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1504 ~ 1551) 

‘한국의 어머니’, ‘현모양처’의 대명사하면 누구나 신사임당을 떠올릴 것입니다. 신사임당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모범적이고 어진 어머니 일뿐 아니라 조선시대 여류 문학가로서 화가로서 서예가로서 어느 하나 떨어질 것이 없는 훌륭한 인물이었습니다.

신사임당은 진사 신명화의 둘째 딸로, 강원도 강릉 북평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부터 매우 총명했던 신사임당은 7살 때부터 안견의 그림을 본 따 산수화 및 포도, 곤충, 화초 등을 그렸으며, 바느질과 수예, 글, 글씨에 이르기까지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며 자랐습니다.

하루는 신사임당이 마루에서 풀잎에 있는 메뚜기 그림을 그리다가 목이 말라 부엌으로 들어가 냉수를 마시고 돌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곤 다시 마루 위에 앉은 신사임당은 깜짝 놀라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신사임당이 그린 그림이 마구 찢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엉엉! 누가 내 그림을 망가뜨려놨어요.”
신사임당의 울음소리를 듣고 마당에 나온 신사임당의 아버지는 곧 무슨 일인지 알아차렸습니다. 신사임당이 그린 메뚜기 그림이 너무 진짜 같아서 마당에서 놀고 있던 닭들이 살아있는 메뚜기인 줄 알고 쪼았던 것입니다. 이 일화는 신사임당의 그림 솜씨가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알게 해 주는 일화입니다.

1522년 신사임당은 19세의 나이로 이원수와 결혼하게 됩니다. 이후 신사임당은 한 남자의 아내로서, 또 가정주부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해냈으며, 슬하에 7남매를 두어 어머니 노릇도 훌륭하게 해냈습니다. 특히 셋째 아들 율곡 이이는 조선시대 뛰어난 대학자로 존경받게 되는데 이것은 신사임당의 어진 교육 덕분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똑똑했던 율곡 이이는 책만 보고 형제들과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율곡의 둘째 형이 책만 보고 있던 이이와 같이 놀자고 이야기 하였고 어울리기 싫었던 이이는 이것을 뿌리쳤습니다. 결국 형제들끼리 싸움이 나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본 신사임당은 모든 형제들을 불러 모아 나뭇가지를 각자 하나씩 주며 그것을 부러뜨려 보아라고 하였습니다. 모두 아무런 문제없이 나뭇가지를 잘 부러뜨리자, 신사임당은 이번에는 10개의 나뭇가지를 부러뜨려 보라며 다시 형제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번에는 어느 누구도 나뭇가지를 부러뜨리지 못했습니다.
  “보아라! 하나의 나뭇가지는 쉽게 부러진다. 하지만 10개의 나뭇가지는 쉽게 부러지지가  않는 법이다. 이와 같이 너희 형제들도 하나하나의 힘은 약하나 형제들이 힘을 함께 모았을 때는 10개의 나뭇가지처럼 단단할 것이다. 그러니 서로 싸우지 말고 형제들끼리 사이좋게 지내거라!”
이제 4살이 된 율곡 이이는 어머니 말씀에 수긍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 저는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책을 보고 있는데 형님께서 억지로 저를 끌고 간 것입니다. 제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형님 말에 무조건 수긍해야 합니까?”
언제나 영특한 이이를 어떻게 교육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던 신사임당은 이번 기회에 아들의 잘못을 일깨워 주기로 작정하고 어린 이이만 데리고 강릉 바닷가로 데려갔습니다.
“이이야! 아무리 네가 형님보다 학식이 높다하나 학식보다는 인간의 도리가 먼저이니라. 지금 너는 인간의 도리를 저버리고 학식만을 추구하고 있다. 먼저 인간이 되지 않은 사람이 학식만을 추구하게 된다면 소인배와 뭐가 다르겠느냐! 어머니의 이 말을 바다 물속에서 곰곰이 생각해보고 너의 잘못이 무언지를 알았다면 그 때 나오도록 하거라!”

이렇듯 신사임당은 머리만 똑똑하다고 그 아들만 예뻐하지 않았습니다. 지식 이전에 사람이 되라고 신사임당은 항상 가르쳤습니다. 그녀의 이러한 가르침이 있었기에 율곡 이이는 조선시대 대학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훌륭한 어머니인 동시에 착한 아내, 또한 시부모와 친정어머니를 잘 모신 효녀로 널리 알려진 신사임당은 1551년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남긴 글과 그림, 인망과 슬기, 어진 성품은 우리 마음속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