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마당 > 글쓰기마당 > 독서/영화감상문

독서/영화감상문

제목 생물성의 발견
글쓴이 신은우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을 때 문뜩 내 자신이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 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던 적이 있다. 마치 나라는 영혼어 어떻게 내 몸에 정착하였는지, 오른손을 움직이려 하면 오른손을 움직이는 것이 신기하고 왼손을 움직이려 하면 왼손이 움직이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어렸을 때는 내 등 뒤에 작은 지퍼가 달려있어 아주 작은 외계인이 가죽을 뒤집어 쓰고 내 몸 안에서 이리저리 명령을 내린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면 생명이란 얼마나 놀라운 것인가 감탄하며 영혼과 몸이 분리된듯한 기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정말 이상한 순간이었다. 왜 이런 생각은 화장실에서만 떠올리는 것인지는 잘 모르겟지만 아마도 혼자 작은 공간에 고립된 순간이기 때문이라 추측한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사회에서 내게 할당한 과제를 수행하기에 바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내가 가진 '생명성'에 대해 완전히 잊고 살았던거 같다. 되려 나는 지루하고 고된 순간 '죽고 싶다'란 생각이 항상 떠올랐다. 나를 힘들게 하고 고되게하는 것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고 싶었고 그저 모든 감각이 멈추기를 바랫다. 신해욱 시는 내가 그동안 있고 있었던 생명의 경의로운 감정을 다시 불러일으켜주었다. 어딘가 부족한 시적 대상을 통해 우리 삶에 존재하는 여백의 미를 비추었고 감추어졌던 대상의 움직임을 포착하였다. 신해욱 작가의 시 속에 등장하는 모든 움직임이 내게 신선한 감정을 선사하였다. 나는 다시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감탄하게 되었다. 

가장 좋았던 시 - 마리 이야기 마리가 누구인지는 모르겟지만 나에겐 타인과 조금 다른 아이처럼 느껴졌다. 그 아이가 불쌍해보이기도 했으며 그 아이를 통해 비추어진 나의 모습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마리도 어른이 되어야 하지만 시간은 부족하다는 점을 '생일은 바람처럼 지나간다'라는 표현이 내게 참 재치있고 슬프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