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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 선물 |
1달러 87센트.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나마 그 중 60센트는 1센트짜리 동전이었습니다.
잡화점 주인이나 반찬 가게 주인, 그리고 정육점 영감에게 물건을 살 때마다 사정사정해서
한 푼 두 푼 모은 1센트짜리였는데, 이런 푼돈을놓고 흥정을 하다 보면 너무 구두쇠처럼 보일 것 같아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기도 하였습니다.
델라는 세 번이나 돈을 세어 보았습니다. 여전히 1달러 87센트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 날이 크리스마스였습니다.
델라는 값싼 침대에 드러누워 실컷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울면서 델라는, 인생이란 눈물과 웃음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자신에게는 눈물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남편 짐이 일 주일에 30달러를 받을 때는 좀 나았지만, 짐의 수입이 일 주일에 20달러로 줄어들자 형편이 아주 어려워진 것입니다.
갑자기 델라는 울음을 그치고 화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뒷마당의 울타리 위로 올라가 있는 회색 고양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내일이 크리스마스인데 남편에게 줄 선물을 살 돈이 겨우 1달러 87센트뿐이라니!
벌써 몇 달 동안 푼돈을 쪼개 쓰면서 모은 돈이 겨우 그 정도였습니다. 일 주일에 20달러 가지고는 살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잠시 그녀는 남편에게 줄 귀하고 멋진 선물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문득 그녀는 창가에서 몸을 돌려 거울 앞에 섰습니다. 그녀의 눈은 초롱초롱 빛났지만, 얼굴은 창백해졌습니다.
그녀는 재빠른 손놀림으로 머리 핀을 풀어서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려 보았습니다.
짐과 델라 부부가 아주 자랑스러워하는 재산이 둘 있었습니다.
하나는 할아버지 때부터 물려 내려온 짐의 금시계였고, 또 하나는 델라의 머리카락이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델라의 그 머리카락이 갈색 폭포처럼 잔물결을 이루어 반짝이면서 늘어뜨려져 있었습니다.
그 머리카락은 무릎 아래까지 내려와서 마치 옷처럼 그녀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거울 속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의 눈에서 갑자기 눈물 방울이 떨어졌습니다.
낡은 갈색 모자를 쓰고, 여전히 눈에는 눈물이 맺힌 채 그녀는 거리로 나섰습니다.
그녀는 '소프로니 미용실'이라는 간판이 붙은 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델라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신 뒤 단숨에 계단을 뛰어올라갔습니다.
"내 머리카락을 사시겠어요?"
하고 델라가 물었습니다.
"모자를 벗어 보세요. 한번 보기는 해야지요."
그러자 갈색 폭포가 치렁치렁 늘어뜨려졌습니다.
"20달러 드리겠어요."라고 말하며 주인 여자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델라의 머리카락을 만졌습니다.
미용실에서 나온 델라는 짐에게 줄 선물을 사느라고 온 상점을 돌아다녔습니다.
드디어 그녀는 찾아 냈습니다.
그것은 백금으로 만든 시계줄이었는데 마치 짐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았습니다. 그 시계줄의 값은 21달러였습니다.
델라는 남은 87센트를 갖고 집으로 달려오면서, 이 시계 줄을 시계에 매기만 하면 남편은
어떤 모임에 가서도 자랑스럽게 시계를 꺼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계는 두말 할 필요없이 훌륭한 것이었지만, 낡은 가죽끈을 매고 있었기 때문에 짐은 남의 눈치를보면서 살짝 꺼내 보곤 했던 것입니다.
그녀는 집에 오자 거울 앞에 앉아서 머리를 손질하기 시작했습니다. 짧은 곱슬머리를 한 그녀는
마치 개구쟁이 소년처럼 보였습니다. 델라는 변한 자기의 모습을 짐이 싫어하지나 않을까
몹시 걱정했지만, 1달러 87센트로는 아무 선물도 살 수 없었으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짐이 돌아올 시간이 되자, 델라는 커피를 끓이고 저녁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짐은 늦게 오는 경우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녀는 시계줄을 꼭 쥐고 식탁 앞에 앉아 짐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아래층 계단을 올라오는 그의 발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순간적으로 긴장했습니다.
문이 열리고 짐이 들어왔습니다. 방에 들어선 짐은 이상한 표정으로 델라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서 있었습니다.
화난 표정도 아니고, 실망한 표정도 아닌 아주 이상한 표정이었습니다.
델라는 식탁에서 몸을 일으켜 짐의 곁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 저를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네? 당신에게 꼭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고 싶었어요.
머리야 또 자라지 않겠어요? 설마 화를 내시는 건 아니지요? 제 머리는 아주 빨리 자랄 거예요.
당신은 제가 얼마나 예쁜 선물을 준비했는지 아마 모르실 거예요.
긴 머리카락이 없어도 전 여전히 사랑하는 당신의 아내란 말이에요!"
짐은 아내의 말을 들으면서 거의 바보 같은 표정으로 서 있었습니다.
"머리카락을 잘라 버렸단 말이지……."
하고 짐이 중얼거리자, 델라가 아주 다정스럽게 말했습니다.
"짐, 저는 당신을 너무너무 사랑해요.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우리 즐겁게 지내요, 네?"
짐은 아내를 껴안았습니다.
그리고는 외투 주머니에서 상자를 하나 꺼내더니 식탁 위에 놓으며 말했습니다.
"델라, 절대로 오해하지 말아요. 당신의 머리카락이 짧든 길든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조금도 변함이 없어요. 하지만 저 상자를 풀어 보면 왜 내가 그렇게 정신이 멍해졌는지 알게 될 거요."
델라는 희고 긴 손가락으로 재빨리 상자를 열어 보았습니다. 상자를 연 순간, 그녀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상자 속에 든 것은 머리 핀 세트였습니다.
델라가 브로드웨이의 한 가게 진열창 앞에 서서 그토록 오랫동안 바라보기만 하던 머리핀들이었습니다. 가장자리가 보석으로 장식되어 잘라 버린 머리카락에 정말 잘 어울릴 듯한 아름다운 핀이었습니다.
그것은 워낙 비싼 것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갖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 머리 핀들이 이젠 자기 것이 되었는데, 꽂을 머리카락이 없어지고 만 것입니다.
델라는 머리 핀 상자를 가슴에 꼭 껴안더니, 눈물어린 눈으로 남편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여보, 내 머리는 빨리 자랄 거예요. 어머, 내 정신 좀 봐!"
짐에게 그 아름다운 선물을 아직까지 보여 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녀는 시계줄을 짐에게 내밀었습니다.
"참 멋있지요, 여보. 이걸 찾느라고 온 상점을 다 뒤졌어요. 자, 당신 시계을 이리 주세요. 얼마나 어울리나 봐야지요."
하지만 짐은 아내의 말대로 하지 않고 침대에 드러누워 팔베개를 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여보, 우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얼마 동안 잘 간직해 둡시다. 아주 소중한 것이니 말이요.
나는 당신에게 머리 핀을 사 주기 위해서 내 금시계를 팔아버렸어요. 이제 맛있는 저녁을 좀 먹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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