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인간에 대한 제우스의 노여움으로 인한  무서운 대홍수는 대지위의 모든 생명을 앗아갔다. 그러나  오직 파르나소스 산만이 물위로 우뚝 솟아 있었다. 그 봉우리 위에는 프로메테우스의 아들인 데우칼리온과 그의 아내 퓌라가 피난해 있었다. 대홍수를 미리 눈치 챈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의 아들 데우칼리온에게 큰 나무배를 만들어 식량과 생활필수품을 미리 싣게 하고 홍수가 나면 그 배를 타고 재앙을 피하라고 가르쳐 주었다. 데우칼리온과 그의 아내 퓌라를 태운 배는 남쪽으로 흘러가서 보이오티아 지방의 파르나소스 산에 가 닿았다. 

   데우칼리온과 퓌라 부부 

제우스는 오직 이 두 사람만이 살아남은 것을 보고 그들이 정직하고 믿음이 두터운 사람들임을 알자 북풍을 시켜 비구름을 쫓아내고 맑은 하늘을 드러나게 했다.  이 넓은 세상에 살아남은 데우칼리온과 퓌라는 외롭고 무서웠다. 그래서 두 사람은 ‘어떻게 하면 이렇게 비참하고 무서운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고 신전으로 들어가서 바닥에 엎드려 신께 기도를 올렸다. 
 
그러자 신은 그들에게 신전에서 나가 얼굴을 가리고 옷을 벗고 어머니의 뼈를 뒤로 던지라고 말했다. 어머니의 뼈를 던지라는 말에 놀란 그들은 곰곰이 생각한 후 어머니의 뼈라는 것이 곧 대지의 뼈라 할 수 있는 돌멩이라는 것을 깨닫고 돌을 주워 그것을 뒤로 던졌다. 그러자 돌이 말랑말랑해지면서 다른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하더니 차츰 사람의 형상을 닮아갔다. 돌에 묻은 습기가 많은 진흙은 살이 되었고 돌은 뼈가 되었다 이리하여 데우칼리온이 던진 돌에서 남자가 생겨났고 퓌라가 던진 돌에서 여자가 생겨났다.

이 대지위에  새로운 인간이 태어난 것이다. 이들은 돌에서 생겨났기에 돌처럼 굳은 의지와 참을성을 가지고 있고 힘든 일도 거뜬히 해낼 수 있는 튼튼한 종족이었다. 지금 현재의 인간이 바로 이들의 자손이다.

돌에서 생겨난 인간들 이외에 데우칼리온과 퓌라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도 있었다. 이들은 그리스인들의 선조가 되었다. 큰아들 헬렌은 모두 그리스인의 선조이고 딸 프로토게네아는 제우스와 어울려 서부 그리스인인 아이톨리아족의 조상 아이톨로스를 낳았다. 이와 같이 그리스인들은 다른 민족들처럼 돌에서 생겨 난 것이 아니고 데우칼리온과 퓌라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