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혼자 힘으로 우라노스(하늘)를 낳았다.

그 뒤 자신의 아들인 우라노스와 결혼하여 그 사이에서 열두 티탄들과 퀴클롭스 삼형제, 헤카톤케이르 삼형제를 낳았다. 이마 한가운데 둥근 눈이 하나씩 박힌 외눈박이 삼형제 퀴클롭스와 백 개의 손과 쉰 개의 머리를 가진 헤카톤케이르 삼형제는 보기에도 무시무시하였다.

    거품 속에서  태어난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비너스).

이 끔찍한 자식들의 모습에 놀란 우라노스는 그들이 태어나자마자 그들을 묶어 가이아 몸속 깊은 곳에 있는 타르타로스라는 지하세계에 가두어 버렸다. 덩치 큰 자식들이 자기의 몸 안에서 요동치는 바람에 가이아는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자신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며 자식들을 버린 우라노스에게 분노한 가이아는 복수할 것을 결심했다.

자신도 고통에서 벗어나고 자식들에게 자유를 찾아주기 위해서 가이아는 날카로운 낫을 준비한 후 열두 티탄들에게 이 괘씸한 우라노스를 제거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모두들 두려워하며 망설이고 있었는데 막내인 크로노스가 가이아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드디어 밤이 되자 우라노스는 대지에 내려와 가이아를 포옹하려고 팔을 벌렸다. 이때 낫을 미리 준비한 크로노스는 우라노스의 생식기를 잘라서 바다에 던져버렸다. 망망대해에 떨어진 살덩어리는 영원히 죽지 않는 신의 몸 일부였으므로 절대로 썩지 않고 생명을 지닌 채 오랜 세월 파도에 이리저리 휩쓸려 다녔다.

어느 날 그 살덩어리에서 흰 거품이 나오는 것이었다.  서풍의 신인 제피로스는 입김으로 이 거품을 키프로스 섬으로 밀고 갔다. 거품은 점차 아름다운 여자의 형상으로 변하여 그 속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신이 나왔다. 그녀가 바로 아프로디테였다. 거품에 싸인 채 바다 위를 흘러 다니다가 해안가에 닿은 아프로디테는 알몸으로 거품에서 나왔다. 그녀가 장밋빛 맨발로 처음에 밟은 땅에는 순식간에 파란 풀이 돋아나고 아름다운 꽃이 가득 피어났다.

그곳에는 계절을 주관하는 호라이 여신들이 있었는데 모두 공손하게 아프로디테를 마중 하였다. 호라이 여신들은 서둘러 보석으로 장식한 아름다운 옷을 아프로디테에게 입히고 그녀를 천상의 신들이 있는 올림포스로 데려갔다. 제우스를 비롯한 모든 신들은 아프로디테의 아름다운 자태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운명을 관장하는 모이라이 여신들은 아프로디테에게 아름다움과 사랑의 직분, 항해하는 배, 선원들을 수호하는 직분을 맡겼다.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이렇게 화려하게 올림포스에 등장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