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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사 글쓰기지도

제목 엄마가 비춰줄 수 없는 아이만의 거울


일기를 ‘자기 응시의 글’이라고 한다. 일기를 쓰는 사람은 일기를 통해 부단히 자신을 살피고, 반성하고, 비판함으로써 인격수양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스스로의 능동적 역할이 강조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스스로를 삶을 돌아보면서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크다. 많은 성인들은 일기를 자아 성찰의 수단으로 삼았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일기쓰기를 가르치는 목적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꾸준히 자신의 삶을 진단하고 그 과정에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일기에 하루 일을 반성하는 글을 쓰도록 권하기도 하지만, 반성이라는 용어자체는 이미 잘못됨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저항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의 저항감을 줄이면서 아이에게 일기의 가치를 설명하기 위해 흔히 거울의 예를 많이 든다. 다음은 [글나라 어린이 마당]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일기의 역할을 설명한 글이다. 


거울은 우리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준다. 우리는 거울을 통해서 새로 산 옷이 나에게 어울리는지 비춰 보기도 하고, 내 얼굴에 뭔가가 묻어 미운 모습이 되었는지 확인하고 고치기도 한다. 나의 모습은 두 가지가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거울에 있는 그대로 비쳐지는 겉모습이 있고, 거울에는 비쳐지지 않는 마음의 모습이다. 마음의 모습은 남에게는 잘 보이지 않아 나만이 알 수 있는 모습으로 선생님이나 부모님, 친구도 볼 수 없는 참 비밀스런 모습이다. 일기는 이런 비밀스러운 모습을 비춰주는 마음의 거울이다. 우리는 일기라는 마음의 거울을 통해서 내 마음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다. 마음의 모습엔 내가 어쩔 수 없이 저지른 잘못도 있고 나도 모르게 저지른 실수도 있다. 이러한 잘못이나 실수는 우리의 겉모습에서 고쳐야할 것과도 같은 것이지만, 남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직 나 스스로가 발견해서 고칠 수밖에 없다.


일기를 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마음의 거울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때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무심코 지나쳐 버린 일들을 다시 생각하고 그런 다음 마음의 모습으로 비춰보게 된다. 그리고 얼굴에 검정이 묻었으면 닦고, 옷이 더러우면 갈아입듯이, 일기라는 마음의 거울을 통해 내 마음에 묻은 검정을 비춰보고 닦아내게 된다. 이것을 반성이라고 한다. 이런 행위는 나를 또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자신을 좀더 자세하게 관찰하고 비판할 수가 있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남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내 마음의 모습을 비춰주는 또 하나의 거울을 가지는 것이다. 아마 거울이 없다면 우리는 내 모습을 비춰볼 방법이 없어 얼굴과 몸을 예쁘게 가꾸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일기라는 마음의 거울이 없는 사람은 자신 모르게 지신의 마음속에 묻어있는 먼지나 검정을 비춰볼 수도 없고, 닦아낼 수도 없다.


아이에게 일기를 쓰도록 지도하는 일은 엄마가 비춰줄 수 없는 아이만의 거울을 선물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언제까지나 부모님이 자신과 함께 할 것으로 생각한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고 고쳐주면서. 그러나 부모님은 아이가 혼자 해결해야 할 많은 일들을 알고 있으며, 훗날 아이가 혼자 살아 갈 세상도 걱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이를 평생 동안 일기를 쓰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최종정리일 2005년 4월 2일. 이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