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1828 ~ 1910)

앙리 뒤낭은 스위스 제네바의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부유한 가정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청년 시절부터 환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구호하는데 힘쓰기도 하였습니다. 18살 때는 ‘사랑의 봉사대’에 가입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데 앞장서기도 했습니다.

25살 때 그는 회사일로 당시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북부의 알제리 지방으로 파견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서 땅이 너무나 황폐하고 메말라 농사를 지을 수 없어 굶주리고 있는 원주민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아팠던 앙리는 알제리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자신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알제리의 산과 들을 논밭으로 만들기 위한 개간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하지만 농토에 물을 끌어대기 위해서는 이 곳을 다스리고 있는 프랑스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당시 프랑스는 이탈리아와 함께 북이탈리아를 오스트리아로부터 되찾기 위해 전쟁을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너무나 중요한 전쟁이어서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 3세도 이탈리아 전선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앙리는 황제로부터 직접 허가를 받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전쟁터로 달려갔습니다. 앙리는 그 곳에서 전쟁의 참혹한 광경들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피투성이가 된 병사들이 고통을 참지 못해 울부짖고 있었으며, 약이 모자라 아픈 병사들을 그냥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앙리는 이들의 고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니, 이럴 수가! 시체와 부상병이 산을 이루었군. 이들을 빨리 치료해 줘야해.” 
그는 곧 주변에 있는 주민들을 모아, 부상자들을 간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나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부상자들을 치료할 순 없어.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부상한 병사들을 도울 수 있는 단체를 만들어야 해!”

3년 후 뒤낭은 ‘솔페리노의 추억’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그 내용은 ‘싸움터에서는 부상자와 병자를 적군, 아군의 구별 없이 간호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제안은 곧 여러 나라들로부터 긍정적인 호응을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1863년 10월, 제네바에 세계 16개국의 대표들이 참석하여 ‘국제적십자사’를 창설하는데 동의하였습니다. 그리고 전쟁터에서 야전병원이나 간호원들은 서로 공격하지 않도록 결의하고, 서로가 국제적십자임을 알아보기 쉽게 빨간 십자가 표시를 하기로 정하였습니다. 앙리는 모국인 스위스의 깃발을 거꾸로 한 흰 바탕에 빨간 십자가가 그려진 것을 국제적십자사의 깃발로 채택한 것입니다. 스웨덴 정부는 1901년에 박애 정신과 평화에 이바지한 공로로 뒤낭에게 제 1회 노벨 평화상을 수여하였습니다.

뒤낭은 1910년,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뒤 국제적십자 위원회는 앙리뒤낭의 생일인 5월 8일을 ‘적십자 평화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