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영조 때에 윤지태라는 울산도호부사(행정기관을 다스리던 관리)가 있었다. 그는 부임하자 마자 여러가지 일을 시행하였다. 마을의 질병을 막는 일을 시행하였고, 군마전의 제도를 두어 소로써 짐을 실어 나르도록 하였다. 또 한편으로는 농사를 장려하는 등 여러 가지 일들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민정을 살피기 위해 서부지방으로 순시를 나가게 되었다. 사또의 행차가 태화강가에 이르렀을 때 길가에 옹기짐 하나가 넘어져서 박살이 나 있었고 그 옆에는 한 늙은이가 주저 앉아 탄식을 하고 있었다.

사연인 즉슨 이러하였다. 슬하에 아들이 없었던 늙은이는 장을 찾아 옹기를 져다 팔고는 근근이 연명을 하는 처지였다. 이 날도 구명점에서 옹기를 지고 울산장으로 오던 길에 어깨가 아파  잠시 쉬고 있었다. 그런데 이 때 별안간 회오리 바람이 불어 옹기짐이 넘어지고 그릇들이 박살이 나고 만 것이었다.

사또의 눈에 비친 그 늙은이는 측은하기 짝이 없었다. 이 때 윤 부사는 부하를 시켜 내일 동헌으로 옹기장수를 나오게 하였다. 동헌에 돌아온 윤 부사는 또 형방을 불러 동면에 사는 어부 가운데 넉넉하게 사는 사람 두 사람도 내일 같은 시간에 불러오도록 하였다. 옹기장수는 집에 돌아왔으나 깨어진 옹기의 아까운 것보다도 겁에 질려 밤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는 죄라고는 자식 없는 죄뿐인데 무슨 큰 벌이 내릴지 마음 둘 바를 몰랐다.

날이 밝자 두 어부와 옹기장수는 윤 부사 앞에 서게 되었다. 그 두 사람의 대답은 한사람은 고기를 잡아 포구에 돌아오는 길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고기잡이로 나가는 시간이었다. 윤 부사는 다시 물어 돛을 달았는지 그렇지 않았는지 물었다.

그런데 두 어부의 답은 다 돛을 달고 바람을 이용하였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윤 부사는 두 어부가 서로 한 어부는 동풍을 빌어 돌아왔으며 다른 한 어부는 서풍을 빌어 바람을 타고 바다로 나아간 것이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죄 없고 불쌍한 옹기장수가 그만 손해를 본 것이라고 논고하였다.

그리하여 두 어부에게 옹기 값으로 각각 닷 냥씩을 변상하여 주라고 판결한 것이었다. 그 후 이 말을 들은 고을사람들은  명판결이라 감탄하였다. 반탕골에는 윤 부사의 선정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