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1804 ~ 1866)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지리학자로 김정호를 들 수 있습니다. 그는 조선 후기에 여러 가지 지도와 지도책을 편찬하였는데, 특히 대동여지도는 우리나라의 옛 지도 중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지도는 우리나라의 전체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든 지도로, 지금 남아 있는 지도 중에서 가장 정확할 뿐만 아니라, 세로 6.6m, 가로 4m에 이르러 크기도 가장 큽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지도가 붓으로 그려진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목판에 새겨 만든 것이라는 점입니다. 목판을 사용하면 몇 번이고 계속해서 똑같은 지도를 찍어낼 수 있는데, 김정호는 이 지도를 널리 보급하여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던 것입니다.

김정호는 약 1800년경 황해도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지도를 살펴보고 지도 그리기를 좋아하였습니다. 
  “바다는 어디에서 어디로 흘러가는 거지? 산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지? 우리 동네의 시작과 끝은 어딜까?”
  그래서 자신이 직접 마을의 지리를 살펴보고, 지도를 그려보기도 하였습니다. 청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지도에 관심이 많았던 김정호는 규장각에 많은 지도들이 보관되어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후 그는 매일 규장각으로 가서 관리에게 지도를 보여주기를 청하였지만 번번이 거절당하였습니다. 그 때 그의 친구인 최한기의 도움으로 규장각에 있는 지도를 볼 수가 있었습니다. 김정호는 기쁜 마음으로 규장각에 있는 지도를 가지고 실제 현장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크게 실망하였습니다.
  “아니, 규장각에서 만든 지도조차 틀리다니! 제 나라의 올바른 지도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야. 좋아, 내가 내 손으로 정확한 지도를 만들거야!”

김정호는 자신이 직접 지도를 만들 것을 결심하고, 나라 곳곳을 둘러보기 위해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결심한지 10년이 지나 김정호는 드디어 지도를 완성하였습니다. 그 지도가 바로 2첩의 지도인 ‘청구도’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음~ 아직도 부족한게 너무 많아. 좀더 자세한 지도를 만들어야 겠어! 그래서 이 땅에 살고 있는 조선 사람들이 얼마나 보배로운 땅에서 살고 있는 지를 느끼게 해야 해.”
김정호는 또 다시 조선 전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새 지도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청구도를 만든지 27년이 지난 1861년에 ‘대동여 지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조선의 정확한 지도를 만들기 위해 일생을 바친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3년 뒤에는 ‘대동지지’라는 32권 짜리 지리책도 만들었습니다. 김정호는 대동여지도를 흥선 대원군에게 바쳤습니다. 하지만 그의 정확하고도 세세한 지도를 본 대원군은 크게 놀라며 말하였습니다.
  “서양놈들이나 일본놈들이 우리나라를 쳐들어오기 위해 갖은 못된 짓을 서슴치 않고 있는 이때, 너는 조선의 지도를 만들어 남에게 우리 지형의 비밀을 알리려고 했다. 용서할 수 없다. 여봐라~ 이놈을 당장 가두고, 그가 만든 지도를 모조리 불살라 없애 버려라!”
  “아~ 나라의 정치를 하는 사람이 저리 무지해서야…… 나라가 어지러울 땐 적을 막고, 평화로울 땐 국민을 위한 경제 정책을 세우는데 이 지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저들은 왜 모른단 말인가!”

그는 결국 1867년(고종 4년), 나라의 비밀을 밝혔다는 죄를 쓰고 억울하게 죽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대동여지도는 지금도 김정호의 이름과 함께 문화유산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