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1546 ~ 1615)

동양 최고의 의학책인 ‘동의보감’을 쓴 허준은 1546년, 첩의 자식으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 허론은 양반이었지만, 어머니는 아버지의 첫 부인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당시 조선시대 때는 신분 차별이 매우 컸습니다. 그래서 그는 서자(첩의 자식)라는 신분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하고 집에서도 눈치를 보며 살아야 했습니다. 어린 허준은 그 슬픔을 공부로 달래었고, 어느 양반집 아들보다 훨씬 공부를 잘하였습니다. 하지만 서자라는 그의 신분 때문에 과거 시험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국가가 법으로 금지시켰기 때문입니다.
  ‘아,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 신분이 낮은 첩의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과거시험도 볼 수 없다니… 나에겐 미래가 없구나! 흑~’
허준은 괴로워하며, 공부도 하지 않고 매일 산과 들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된 허준은 자신의 신분이 낮다고 슬퍼하며 하는 일 없이 허송세월을 보낼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한 허준은 의학을 공부하여, 조선 최고의 명의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경상도 산청에 있는 유의태라는 유명한 의원 밑에서 의술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유의태는 환자를 정성껏 돌보면서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는 허준을 무척 아꼈습니다.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 유의태는 허준이 사람의 몸속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 자결하여, 자신의 몸을 해부하도록 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한 눈 팔지 않고 오로지 의학을 공부하는 데만 열중한 그는 마침내 1574년에 29살의 나이로 의과에 합격하여, 궁궐에 들어가 내의원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1577년에는 선조 임금의 병을 고쳐, 왕으로부터 큰 신임을 받기도 했습니다. 1591년에는 한자를 읽지 못하는 백성들을 위해, 쉬운 한글로 쓴 ‘구급방’이라는 의서를 편찬하기도 했습니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는 선조 임금과 여러 대신들의 몸을 보살피며 끝까지 험난한 피난길을 따라다녔습니다. 다음해 11월에 서울이 수복되어 돌아왔지만, 전쟁의 뒷모습은 너무나 참혹하였습니다. 백성들은 오랜 굶주림에다가 전염병마저 겹쳐져, 그 생활의 비참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궁궐에서 편안히 임금님의 건강만 살펴도 되는 허준이었지만, 자신이 직접 나서서 백성들의 치료에 힘을 썼습니다.  

많은 백성들을 치료하면서 허준은 다음과 같은 결심을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의서들이 있어. 하지만 모두가 중국에서 가져온 것이 대부분이야, 그 내용 체계도 엉성하고, 중국 사람과 우리 조선 사람은 체질이 달라. 우리 조선 사람의 체질에 맞는 우리의 의서가 있어야 해! 그래, 내가 이해하기 쉬운 종합적인 의서를 만들어 보자!’  
그는 선조의 허락을 받고 내의원 안에 편국을 설치하여 의서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책을 쓰고 열심히 일하는 허준의 모습을 본 선조는 그에게 ‘양평군’이라는 칭호와 함께 ‘정1품 보국숭록대부’라는 벼슬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많은 신하들이 허준의 신분이 서자라는 이유로 반대하여, 결국 벼슬 주는 것이 취소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허준은 그러한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의서를 완성시키는 데만 집중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1608년에 선조 임금님이 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허준은 임금님의 병을 제대로 고치지 못했다는 누명을 쓰고 귀양을 가게 되었습니다. 허준은 귀양 가 있는 동안에도 의학책을 만드는 데에 온 힘을 기울였습니다. 마침에 1610년에 25권에 달하는 ‘동의보감’을 완성시켰습니다. 14년 여 간의 고생이 결실을 맺게 된 것입니다. 당시 중국과 일본에서도 동양의 모든 의학 지식을 모은 일종의 백과사전인 동의보감을 구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조선을 찾았습니다. 오늘날에도 동의보감은 한의원들이 의술을 공부하고 익히는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책입니다.

우리는 허준이 조선시대의 유명한 의원이었기 때문에 그를 존경하는 게 아니라, 한평생을 의학의 발전을 위해 힘써 온 허준의 집념과 열정, 그리고 신분을 따지지 않고 환자를 정성껏 치료한 그 순수한 태도를 존경하고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