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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효행글짓기~ -엄마의 빈자리-
글쓴이 김유리
<효행글짓기>
엄마의 빈자리
인천 부일 여자중학교
3학년 6반 7번
김유리

얼마전의 (4월 23일) 일이었다.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친구들과 헤어진 후 집에 왔다. 문에 다다라 초인종을 눌
렀지만 아무런 기척이 없어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갔다. 집안은 아주 조용하고 정돈되어 있었다. 평소에 엄마께서는
어디에 외출하실 적에 식탁 위에다 메모를 남겨두고 나가신다. 오늘도 어김없이 식탁 위에 메모가 놓여있었다.
「이모와 시장 갔다오마. 저녁 챙겨 먹고 있어라. 불조심하고..」
엄마께서는 항상 메모에 무얼 조심하라고 써놓고 나가신다. 뭐가 그렇게 걱정스러우신 지…. 부모님의 마음은 다 그
런 것일까? 문득 가슴이 뭉클해진다. 메모를 읽은 뒤, 숙제를 마치고 저녁을 차렸다. 평소엔 엄마께서 차려주시던
밥을 먹다가 직접 내가 차려먹으니까 차리는 데에만 시간이 30분 넘게 걸렸다. 어렵게 차린 저녁을 거의 다 먹을
때쯤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유리니? 엄마야."  
엄마였다. 엄마께서는 시장에서 교통사고를 당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병원에 입원하셔야 하므로 전화를 하신 것이
다.
"아빠 오시면 저녁 차려드리고, 동생 잘 돌보고 공부 열심히 해. 걱정하지는 말고 엄마는 괜찮으니까.." (나중에 알
았지만 엄마의 왼쪽다리의 아킬레스건과 종아리 쪽을 트럭이 뭉개서  퉁퉁 붓고 까지고,, '걷지 못 하실정도였다'고
한다) 라고 말하시며 나에게 신신당부 하셨다.
"네. 엄마처럼 집안일 을 할 테니 걱정 마세요."
나는 큰소리 치며 전화를 끊었지만 내심 걱정이 들었다.
'엄마께서 안 계시는 동안 잘 할 수 있을까? 큰소리 친 만큼 잘 해야 되는데…'
다행히 새벽에 엄마께서 오셔서 (엄마는 택시를 타고 집에 오셔서 아침밥과 반찬준비를 하시고 우리가 등교한 후에
아빠 차를 타시고 다시 병원에 가셨다) 밥을 하시고 도시락을 싸주셨다. 하지만 설거지, 빨래, 집안청소, 동생 돌보
기까지.. 별로 집안일 을 해 본적 없던 내가 (도운 적도 별로 없다) 많은 일을 하게 되니 어설프고 실수도 잦았다.
설거지를 할 때 고무장갑을 끼고 하지 않아 유리그릇이 깨지고 교복 블라우스를 다리지 않아 아침에 허겁지겁 다린
일 등등.. 내가 눈으로 볼 때에는 힘들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내가 직접 하니 너무 힘들었다. 나는 열심히 노력해
서 무리 없이 집안일 을 하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여기저기에 스며 있는 엄마의 손길과 마음은 나도 따라할 수가
없는 것 같았다.
엄마께서 입원하신 날부터 10일 뒤의 하교 후, 문을 따고 들어온 집에는 엄마께서 나를 반기고 계셨다.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께서 안 계시던 10일 동안의 일이 생각나 얼마나 서럽던지, 눈물이 그치질 않았다. (뭇 사람들은 10
일 동안이라고 하여 나를 비웃겠지만, 나에게는 10일이 얼마나 길고 힘들었는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엄마께서는
아무 말도 안 하시며 나의 어리광을 받아주셨다. 더 이상 눈물이 안 나오자 난 엄마께 내가 그 동안 한 집안일 을
보여드렸다. 엄마께서는 잘 했다고 엉덩이를 토닥거려 주셨다. 난 10일 동안의 피로와 긴장감이 스르르 녹아 잠이
들었다. 이상한 소리가 나서 잠이 깬 후 나는 살며시 열린 방문 틈새로 마루를 내다보았다. 엄마는 다리에 파스를
붙이시고 방을 닦고 계셨다. 한 손은 다리를 잡고, 아프셨는지 신음까지 내고 계셨다.. 나는 이 장면을 보고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픈 다리를 이끌고 걸레질을 하시는 엄마의 모습에서 가족을 위한 희생, 봉사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가족 옆에서 가사일 을 하느라 고생을 하는 엄마에게 어느 누구도 감사하지 않는다. 마치 공기가 곁
에 존재하는걸 당연시 여기는 많은 사람들처럼... 나는 엄마께 너무나도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다. 몇 일 동안 집안일
을하고 위세부린 내가 너무 부끄럽게 느껴졌다. 또 내가 그 동안 엄마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지 않나 반성해 보았다.
마지막으로 엄마께 말하고 싶다.
"엄마! 이제서야 못난 딸, 엄마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어요. 참 못났죠? 하지만 엄마, 이제부터는 저 잘 할 거예요.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엄마 아프지 마세요. 엄마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