의 틈을 타고 감히 불칙한 의사를 내었으니 만약 범염한 처녀였다면 어두운 야밤에 사람들이 모르리라 하여 순순히 따를 수도 있었을텐데 랑은 그렇지 않아 칼을 받으면서 오욕을 받지 않았으니 진실로 의랑(義娘)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당일 부사의 가족들은 가정의 한 소소한 수치로 알고 절대 발설을 금하며 덮어 두어 정려(충신·효자·열녀 등에 대하여 그들이 살던 고을에 정문(旌門)을 세워 기리던 일)의 포상도 받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