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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미오와 줄리엣(저학년) |
세익스피어
이탈리아의 베로나라는 도시에 캐퓰렛과 몬터규의 두 집안이 있었다. 이 두 집안은 조상 대대로 사이가 나빠서 원수처럼 지냈다. 집안 식구들은 물론, 먼 친척이나 하인들까지도 서로 으르렁거렸다.
어느 날, 캐퓰렛 집안에서 가면 무도회와 파티가 벌어졌다. 베로나 시에서 손꼽히는 신사 숙녀들이 다 모이게 되었다.
몬터규 집안의 아들 로미오는 전부터 로절라인이라는 처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친구인 벤볼리오는 그것이 못마땅하여 로미오에게 충고했다.
"로미오, 예의없고 거만한 그런 여자는 잊어버려. 이 세상엔 훌륭한 여자들이 얼마든지 있다네. 캐퓰렛 집의 파티에 가 보면 미인들이 수두룩할 거야. 오늘 밤, 거기에 가서 로절라인과 다른 미인들을 비교해 보게."
벤볼리오가 자꾸만 권하자, 로미오도 은근히 호기심이 생겼다. 또, 거기에 가면 로절라인도 와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벤볼리오와 로미오는 가면을 쓰고 대담하게 원수의 집 파티에 참석했다. 로미오는 가면을 쓰고 한 쪽 구석에 앉아 있다가 한 아가씨에게 넋을 빼앗기고 말았다. 보석처럼 아름답고 귀여운 아가씨였다.
'어쩌면 저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한 마리의 백조가 마치 까마귀들 틈에 끼여 있는 것 같군. 이번 음악이 끝나면 내가 춤을 청해야 겠다.'
그런데 로미오가 반한 그 아가씨는 바로 캐퓰렛 집안의 외동딸 줄리엣이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로미오는 줄리엣에게 다가가서 무릎을 꿇고 공손히 손을 잡았다.
"아가씨의 손은 성당보다 더 성스럽군요. 이 순례자의 손이 닿아 더러워졌다면, 키스를 하여 죄를 빌고 싶소."
"줄리엣! 줄리엣!"
바로 그 때, 줄리엣의 어머니가 딸을 불렀다. 로미오는 그 아가씨의 이름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의 마음을 몽땅 빼앗은 아가씨가 바로 원수 집안의 딸이었기 때문이었다. 줄리엣 역시 가면을 쓴 그 청년이 몬터규 집안의 아들임을 알고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첫눈에 반한 두 사람은 곧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밤이 깊어 캐퓰렛의 집을 나온 로미오는 다시 돌담을 뛰어넘어 그의 집의 뜰로 들어섰다. 그리고 밤늦도록 살구나무 밑에서 무작정 기다렸다.
그 때, 2층 창문이 열리며 줄리엣의 모습이 나타났다.
"오, 줄리엣! 나의 이 마음을 어떻게 전할까? 턱을 고인 채 별을 보고 있구나. 내가 저 장갑이라면 줄리엣의 뺨에 닿을 수 있을 텐데……."
로미오는 떨리는 가슴으로 중얼거렸다.
그 때, 줄리엣의 탄식 소리가 들려왔다.
"오, 로미오! 당신의 이름과 성을 버리십시오. 저도 캐플렛이라는 성을 버리겠습니다. 나를 사랑한다고 맹세해 주세요."
"네, 로미오라는 이름이 싫다면 버리렜습니다."
로미오는 더 이상 숨어 있을 수가 없어, 나무 밑에서 나오며 큰 소리로 외쳤다.
"누구세요? 지금 어둠 속에서 저의 비밀을 엿듣고 있는 분은?"
"오, 저의 이름을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그 목소리는 로미오 씨가 아니세요? 몬터규 집안의 로미오씨?"
"아닙니다. 당신이 싫어하시는 그런 이름은 이제 내 이름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를? 들키면 어쩌시려고요?"
"사랑의 힘은 무엇이든지 하지요. 당신 집안 사람들도 저를 막지는 못할 것입니다."
달빛을 받으며 두 남녀는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유모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왔다.
"저를 부르는 군요. 로미오씨, 이제 돌아가세요."
"오, 내가 꿈을 꾼 것은 아니겠지요?"
줄리엣이 베란다 너머로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당신이 저와 결혼하실 작정이라면, 내일 사람을 보낼 테니 시간과 장소를 알려 주세요. 그럼 저의 일생을 당신에게 바치고, 당신을 따라 어디든지 가겠어요."
"아가씨!"
안에서 또 유모의 부르는 소리가 들려 왔다. 줄리엣이 대답했다.
"곧 갈께요."
로미오가 재빨리 외쳤다.
"줄리엣, 저 세상까지 제 사랑이 바뀌지 않을 것을 맹세하겠습니다."
"부디 몸조심하세요."
줄리엣은 안으로 들어갔다.
로미오가 돌아서려 할 때, 다시 줄리엣이 나타나서 불렀다.
"로미오!"
"오, 줄리엣."
"몇 시에 사람을 보낼까요?"
"9시에 보내십시오."
두 사람은 새벽이 가까워져서 헤어졌다. 로미오는 그 길로 로렌스 신부를 찾아 이웃에 있는 성당으로 갔다.
"로미오, 이 새벽에 무슨 일이냐?"
로미오는 신부에게 사실 이야기를 하고, 결혼식을 치러달라고 부탁했다.
"좋아, 내가 힘이 되어 주지, 너희 두 사람이 결혼함으로써 두 집안이 친해질 수도 있을 테니까."
로렌스 신부는 두 사람의 결혼으로 두 원수 집안이 화목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모든 채비를 서두른 로미오는 곧 줄리엣에게 편지를 띄웠다. 두 사람은 로렌스 신부의 주례로 몰래 결혼식을 올렸다. 줄리엣은 식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서 밤이 되기만을 초조히 기다렸다.
그 날 낮, 로미오의 친구 벤볼리오와 머큐쇼가 거리를 걷다가 캐퓰렛 집 젊은이들과 마주쳤다. 머큐쇼와 말싸움을 벌이던 캐퓰렛가의 티벌트는 로미오가 나타나자 칼을 뽑아 덤벼들었다.
티벌트는 줄리엣의 가까운 친척이었다. 그래서 로미오는 싸움을 피하려고 했다. 그래도 티벌트는 끝까지 로미오에게 시비를 걸었다.
옆에 있던 머큐쇼가 보다 못해 칼을 뽑아 들고 티벌트에게 소리쳤다.
"티벌트, 나한테 덤벼라."
두 사람은 마구 칼을 휘두르며 싸움을 벌였다. 머큐쇼가 칼에 맞아 쓰러졌다. 친구가 죽자 로미오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소리쳣다.
"티벌트, 이 악당 같은 놈아, 내 칼을 받아라."
잠시 후, 티벌트가 로미오의 칼에 맞아 쓰러졌다.
"로미오, 사람들이 몰려와. 어서 도망치게나."
벤볼리오의 소리를 듣고 로미오는 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 이 일로 로미오는 베로나 시에서 추방당해 귀양을 가게 되었다. 베로나 시 총독의 명령에 의해서 였다.
로미오는 로렌스 신부의 성당에 몸을 숨기고 있엇다. 로미오는 추방 명령이 떨어진 것을 알고 절망에 빠졌다.
"줄리엣이 있는 곳은 천당이고, 없는 곳은 지옥입니다. 신부님, 전 어떡하면 좋습니까?"
신부가 달랬다.
"로미오, 그것도 총독님께서 특별히 자비를 베풀었기 때문에 사형을 면한 것이다."
그 때, 줄리엣에게서 유모가 심부름을 왔다.
"꼭 만나고 싶으니 오늘 밤 오시랍니다."
로렌스 신부는 로미오를 타일렀다.
"너무 절망하지 말고, 오늘은 줄리엣을 만나라. 그리고 내일 일찍 귀양 가기로 된 맨튜어 지방으로 떠나라. 내가 천천히 좋은 방법을 생각해 보마."
그날 밤, 로미오는 줄리엣과 꿈 같은 시간을 보냈다. 어느새 새벽닭이 울고 있었다. 날이 밝아 올수록 그들은 안타까워 눈물을 흘렸다.
"잘 있소, 나의 사랑!"
로미오는 줄리에게 입을 맞춘 다음 베란다에서 줄을 타고 내려왔다.
로미오가 떠난 뒤, 아무 것도 모르는 캐퓰렛은 줄리엣을 결혼시키려고 했다. 상대는 파리스 백작이었다. 고민에 싸여 있던 줄리엣은 로렌스 신부를 찾아가서 도움을 청했다.
"줄리엣, 집에 가거든 무조건 결혼하겠다고 해라. 그리고 내가 약을 줄 테니, 결혼식 전날 밤 그 약을 마셔라. 그럼 숨이 멎으면서 죽은 사람같이 될 거야. 하지만 마흔두 시간이 지나면 깨어나게 돼. 물론 너의 몸은 깨어나기 전에 영구차에 실려 캐퓰렛 집안의 묘지로 옮겨지겠지. 나는 그 동안 로미오에게 알려, 네가 눈을 뜨기 전에 이 곳에 오도록 하마. 네가 깨어나면 함께 맨튜어로 가는 거야."
신부에게 약을 받은 줄리엣은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결혼식은 목요일에 열리기로 되어 있었다.
수요일 밤, 줄리엣은 신부가 시킨 대로 약을 먹었다.
다음날, 결혼 잔치를 위해 준비한 음식을은 제사 음식으로 변했다.
신부의 앞길에 뿌려질 예정이었더 꽃들은, 무덤으로 가는 길을 장식했다.
한편, 맨튜어에 있는 로미오에게 하인이 찾아왔다. 그 하인은 쥴리엣의 죽음을 알렸다. 로미오는 줄리엣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찢어지는것 같았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여기서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직접 확인을 해야겠어. 신부님의 편지는 없었느냐?"
"없었습니다."
로미오는 바람처럼 말을 달려 베로나 시로 갔다. 로미오는 도중에 약장수에게 많은 돈을 주고 독약을 샀다. 묘지에 이르자, 로미오는 무덤의 문을 부수었다.
"이 악독한 몬터큐 놈아!"
난데없이 누군가가 달려들었다. 그는 줄리엣과 결혼하기로한 파리스 백작이었다. 줄리엣의 무덤에 꽃을 바치러 왔다가 로미오를 발견한 것이었다.
"이놈, 티벌트를 죽이고 이제는 무덤까지 파헤치려 들다니……."
결투 끝에 파리스 백작은 로미오의 칼을 맞고 쓰러졌다.
"나를 줄리엣 곁에서 죽게 해 다오."
파리스는 그 한 마디를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로미오는 파리스의 시체를 안고 무덤 속으로 들어갔다. 무덤 속에는 줄리엣이 잠든 것처럼 누워 있었다. 로미오는 줄리엣의 몸에 매달리며 통곡했다.
"줄리엣, 이게 어찌 된 일이오? 줄리엣……."
로미오는 줄리엣의 꼭 다문 입술에 마지막으로 입을 맞추고 독약이 든 병을 꺼냈다. 독약을 마신 로미오의 몸이 줄리엣 옆으로 쓰러졌다.
이 때, 누군가가 허둥지둥 촛불을 밝히고 무덤 속으로 들어왔다. 로렌스 신부였다. 신부는 로미오와 파리스 백작의 시체를 보고 괴로운 신음을 냈다. 신부는 자기의 계획을 자세히 적어 하인을 시켜 로미오에게 전해주도록 했다. 그런데 도중에 전염병이 발생하여 그냥 되돌아왔던 것이었다. 로렌스 신부는 줄리엣이 걱정되어 보살피러 온 것인데, 뜻밖에도 이런 비극을 보게 된 것이었다.
그 때, 산송장처럼 누워 있던 줄리엣이 부스스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약의 효력이 다 된 것이었다. 밖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로미오와 파리스가 싸우는 것을 본 묘지기가 사람들을 데려온 것이다.
"신부님, 로미오는 어디 있습니까?"
줄리엣이 물었다. 줄리엣은 곧 로미오의 시체를 발견하고 동상처럼 멍청히 서 있었다.
"줄리엣, 여기서 나가자. 사람들이 몰려와. 자세한 이야기는 나가서 들려 주마."
"신부님, 전 가지 않겠어요."
줄리엣이 잘라 말했다. 신부는 사람들에게 틀킬 것이 염려되어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
줄리엣은 눈물을 흘리며 로미오의 허리에 꽂혀 있는 단도를 뽑아 들었다. 줄리엣은 망설이지 않고 단도를 가슴에 꽂았다. 줄리엣의 몸이 로미오 위로 쓰러졌다.
줄리엣의 비명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몰려왔다. 거기에는 캐퓰렛과 몬터큐도 있었다.
그 동안의 사정을 신부에게서 들은 그들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이 비극은 두 집안이 서로 증오하며 지냈기 때문에 일어났소. 하늘의 벌을 받은 것이오."
늙은 캐퓰렛이 몬터큐 영감에게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은 손을 마주 잡았다.
"몬터큐 영감님, 우리의 죄가 크오. 용서하시오."
"아니오. 저를 꾸짖어 주시오."
"저는 댁의 아드님 로미오의 상을 순금으로 만들어 세우겠습니다."
"저도 줄리엣의 상을 세워 우리 베로나의 자랑으로 삼겠습니다."
이리하여 두 집안은 서로 화합하게 되었다. 두 젊은이의 순수한 사랑이 평화를 가져온 것이었다.
또 하루가 밝아 왔지만, 이 날은 하늘도 슬픈지 잔뜩 흐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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