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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소설

제목 쌍방에게, 선명한 답
글쓴이 이경은
모두가 일방을 병신이라고 부른다. 게다가 일방의 몸에는 병이 있다. 이쯤하면 일방은, 병신인 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쌍방이도?, 라고 일방은 의문을 던진다. 같은 반 안에 더 병신인 쌍방이 있기 때문이다. 쌍방은 일방보다 몸에 더 큰 병이 있다. 그런데 애들은 쌍방을 병신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일방은 갑자기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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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시간이다. 교실이 비었다. 모두가 운동장으로 떠났다. 일방과 쌍방만 남았다. 일방은 아직도 억울하다. 그래서 화난다. 일방이 쌍방의 멱살을 잡는다. 넌 나보다 병신인데 왜 애들은 너한테 병신이라고 부르지 않아? 난 약간 병신이고 넌 더 많은 병신인데 왜 나만 병신이야? 나는 피구하러 운동장을 나갈 거야. 근데 넌 나보다 더 병신이라 피구도 못하잖아. 근데 왜 나만 병신이냐고 왜! 쌍방이 운다. 왜 그래, 일방아, 왜 그래. 교실 문이 벌컥 열린다. 최가 들어왔다. 일방이 쌍방의 멱살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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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가 운다. 나 체해서 피구 못할 것 같아. 쌍방이 묻는다. 아까 뭐 먹었는데? 최가 계속해서 운다. 몰라, 먹은 것도 없는데 이래. 일방이 묻는다. 최야, 왜 애들은 쌍방이한테는 병신이라고 안 부르고 나한테만 병신이래? 최가 답한다. 나 지금 아프다고, 병신아. 쌍방이 최의 팔짱을 낀다. 보건소 가자. 최가 쌍방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선다. 일방이 사정한다. 정말 궁금해서 그래, 답 좀 말해주고 가! 최가 말한다. 나 지금 아프다고 병신아. 일방이 매달린다. 답하고 가라고! 쌍방이 일방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답한다. 답은 네 이름에 있어. 쌍방과 최가 교실을 떠난다. 일방은 아직도 자기가 왜 병신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일방은, 자기가 일방인지를,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