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남부선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달리면 조그만 간이역인 서생역에 도착할 수 있다. 이 서생역의 남쪽을 흘러 바다로 들어가는 작은 강을 효암강(孝岩江)이라 부르는데, 효암강 어귀에 남북으로 자리잡은 마을을 19세기 말에는 효렬리(孝烈里)라 부르다가 일제가 이 땅을 강점하고 난 뒤부터는 북쪽은 신암리(新岩里)로 들어가고 남쪽은 그 이름을 효암(孝岩)이라 하였다. 서생면사무소가 있는 신암(新岩)의 남쪽에 있는 이 아담한 마을을 효렬(孝烈)이라 부르게 된 데에는 사무치는 사연이 있었다.

마을이 바닷가이기에 그 마을 사람들은 대대로 고기잡이에 종사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많았다. 이 마을 한 가족이 있었는데 남편은 날이 좋을 때 바람에 배를 맡겨 동해 멀리 나가서는 낚시질을 하다가 석양이 될 무렵 돛대에 바람을 싣고 돌아오며 부인은 이 바위 저 바위를 돌아다니면서 해초를 뜯으며 그렇게 밝은 나날을 보내왔다.

그런데 이렇게 행복하였던 가정에도 하늘이 무너질 듯 하는 큰 불행이 닥쳐오고야 말았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배를 띄워 고기잡이를 나갔던 남편이 해가 저물어도 돌아오질 않는 것이었다. 아내는 하루, 이틀, 바다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간절히 기다리던 마음은 한낱 물거품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남편은 바다에서 돌풍을 만나 그만 배는 뒤집히고 물에 빠지는 몸이 되어 동해의 수중고혼이 되고 만 것이다.
어느 날 하루는 뭍으로 남편 배의 잔해가 밀려온 것을 보고 부인은 배 조각을 부둥켜 안고 통곡하며 몸부림치다가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남편을 사모하는 마음이 너무도 간절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계속 이어졌다. 그 부인은 깊이 생각하는 바가 있었다. 내 남편의 몸은 필경 고기의 밥이 되었으리라. 내 남편의 살을 뜯어먹고 피를 빨아먹었던 생선을 내 어찌 입엔들 댈 수 있으랴.

그 후로부터 그 집 자녀들과 온 식구들은 생선은 물론 바다에서 나는 것이라고는 먹지 않았다. 이 가족의 곧은 마음은 마을이 알게 되고 뒤에는 고을이 알게 되어 그 절개를 다 우러러 보게 되었으며 마을 이름도 어느새 효렬(孝烈)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이렇게 곧고 예쁜 마음씨들이 읍지(邑誌)에 기록되어 전해오나 아깝게도 그 이름은 전하지 않음이 무척 아쉬운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