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병에 걸린 사람이 용다리를 두 번 왔다갔다하면 씻은 듯 병이 낫고, 못 이룬 사랑을 남에게 이루게 하는 돌쇠의 지성이 깃든 용다리라는 다리가 있다고 한다.

동성동쪽에서 남강으로 내려가는 길을 다시 왼쪽으로 돌아 동쪽으로 10m쯤 가면 지금은 땅에 묻혀서 보이지 않지만 예전에 그 자리에 용머리가 양쪽으로 붙어 있던 돌다리가 하나 있었다. 이 용 다리에는 돌쇠라는 머슴이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미쳐서 남강에 빠져 죽은 슬픈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옛날 관찰사 밑에 이씨라는 군수가 있었는데 그는 딸만 셋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둘째딸이 출가하여 남편이 죽자 집에 돌아와서 수절을 지키고 있었는데, 군수 딸이 돌아온 뒤부터 머슴 돌쇠는 눈에는 이상한 핏발이 서고 군수 딸을 만날 때마다 이상하고 여느 때보다 멍청한 행동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군수 딸 또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계급과 신분과 체면을 초월하여 돌쇠를 좋아하게 되었으나, 당시로는 사랑이 이루어 질리 만무하였으리라.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상사병에 걸린 두 남녀는 벙어리 인양 가슴만 태우고 손목 한번 못 잡아보았는데 군수의 딸은 시름시름하다 결국 죽고 말았던 것이다. 울지도 못하고 미칠 것 같은 돌쇠는 장사를 지내고 내려 가는 길목인 용다리에서 무심결에 도랑물에 자기의 얼굴을 보게 되었는데 물에 비친 자기얼굴이 죽은 군수 딸 얼굴 같기도 하여 "아씨-"하고 고함치다가 그만 미처 버렸다.

한편 이씨 군수도 딸을 잃고 이곳에 정이 떨어져 충청도로 벼슬자리를 옮겨가며 용다리를 건너가는데 뒤따라 와야 할 돌쇠가 보이지 않아 사람을 놓아 찾아보니 벌써 돌쇠는 다리 옆 고목(古木)나무에 목을 메고 있었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여태까지 조용하던 용다리 밑 개천에서 수천 마리나 될 듯한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며 마치 미친 돌쇠가 중얼거리며 우는 소리와 같았다고 한다.

그 뒤부터 용다리 밑에서는 진주에서 개구리가 제일 많이 모여 우는데 짝을 지은 남녀나 부부(夫婦)가 지나가면 개구리들이 울음을 끊었다고 하며, 상사병에 걸린 사람이 용다리를 두 번 왔다갔다하면 씻은 듯 병이 나아 못 이룬 사랑을 남에게 이루게 하는 돌쇠의 지성이라고들 이야기한다. 6.25전 까지만 해도 돌쇠가 죽은 고목나무에 한식(寒食)일에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