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은 여름의 끝자락 부터 가을에 걸쳐 피는 노란 빛깔의 꽃입니다. 해가 진 다음에 꽃이 피어 가련하고 청초한 여인을 연상케 하는 들꽃이기도 합니다.

갑갑하고 사방이 콘크리트로 둘러쌓인 도시인들은 좀처럼 보기 힘든 한낱 들꽃이 되어 버린 달맞이꽃. 하지만 달맞이꽃에는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귀중한 물질이 숨어 있다고 합니다.

아주 오래전 미국 동부에 살던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이 달맞이꽃을 채취하여 잎, 줄기, 꽃 그리고 열매를 알약으로 만들어 상처에 바르거나 종기에 붙이곤 했습니다. 또 기침을 멈추게 하거나 통증이 있을 때에는 먹는 약으로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약으로 사용된 아메리카 인디언의 지혜가 백인들에게도 알려지게 되어 17세기 영국으로 전해진 달맞이꽃은 " 왕의 만능약 "이라 불리며 소중히 취급되었습니다.

오늘날 현대의 많은 학자들에 의해 연구의 초점이 되고 있는 달맞이꽃의 가치는 약용식물로서가 아닌 영양물질의 중요한 공급원이라는 사실에 있습니다. 학자들은 달맞이꽃의 종자에서 추출한 기름에 비만이나 성인병, 피부질환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 물질이 바로 감마-리놀렌산(Gamma-Linolenic acid, 약칭 GLA )으로 달맞이꽃 종자유에는 이 GLA가 7 - 14%나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꽃에 얽힌 이야기

[이야기 하나] 
 
옛날 인디언 마을에 로즈라는 미모의 아가씨가 있었습니다. 인디언 마을의 사람들은 태양신을 숭배하였기 때문에 주로 낮에 활동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로즈만은 낮보다 밤을 더 좋아했고, 태양보다도 달을 더 좋아했습니다.

인디언 마을에서는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결혼 축제가 열렸습니다. 이 결혼 축제에는 독특한 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정해진 규율대로 총각이 처녀를 고르는 것이었습니다. 즉, 총각들 중 전쟁에서 공을 세웠거나 평소 사냥에 공을 세운 사람부터 마음에 드는 처녀를 고를 수 있고 청혼을 받은 처녀는 청혼을 거역할 수 없는 규율이었습니다.

축제가 있던 어느날, 로즈는 추장의 작은 아들의 청혼을 기다렸습니다. 추장의 작은 아들과 로즈는 1년동안 사랑을 나눈 사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추장의 작은 아들은 로즈의 바람은 뒤로한 채 로즈 옆에 서 있는 다른 처녀에게 청혼을 하고 말았습니다. 화가난 로즈는 다른 남자에게 청혼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청혼을 뿌리치고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습니다. 그러나 곧 병사들에게 붙잡힌 로즈는 규율에 따라 귀신의 골짜기라는 곳으로 추방되었습니다. 추방 된 로즈는 그 곳에서 달님을 추장의 작은 아들이라 생각하며 밤이면 밤마다 사랑의 눈빛으로 달을 우러러 보기만 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흐른 후 추장의 작은 아들은 사람의 눈을 피해 로즈가 있는 곳을 찾아 나섰고 큰 소리로 로즈를 불렀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다만 그는 희미한 달빛에 비친 한 송이 꽃을 보았을 뿐이었습니다. 로즈는 죽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듯 달맞이꽃으로 변하여 밤이면 언제나 달을 보고 피어났던 것입니다.

로즈가 추장의 작은 아들과 사랑을 시작한 지 2년만에 죽었듯이 달맞이꽃도 2년을 살고 죽었다고 합니다.
 
[이야기 둘] 
 
옛날 어느 마을에 달구경하기를 몹시 좋아하는 어여쁜 처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처녀는 같은 마을의 양반 집 아들과 혼약이 되어 있었습니다. 어느날 밤 달구경을 하던 처녀는 멋진 총각을 보고 흠모하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혼약한 날이 되었지만 처녀는 혼인을 않겠다고 떼를 썼습니다. 그러자 마을에서는 처녀에게 벌을 내리기로 하고 처녀를 험한 골짜기로 내쫓아 버렸습니다. 그리고 이 일이 있고 난 다음부터는 아무도 그 처녀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두 해가 지난 뒤 처녀가 달구경을 하다 우연히 보게 된 그 총각이 소문을 듣고 그 골짜기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골짜기에는 사람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고 대신 이름모를 꽃 한송이만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낮에는 시들어 있던 그 꽃은 달이 뜰 때 쯤이면 활짝 피어나는 것이였습니다.

하루 온종일 그저 달뜨기만 기다리고 있는 꽃. 겨우 두 해 밖에 살지 않는 이 꽃이 바로 달맞이 꽃입니다.

알아보기

♤과명 : 바늘꽃과의 두해살이풀
♤학명 : Oenothera odorata
♤별명 : 야래향
♤개화기 : 7월
♤꽃색 : 노란색
♤꽃말 : 무언의 사랑. 기다림


꽃과 관련된 문학작품

달맞이꽃-유안진

부끄러움을 넘어 선
내 서러움은

대낮에도
길에 나선
달맞이꽃

손톱 발톱이
타들도록
고독한 여름 여자


달맞이 꽃-권혜진

개여울에

밤마다 살포시 피어나는
애타는 그리움을
당신은 아시나요.

어릴적 시집온
새색시 부끄러움이
밤마다 개울 옆에서
소리죽여 열리는 것을

이슬닮아 여린가슴
그리움만 가득담고
몇 날을 하루같이
하얀밤을 지새며

오로지
그대만을 그리다
하얗게 닮고지는
가슴아픈 사연을
당신은
당신은 정녕 모르시나요.


달맞이 꽃-박정주

강바람 고요히 숨죽이는 달밤에
노오란 꽃잎이 줄줄이 열리고
밤이슬 하나 둘 영글어 간다

꼬옥 잡은 두 손엔 사랑이 흐르고
지나가던 구름이 달빛 가릴때
그녀의 땀내음도 향기롭기만 하다

강건너 기차역에 첫차가 출발하고
내사랑 고운 눈속에 꽃 지고 달도 지면
우리의 사랑은 깊어만 간다  


비오는 날 달맞이 꽃에게-김용택

이 세상 슬픈 작별들은 모두
저문 강에 흐르는 물소리가 되더라
머리 풀고 흐느끼는
갈대밭이 되더라

해체되는 시간 저편으로
우리가 사랑했던 시어들은
무상한 실삼나무 숲이 되어 자라 오르고
목메이던 노래도 지금쯤
젖은 채로 떠돌다 바다에 닿았으리

작별 끝에 비로소 알게 되더라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노래가 되지 않고
더러는 회색하늘에 머물러서
울음이 되더라
범람하는 울음이 되더라
내 영혼을 허물더라


달맞이꽃-김한룡

낮엔 사르르
꿈 속에 엄마 찾고,

밤이면 하늘하늘
달을 보고 피는 꽃.

먼 옛날,
엄마 잃은 달맞이꽃.

달나라 간 엄마는
언제 오나고,

이슬 먹은 눈망울
노랑 눈망울.

달빛 좇아 하늘하늘
하늘 보고 피었다.
달을 보고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