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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베스(저학년) |
세익스피어
덩컨 왕이 스코틀랜드를 다스릴 무렵, 맥베스라는 세력이 대단한 귀족이 살고 있었다. 맥베스는 왕의 친척으로서, 왕으로부터 두터운 신임과 사랑을 받고 있었다.
어느 날이었다. 적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맥베스가 동료인 뱅쿠오 장군과 함께 돌아오고 있었다. 그 때, 세찬 바람이 불어 오더니 이상하게 생긴 세 할멈이 앞을 가로막았다.
"당신들은 누구요?"
맥베스가 놀라 소리치자, 맨 앞에 서 있던 할멈이 말했다.
"클람즈의 영주님."
맥베스는 할멈이 자기를 알아보아서 놀랐다.
그러자 두 번째 할멈이 다시 말했다.
"아직은 아니지만, 코더의 영주님!"
이어서 세 번째 할멈이 소리쳤다.
"앞날의 임금님, 만세!"
다시 할멈들은 뱅쿠오를 향해 말했다.
"맥베스만큼 위대하거나 행복하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차츰 행복해질 것이오. 그리고 그대의 아들들이 대대로 스코틀랜드의 왕이 될 것이다."
말이 끝나자, 할멈들은 순식간에 연기처럼 사라졌다.
두 장군이 어리둥절해져 있을 때, 왕의 사신이 도착하여 말했다.
"맥베스 님, 이번 싸움의 공으로 코더의 영주가 되셨습니다. 축하 드립니다."
두 번째 할멈의 예언이 들어맞았으므로 맥베스는 그만 할말을 잊고 있었다. 이윽고 맥베스가 뱅쿠오에게 말했다.
"그 마귀 할멈의 예언이 맞았군. 그러니 자네도 아들이 왕이 되기를 바라겠지.?"
뱅쿠오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자네 역시 예언에 따라 임금의 자리를 탐낼지 모르겠네. 하지만 난 그런 쓸데없는 말은 믿지 않아."
그런 일이 있은 뒤, 맥베스는 스코틀랜드의 왕이 될 수 있는 방법만 생각하게 되었다. 그의 아내도 왕비가 될 욕심에 사로잡혀 마음이 들떴다.
더구나 맥베스의 아내는 마음씨가 사납고 야심이 강한 여자였다. 그래서 남편과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고 여겼다.
"왕을 죽여 버립시다."
맥베스의 아내는 틈만 나면 남편의 마음을 충동질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덩컨 왕이 맥베스의 공로를 칭찬하기 위해 그의 성을 방문했다. 덩컨 왕은 맥베스의 성을 둘러보며 감탄했다.
"여기는 참으로 좋은 곳이구려. 공기도 아주 맑고, 정말 아늑하오."
덩컨 왕은 맥베스 부인의 극진한 대접을 받고 훌륭한 보석을 선물로 주었다. 여행에 지친 왕은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함께 온 두 왕자 맬컴과 도널베인도 침실로 들어갔다.
밤이 되었다. 온 천지가 쥐죽은 듯이 고요했다. 그러나 맥베스와 그의 아내는 깨어 있었다. 부인은 남편이 암살을 저지를 만큼 잔인한 사람이 못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손수 단도를 쥐고 왕의 침대로 다가갔다. 아무 것도 모르는 왕은 술에 취해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부인은 숨을 죽이며 단도를 치켜들었다. 그런데 잠든 왕의 얼굴이 자기의 아버지와 비슷하게 느껴져 찌를 수가 없었다.
부인은 되돌아와서 남편과 의논했다. 맥베스는 고민에 빠졌다. 왕은 가까운 친척이었으며, 자기 성에 손님으로 찾아온 것이었다. 그래서 왕을 보호해야할 책임이 있는데, 자기가 해친다는 것은 당치 않은 일 같았다. 더구나 덩컨 왕은 정이 많아 신하들을 아껴주었다. 특히 맥베스에게는 두터운 신임과 사랑을 베풀었다. 또한 덩컨 왕이 죽는다 해도 두 왕자가 있었으므로, 맥베스는 암살 계획을 포기하고 싶었다.
"그만두다니 말도 안돼요."
부인은 맥베스의 약한 마음을 꾸짖었다.
"여보, 하룻밤 괴로워하는 것으로 내내 최고의 권력을 누릴 수 있어요. 당신은 겁쟁이가 되고 싶어요?"
"왕이 죽으면 우리가 의심을 받게 될 거야."
"술에 취해 있는 시종들에게 덮어씌우면 돼요."
아내의 말을 듣자, 맥베스는 새로운 용기가 생겨났다.
맥베스는 단도를 손에 쥐고 덩컨 왕이 잠들어 있는 침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느닷없이 공중에 떠오른 단도가 보였다. 그 칼은 자신의 심장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칼날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맥베스가 그것을 손으로 잡으려고 하자 곧 사라지고 말았다. 눈에 헛것이 보인 것이었다.
맥베스는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맥베스는 단숨에 왕의 가슴에 칼을 꽂았다.
맥베스가 막 침실을 나서려는데, 잠자고 있던 한 시종이 잠꼬대를 하였다.
"살인이야."
맥베스는 놀라서 그자리를 도망쳐 황급히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그 때, 어디에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 왔다.
"이제 맥베스는 편안한 잠을 잘 수 없을 것이다. 스스로 잠을 죽여 버리는 행동을 했으니까."
맥베스는 잠시 무서운 환상에 시달렸다.
맥베스가 넋이 빠진 사람의 꼴로 돌아오자, 부인은 서둘러 피가 묻은 손을 씻으라고 했다.
"단도를 이리 주세요."
부인은 피가 묻은 단도를 들고 왕의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들어 있는 시종들의 뺨에 피를 바르고 손에는 칼을 쥐어 주어, 마치 그들이 왕을 죽인것 처럼 일을 꾸며 놓았다.
날이 밝자, 왕의 죽음이 알려졌다.
맥베스 부부는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체했다. 대시 시종들이 억울하게 처형당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맥베스 부부를 의심했다. 덩컨 왕의 두 아들은 위험을 느끼고 재빨리 달아났다. 형 맬컴은 영국으로, 동생 도널베인은 아일랜드로 도망쳤다. 그래서 왕과 제일 가까운 친척인 맥베스가 왕위에 올랐다. 마귀 할멈들의 예언이 실현되 것이었다.
그러나 맥베스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할멈의 예언이 맞다면, 뒷날 내 아들이 아니라 뱅쿠오의 아들이 왕이 되겠군. 뱅쿠오의 아들을 왕위에 앉히려고 왕을 죽인 것은 아니었어. 왕관을 남에게 빼앗길 수는 없지.'
이윽고 맥베스는 뱅쿠오의 아들을 없애기로 마음먹었다.
어느날, 맥베스는 성대한 만찬회를 베풀어 여러 귀족과 뱅쿠오 부자를 초대했다. 그리고 그들이 궁전으로 오는 도중에 부하들을 시켜 급습했다. 맥베스의 계획대로 뱅쿠오는 맥베스의 부하들에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뱅쿠오의 아들 맥더프는 아슬아슬하게 도망쳐 버렸다.
만찬회 자리에서 맥베스는 손님들을 둘러보며 걱정하는 체했다.
"다들 이렇게 모여 주셔서 기쁘오. 그런데 뱅쿠오 장군만 빠졌군. 도중에 무슨 변이라도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이오."
그 때, 뱅쿠오의 유령이 나타나서 맥베스가 앉으려던 의자에 앉았다. 맥베스는 새파랗게 질려 유령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유령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으므로, 맥베스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왕비가 얼른 맥베스에게 귓속말을 했다.
"정신 차리세요. 허공에서 단도를 본 것처럼 또 헛것을 본 거예요."
맥베스는 왕비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하면서 중얼거렸다.
"물러가라. 어서 꺼져 버려."
왕비가 급히 일어나서 귀족들을 향해 변명을 늘어 놓았다.
"폐하께는 가끔 이런 증세가 나타납니다. 쉬셔야겠으니 오늘 만찬회는 이쯤에서 끝낼까 해요."
맥베스는 날마다 뱅쿠오의 유령이 떠올라서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맥베스는 어느 날 마귀 할멈을 찾아 벌판의 동굴로 갔다.
그들은 이미 맥베스가 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다.
"미래를 점쳐야겠다. 어서 귀신들을 불러다오."
마귀 할멈들은 커다란 솥에 두꺼비· 뱀· 박쥐· 도롱뇽 따위를 넣고 펄펄 끓였다.
한참 뒤, 할멈들은 세 귀신을 불러 냈다.
첫 번쩨 귀신이 투구를 쓰고 나타나서 말했다.
"왕이여, 파이프의 귀족을 조심하라."
두 번째 귀신은 피투성이가 된 어린이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소리쳤다.
"왕이여, 두려워할 것 없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인간은 너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인간의 힘 따위는 비웃어 주어라."
세 번쩨는 머리에 왕관을 쓴 나이 어린 귀신이었다.
"버넘의 숲이 너의 궁전 앞으로 이동해 올 때까지는 너는 절대로 멸망하지 않는다."
맥베스는 기쁨에 차서 소리쳤다.
"정말 고마운 예언이오. 인간이 어떻게 숲을 움직일 수 있겠소? 한 가지 더 알고 싶은 게 있소. 정말 뱅쿠오의 자손이 이 나라를 다스릴 것인가 하는 점이오."
맥베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귀신은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음악 소리가 들려 오더니, 왕관을 쓴 여덟 명의 유령이 맥베스의 곁을 지나갔다.
놀랍게도 마지막 유령은 뱅쿠오였는데, 그는 거울을 가지고 있었다.
뱅쿠오는 맥베스에게 웃음을 던지며 거울 속을 가리켰다.
"잘 보아라. 스코틀랜드의 국왕이 될 나의 자손들이다."
그 뒤, 맥베스는 피에 굶주린 마귀같이 변해 갔다.
어느 날, 영국으로 도망친 파이프의 귀족, 즉 뱅쿠오의 아들 맥더프가 맬컴을 받들며 군사를 모으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 왔다.
화가 치민 맥베스는 맥더프의 성을 공격했다.
그리고 맥더프의 가족은 물론, 성 안에 있던 사람들을 죄다 죽여 버렸다.
맥베스의 잔인한 행동을 보고 이름 있는 귀족들은 모두 맥더프와 맬컴 왕자를 찾아 떠났다.
남아 있던 사람들도 마음 속으로는 맬컴의 군대가 이기기를 바랐다.
맥베스는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왕비마저 늘 공포에 떨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어느 날, 망을 보던 파수병이 새파랗게 질려 뛰어왔다.
"폐하, 버넘 숲이 움직이며 이 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뭐라고? 버넘 숲이 움직여? 이놈, 감히 누구에게 거짓말을 하는 게냐?"
"사실이옵니다, 폐하!"
"거짓말이면 너를 나무에 거꾸로 매달아 놓을 테다. 만약 네 말이 사실이 라면 나를 그렇게 해라."
맥베스가 성벽으로 올라가 보니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맬컴의 꾀에 지나지 않았다.
맬컴은 군사들이 버넘 숲을 지날 때, 적이 알아 볼 수 없도록 푸른 나뭇가지를 꺽어 들게 했다. 그런데 그것이 맥베스의 눈에는 숲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마침내 싸움이 벌어졌다.
맥베스의 군사들은 이미 마음이 맬컴에게로 기울어 있었으므로 마지못해 싸우는 척만 했다.
맥베스는 맥더프를 보자, 귀신의 충고가 생각나서 되돌아서려고 했다. 그러나 맥더프가 맥베스를 놓칠 리 없었다.
맥더프가 소리쳤다.
" 내 아내와 자식을 죽인 원수! 이 늑대만도 못한 나쁜 놈아!"
그러자 다시 귀신의 말이 떠올라서 맥베스는 큰 소리로 외쳣다.
"맥더프, 나는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인간에게는 절대로 죽지 않아."
"바보 같은 놈! 나는 보통 사람처럼 여자의 몸에서 태어나지 않았어. 어머니의 배를 가르고 나왔단 말이야."
맥베스가 그 말에 부들부들 떨자, 맥더프가 다시 소리쳤다.
"네놈을 잡아서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만들고 말 테다."
맥베스는 마지막 용기를 다해 맥더프에게 달려 들었다.
"차라리 죽을지언정 그런 모욕을 당하지는 않겠다. 네놈이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인간이 아니더라도 상관 없어. 마지막 승부를 겨루자!"
그러나 맥베스는 맥더프의 칼에 맞고 쓰러졌다.
맥더프는 맥베스의 목을 잘라 젊은 왕 맬컴에게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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