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임에도 뜨거운 한 낮이면 자연스레 나무 그늘을 찾습니다. 그럴 때면 등나무 그늘 아래 앉아서 위를 쳐다보면, 등나무 꽃이 피고 있을 것입니다. 등나무는 콩과 식물이며 꽃도 마치 콩꽃처럼 생겼습니다. 5∼6월 경이 되면 2∼3cm 크기의 보라색 또는 흰색 꽃들이 30∼40cm 정도 되는 길이의 줄기에 매달리게 됩니다. 가을이 되면 열매를 맺게 되는데 이 역시도 강낭콩처럼 납작하고 긴 꼬투리가 있습니다. 등나무는 덩굴류이기 때문에 다른 물체를 타고 10m이상 까지 자라납니다.

등나무는 우리나라 전국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나무로, 정원수로도  애용되고 있습니다. 등나무를 키울 때에는 반드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지주목입니다. 등나무는 덩굴류이기 때문에 제아무리 밑둥이 굵은 등나무라고 하더라도 혼자서는 서지 못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따라서 시렁이나 생울타리, 굵은 나무 등의 지주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다듬기입니다. 이는 등나무가 워낙 잘 자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굵은 가지의 잎그늘이 다른 작은 잎을 가리거나, 잎이 너무 빽빽하게 자라게 되면 통풍이 안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너무 굵은 가지나 헛가지는 반드시 잘라주어야만이 잎들이 햇빛을 골고루 받으며 자랄 수 있고, 통풍이 잘 되어 병충해로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 꽃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여름철에 다듬기가 중요합니다. 7월 경 부터 길게 뻗은 덩굴을 4∼5싹 남기고 잘라주게 되면, 잘려진 곳에서 꽃눈이 생기고 끝의 싹에서 덩굴이 다시 자라게 됩니다. 꽃눈이 생기고 나서 다시 자란 덩굴을 2∼3싹 남기고 또 잘라주는 식으로 다듬기를 해주면 됩니다. 등나무를 잘 키우기 위한 세 번째 주의점은 병충해를 미리 예방하는 것입니다. 특히 등나무는 가지에 혹이 생기는 암종병이나 벌레가 잘 생기는데 이는 약제를 이용하여 없애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 방법은 다듬기를 열심히 해 통풍이 잘 되게 해 주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옮겨심기를 할 때는 긴 뿌리는 또아리 틀어 심어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줄기나 잎의 성장이 다소 억제되고 꽃이 잘 달리게 되는데 그 이유는 굵고 긴 뿌리가 너무 왕성하게 양분을 흡수하면 꽃을 피우지 않고 몸체만 커나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등나무꽃의 꿀은 품질이 우수하여 주로 양봉에 이용되고, 등나무의 굵은 줄기는 가구를 제작하는데 사용됩니다. 그리고 잎은 가축 사료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꽃에 얽힌 이야기 

[부부 금실에 특효] 

예로부터 등나무는 부부 금실에 특효가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꽃을 말려 신혼부부의 이불 속에 넣으면 금실이 좋아지고, 잎을 삶아 끓여 마시게 되면 사이가 벌어진 부부의 애정도 회복 할 수 있다고 전해집니다. 

경북 월성군 견곡면 오류리에 위치한 용림(龍林)이라는 곳에는 오래된 전설이 하나 있다고 하는데..... 

때는 신라 시대. 어느 농가에 19살과 17살 되는 예쁜 자매가 있었고 옆집에는 씩씩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이들 자매의 얼굴과 고운 마음씨는 온 마을의 부러움이었습니다. 자매는 둘 다 옆집의 청년을 짝사랑했는데 이는 어느 누구도 몰랐습니다. 

어느 날, 옆집 청년이 싸움터로 떠날 때 그녀들은 비로소 같은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들 자매는 서로를 위해 양보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자매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들이 사랑하던 청년이 싸움터에서 전사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자매는 연못가로 달려가 얼싸안고 울다가 연못 속으로 몸을 던지고 말았습니다. 

그 후 연못가에는 두 그루의 등나무가 자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죽은 줄만 알았던 옆집의 사나이는 훌륭한 화랑이 되어 돌아와서 세상을 등진 자매의 애달픈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자신도 연못에 몸을 던져 팽나무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전설 때문에 사이가 멀어진 연인들도 이 곳에 오면 다시 가까워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용림의 등나무는 용등(龍藤)이라 불리는데, 그 규모가 크기로 유명합니다. 높이 17m, 동서길이20 m, 남북길이 50m에 달하는 매우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등나무와 갈등]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람과 사람사이에 다툼이 생겨 이를 잘 풀지 못하면 흔히 갈등(葛藤)이 생겼다고 합니다. 여기서 갈등의 갈은 바로 칡이고 갈등의 등은 등나무를 말합니다. 이 둘은 모양이나 생김새가 전혀 다르지만 살아가는 방식은 비슷합니다. 주위의 다른 나무들과 힘든 경쟁을 하여 삶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손쉽게 다른 나무를 이용하여 감거나 타고 올라가 어렵게 확보해 놓은 광합성의 공간을 차지해 버리는 횡포를 보입니다. 다시말해 질서를 지키지 않는 칡이나 등나무가 선의의 경쟁에 길들어져 있는 숲의 질서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갈과 등이 자랄 때 생기는 현상을 바로 갈등이라고 합니다.   

옛 우리 조상들은 등나무의 이와 같은 특성을 대단히 못마땅하게 생각하였습니다. 조선 중종 32년(1537) 홍문관 김광진 등이 올린 상소문을 보면 '대체로 소인들은 등나무 덩굴과 같아서 반드시 다른 물건에 의지해야만 일어설 수 있는 것입니다.'라고 표현 하였고 중종34년(1539) 전주 부윤 이언적의 상소문에는 '군자는 소나무나 측백나무 같아서 홀로 우뚝 서서 남에게 의지하지 않지만, 간사한 사람은 등나무나 겨우살이 같아서 다른 물체에 붙지 않고는 스스로 일어나지 못합니다.'고 하여 가장 멸시하던 소인배에 비유하고는 했습니다.   
 

알아보기

♤과명 : 콩과의 낙엽 덩굴나무
♤학명 : Wistaria Floribunda
♤별명 : 참등. 등
♤개화기 : 5월
♤꽃색 : 연보라색, 흰색
♤꽃말 : 환영.사랑에 취하다

꽃과 관련된 문학작품

오류리 등나무

신라시대 서라벌 량부의 냇가에 한 농가가 있었다. 그 농가에 살고 있는 부부에게 아름다운 두 딸이 있었는데 언니의 이름은 홍화였고 동생의 이름은 청화였다. 두 자매가 18세, 16세가 되었을 때 무슨 일이나 비밀없이 서로의 일을 다 알고 있었지만 누구하고도 나누어 가질 수 없는 연인에 대한 일만은 서로 몰래 숨기고 있었다.

두 처녀는 지난해 추석날 말달리는 경기장으로 구경 갔다가 믿음직스럽고 늘 미소를 머금고 있는 젊은 낭도의 모습을 보고 같이 사모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청화는 청화대로 홍화는 홍화대로 그 청년의 마음속을 모르는 체 그리움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라에 큰 전쟁이 일어났다. 혹시 마지막이될지 모르는 연인을 위하여 홍화와 청화는 꽃다발을 들고 나왔다. 홍화와 청화가 기다리던 그 청년이 꿈에도 잊지 못하던 미소를 머금고 나타났다. 두 개의 꽃다발을 받아 말안장에 얹고 미소를 지우며 자매에게 답례를 하고 떠나갔다. 그러나 자매의 심정은 참담하기 그지 없었다. 이 기구한 운명을 어떻게 헤치고 나갈까 하고 고민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낭도가 전사했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청화와 홍화는 남의 눈을 피해 둘이서 언제나 같이 놀던 연못가에서 하늘을 우러러 원망하며 울었다. 그리고 둘은 꼭 껴안은 채 연못 속으로 뛰어 들었다. 그 후 연못가에는 두 그루의 등나무가 자라기 시작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낭도는 훌륭한 화랑이 되어 돌아와서 세상을 등진 자매의 애달픈 사연을 듣고 자신도 연못에 몸을 던지니 팽나무가 되었다.

이와 같은 전설을 가지고 있는 이 노거수(老巨樹)는 1962년 12월 3일 천연기념물 제89호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이곳에 옛날에는 연못이 있었다고 전하지만 지금은 흔적조차 없으며 논과 밭으로 되어 있고 바로 옆에 실개천이 있어 물이 흐리고 있다. 네 그루의 등나무는 각각 두 그루씩 가까이 서서 팽나무와 함께 엉켜져 있다. 이 등나무의 수령이 얼마나 되었는지 알 길이 없으나 이 나무에 얽힌 전설과는 시기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현재 이곳에 전해지는 전설로는 위에서 언급한 것 외에도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옛날 신라때에는 이곳을 용림(龍林)이었다고 한다. 또한 숲이 우거지고 등나무가 서있는 곳에는 깊은 연못이 있었다고 한다. 이 곳 용림은 왕이 신하들을 거느리고 사냥을 즐기시던 곳이었다고 한다. 혹자는 이 등나무를 용등(龍藤)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꾸불꾸불한 줄기의 형태에서 유래가 되었거나 용림에서 자라는 등나무라는 뜻인 듯 하기도 하다. 이 나무의 꽃을 말려서 진홍 금침에 넣어주면 부부의 애정이 좋아진다고 하고 또 부부의 사이가 벌어진 사람들은 이 나무의 잎을 삶은 물을 마시면 두 사람의 사랑이 회복된다고 하여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