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당나라 때였다. 당나라의 황제는 아주 어여쁜 왕비를 두고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왕비에게 이상한 일이 생겼다. 밤마다 왕비에게 어느 멋진 청년이 찾아드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왕비와 잠자리를 같이 하였다. 왕비는 그가 올 때마다 그의 신분과 사는 곳을 물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왕비는 빠져나가려 하였지만 억센 힘을 당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은 꿈속의 일이었다. 왕비는 이런 괴로운 꿈을 매일 꾸면서도 누구에게 말 할 수 없는 노릇이라 답답하기만 하였다. 그런 꿈으로 괴로워하던 왕비는 점점 몸이 수척해지고 쇠약해져갔다. 이를 본 황제는 점점 걱정되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하루는 왕비에게 무슨 괴로운 일이 있는지 물었다. 왕비는 무척 망설였지만 그것이 실제가 아닌 꿈인지라 모든 일을 소상히 설명하며 약간의 수치를 느꼈다. 듣고 난 황제는 왕비의 건강을 위해 유명한 사찰을 돌며 불공을 드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황제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어느 범상치 않은 두 스님이 걸어가고 황제는 그들의 뒤를 밟았다. 한참을 가자 남쪽에서 큰 산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 산에서 한 청년이 오더니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한 스님이 호통을 쳤는데
  "너는 불법을 어기고 당나라 왕비를 괴롭힌 죄를 스스로 알렸다."
  "죄송합니다. 용서하여주십시오." 그러나 두 스님은 용서하지 않는다 하고는 그를 바위틈으로 밀어 넣어 버렸다.

꿈에서 깬 황제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곧 신하들을 불러 꿈에서 본 산과 바위를 설명 해 주고는 어딘지 알아오도록 명령하였다. 그랬는데 나라 내에서는 아무도 찾지 못하였다. 신하들은 범위를 더 넓혀 찾던 중 우리나라의 김해에서 그 산을 찾고 꿈의 그 청년과 같은 석불이 바위 밑에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그 후 왕비의 건강은 점점 회복되었다고 한다. 그 산이 지금의 자암산이라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