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877 ~943)

왕건은 877년, 송악 근처에 있는 예성강 부근에서 호족인 왕융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의 조상들은 일찍이 황해에서 해상무역을 하여, 많은 돈을 모아 그 지방에서 이름난 큰 부자였습니다. 재주와 용모가 뛰어났던 왕건은 다섯 살 때부터 글과 무예를 배웠습니다. 특히 무예 실력이 뛰어났던 왕건은 10살도 안된 어린 나이에 활로 날아가는 새를 쏘아 맞히기도 하였습니다.

19살 때 왕건은 아버지를 따라 궁예의 부하로 들어갔습니다. 당시 진성여왕이 다스리던 신라는 치열한 정권 다툼으로 인해 중앙의 정치는 어지럽고, 지방 곳곳에서는 민란이 일어나는 등 혼란스러웠습니다. 이 시기를 틈타 견훤이 892년에 후백제를 세우고, 궁예는 905년에 후고구려를 세워 한반도는 다시 3국으로 분열되고 말았습니다. 이 때 왕건의 아버지는 자신과 가족들의 안전을 궁예에게 맡겼던 것입니다. 궁예의 부하가 된 왕건은 궁예가 세력을 확장해 나가는 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898년, 한강 이북의 땅을 공격해 후고구려의 승리를 이끌었고, 903년에는 수군으로 전라도 지방 10여 고을을 항복시켰습니다. 906년에는 상주에서 견훤의 군대를 무찌르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정벌한 지방의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에도 힘써 백성들의 신망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로써 궁예의 신임을 얻게 된 그는 913년에 ‘시중’(지금의 국무총리)이라는 최고의 벼슬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나라가 커지자, 왕인 궁예는 차차 교만해지고 사치에 빠져들었습니다. 궁예는 스스로를 미륵불(부처)이라고 칭하고, 황제 옷을 입었으며, 순금으로 만든 왕관을 썼습니다.  궁궐을 크고 호화찬란하게 짓기 위해, 백성들에게 많은 세금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신하들은 물론 자신의 가족까지 가차 없이 죽여 버렸습니다.
  “궁예왕은 미쳐서 왕후와 자식까지 죽였소. 이렇듯 포악한 임금을 이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소. 몰아냅시다!”
  “좋소! 왕 장군을 임금으로 모시고, 이 나라를 새로이 만듭시다.”

918년, 신하들의 추대로 왕건은 궁예의 뒤를 이어 왕이 되었습니다. 왕건은 새로이 도읍을 송악으로 정하고, 나라 이름을 ‘고려’로 고쳤습니다. 이것은 고구려를 잊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고려라는 새로운 나라를 세운 왕건은 국가의 기틀을 바르게 잡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불교를 중시하고, 지방 호족들이 잘 융화하도록 민족융합정책을 썼습니다. 그리고 옛 고구려 땅을 회복하기 위해 북진 정책을 펼쳐 서경(평양)을 개척하고, 여진족을 물리쳤습니다. 935년에는 신라의 경순왕이 왕건에게 항복하고 고려로 귀순하였습니다. 936년에는 항복해 온 후백제의 왕 견훤과 함께 신검이 버티고 있던 후백제를 공격하여, 대승을 거두어 마침내 후삼국을 통일하였습니다. 왕건의 후삼국 통일은 신라의 첫 번째 한반도 통일에 이은 두 번째 일이었으며, 이웃 나라의 힘을 빌리지 않고 통일한 유일한 업적이었습니다.

왕건은 943년 5월, 67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때 그는 유언으로 자신의 자식들에게 ‘훈요 10조’를 남겼습니다. 이것은 후세의 왕들이 나라를 다스리는 데 본보기로 삼도록 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