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스-HERMES(MERCURY) 여행자의 수호신 고급 양주나 자동차의 이름에까지도 헤르메스라는 것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그럼 헤르메스(로마 신화로는 메르쿠리우스)는 우선 여행자를 수호해 주는 신으로 위험한 나그네 길을 무사히 안내해 주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제우스와 아틀라스의 딸인 마이아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하니 결코 괄시 할 수 없는 당당한 혈통을 이어받은 신이다.   헤르메스는 놀랍게도 조숙하여 마이아가 낳은 후 강보에 싸놓고 잠시 돌아선 사이에 마치 장난꾸러기 소년처럼 벌떡 일어나 세상 구경을 나설 만큼 자랐다. 이리저리 신바람나게 돌아다니던 헤르메스는 탐스런 송아지떼를 발견하였다. 헤르메스는 재빨리 여러 켤레의 짚신을 만들어 소의 발에 신기고 도망을 쳤다. 말하자면 소 도둑질을 한 것이다. 소의 주인은 아폴론이었다. 소가 없어진 것을 알았으나 어떻게 없어졌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화가 난 아폴론은 들판의 요정들을 풀어 잃은 송아지의 행방을 찾으라고 했다.   마침내 어느 동굴 앞에 두 벌의 소가죽이 널려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아폴론은 틀림없이 잃어버린 자기 송아지의 가죽임을 알 수 있었다. 동굴 안에서는 지극히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 나왔다. 아폴론이 뛰어 들어가자 헤르메스는 타고 있던 리라를 버리고 강보에 누워 자는 체했다. "방금 태어난 아이가 어떻게 송아지를 훔치겠어요?" 마이아의 항의는 들은 체도 않고 아폴론은 강보에서 헤르메스를 일으켜 안고 올림퍼스로 뛰었다. 제우스에게 재판을 받기 위해서였다. 뚜렷한 증거가 있으니 헤르메스는 필경 고백하는 수밖에 없었다.   헤르메스는 송아지 고기로 신들에게 제사를 지냈다고 했다. 그리고 아폴론과 함께 남은 송아지를 숨겨 놓은 곳으로 갔다. "이것 봐, 아까 동굴 속에서 들리던 음악은 무슨 악기로 탄 것이냐?" 헤르메스는 송아지 곱창으로 일곱 개의 현을 만든 리라를 보여 주었다. 아폴론은 그 리라가 몹시 탐났다. 곧 자기의 송아지와 바꾸자고 제의했다. 헤르메스는 아폴론에게 리라를 내밀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화해하게 되었다.   헤르메스는 나중에 제우스의 전령이 되었다. 제우스는 또 재주꾼이고 구변이 좋은 헤르메스에게 장사와 조약의 체결을 맡아 보고, 여행자와 네거리의 교통을 다스리도록 했다.   조각에서 보면 날개 달린 신을 신고 역시 날개가 달린 가죽 모자를 쓰고 날개가 달린 지팡이를 들고 다녔다. 호메로스의 작품에서는 주로 제우스의 전령 노릇을 하지만, 일설에 의하면 명부(冥府)의 신 하데스의 전령도 겸했다. 지옥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싫다고 앙탈을 하면 헤르메스가 좋은 말로 살살 달래어서 데리고 왔다.   그는 연애도 많이 했고, 특히 한때는 아프로디테와 연인의 사이로 지낸 일도 있으며 인간들과도 친해서 인간들에게 웅변술과 수사학을 가르쳐 주었다. 거인들과의 전쟁에서 헤르메스는 눈에 보이지 않게 하는 투구를 쓰고 거인 히폴뤼토스를 쓰러뜨린다. 헤르메스는 도둑질에 천부적인 재주를 이용하여 혁혀관 공을 세운다. 제우스가 무시무시한 괴물 튀폰과의 싸움에서 져서 힘줄을 빼앗겼을 때 헤르메스는 튀폰에게서 이를 훔쳐 제우스에게 다시 갖다 주었다. 아레스가 거인 오토스와 에피알테스 형제에게 열석 달 동안 붙잡혀 있었을 때도, 헤르메스가 거인들의 눈을 속이고 아레스를 구해 주었다. 헤르메스는 제우스에게 반기를 들어 지구의 서쪽 끝인 코카서스 산에 묶여 있는 프로메테우스에게 제우스의 전령으로 찾아가 제우스 운명의 비밀을 물었지만 끝내 비밀을 캐내지는 못했다. 현명한 프로메테우스에게는 헤르메스의 감언이설과 교활함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하의 신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납치했을 때, 헤르메스는 하데스에게 그녀를 다시 데메테르에게 돌려주라는 제우스의 명령을 전했다. 제우스에게 아들 '가뉘메데스'를 뻬앗긴 다르다노스에게 제우스가 보낸 천상의 말(馬)을 전한 것도 헤르메스였다. 사근사근한 헤르메스는 다르다노스에게 아들이 신들 곁에서 영원한 삶을 누리게 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우스가 헤라의 눈을 피해 이오와 사랑을 나누는 동안, 헤르메스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아르고스 시의 시민들의 관심을 딴 데로 돌려놓았다. 헤라의 질투 때문에 암소로 변한 이오를 잠들지 못하게 하여 고통을 주던 괴물 아르고스를 죽인 것도 헤르메스였다. 이 괴물은 눈이 백 개나 되어 모든 눈이 한꺼번에 잠드는 일이 없었다. 헤르메스는 자신의 황금 지팡이로 이 괴물의 눈을 모두 잠들게 한 뒤에 죽여 버렸다. 헤라클레스의 어머니 알크메네가 죽었을 때, 장례식에서 그녀의 육체를 빼돌려 라다만튀스에게 시집을 보내고, 그녀의 관에는 대신 무거운 돌을 채워 넣은 것도 제우스의 명령을 받은 헤르메스의 짓이다. 그는 아테나와 함께 첫날밤에 남편들을 살해한 다나오스(Danaos)의 딸들을 지옥으로 보내기도 했다. 또 헤르메스는 아테나의 부탁을 받고 페르세우스에게 황금 투구와 날개 달린 신발을 빌려 주어 메두사를 처치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헤르메스는 버려진 아이들의 보호자이기도 하다. 그는 세멜레가 제우스의 본모습을 보고 죽어 어미 없는 자식이 된 디오니소스를 '뉘사(Nysa)'의 요정들에게 데려다 주어 기르게 했고, 아르테미스의 화살에 맞아 급살한 칼리스토의 뱃속에서 아르코스를 꺼내 구해 주었다. 또 아테네의 왕녀 크레우사가 아폴론의 사랑을 받고 낳은 아들 이온을 길에 내버리자 아폴론의 명령을 받은 헤르메스는 이 아이를 델포이로 데려와 여사제들에게 맡겼다. 속임수의 달인인 헤르메스가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모험은 헤라를 속여 그녀가 그토록 미워하는 헤라클레스에게 젖을 주게 하는 일이었다. 제우스의 아들은 누구나 헤라의 젖을 먹어야만 진정으로 신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일은 헤라클레스를 끔찍이 사랑한 제우스에게는 중요한 일이었다. 그 임무가 헤르메스에게 주어졌다. 헤라의 질투가 두려웠던 알크메네는 헤라클레스를 길에 버렸다. 헤르메스는 때마침 이곳을 지나던 헤라에게 아이에 대한 동정심을 불러일으켜 젖을 먹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아이가 자신이 그렇게 미워하는 헤라클레스임을 알아차린 헤라는 갑작스레 젖을 빼냈다. 이때 하늘로 튄 젖이 바로 은하수이다. 헤르메스는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위험이 닥칠 때마다 이복동생 헤라클레스를 도와 준다. 헤라클레스에게 칼을 주었고, 지하의 맹견 케르베로스를 데려올 때 헤라클레스에게 환상을 보고 있음을 일깨워 주었다. 또 남의 노예로 일해야만 정죄를 받을 수 있다는 신탁을 받은 헤라클레스를 노예로 파는 일도 헤르메스가 맡았다. 헤르메스는 보이오티아의 왕녀 '네펠레(Nephele)'에게 황금의 털을 가진 양 '크리아리(Kriari)'를 보내 그녀의 자식 '프릭소스(Prixos)'와 '헬레(Helle)'를 구해 주었다. 이때 조심하지 않은 헬레가 바다에 떨어져 죽었다. 이 바다가 유럽과 아시아 대륙 사이에 있는 해엽 '헬레스폰토스(Hellespontos)'이다. 후에 이 양의 황금 털은 아르고스 원정대의 목표물이 된다. 펠롭스의 두 아들 아트레우스와 튀에스테스가 아르고스의 왕위를 놓고 다툴 때, 동생 튀에스테스가 형수와 잠자리를 같이 하여 부당하게 얻은 황금 양털을 근거로 왕이 되려 했다. 튀에스테스의 행위가 마음에 들지 않은 제우스는 해의 진로를 하루 동안 바꾸어 놓아 튀에스테스의 음모를 막는다. 튀에스테스의 아들 아이기스토스가 아트레우스의 아들 아가멤논을 암살하려는 음모를 꾸몄을 때.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보내 이 음모가 끝내 파멸을 가져올 것을 경고하였다. 그러나 아이기스토스는 이 경고를 무시하고 살인을 저지른다. 그는 후에 제우스의 경고대로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에게 죽임을 당한다. 헤르메스는 아폴론의 명령을 받고 복수의 여신 에리뉘에스로부터 오레스테스를 보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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