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375 ~ 413)

우리나라에서 땅이 가장 넓었던 때는 고구려의 제 19대 임금인 광개토대왕 때입니다. 북쪽의 오랑캐를 물리치고 중국의 만주벌판과 요동까지 우리의 땅으로 편입시켜, 동북아시아 최고의 강대국으로 우뚝 섰던 것입니다.     
  
374년, 고국양왕의 아들로 태어난 광개토대왕은 어린 시절 ‘담덕’으로 불렸습니다. 고구려는 한반도에서 산이 많고 기후가 좋지 않은 북쪽 지방에 있었기 때문에 농사짓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고구려인들은 사냥과 말타기를 아주 잘했습니다. 담덕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다섯 살 때부터 말을 탔던 담덕은 대궐 밖 넓은 들판이나 언덕으로 말을 달리면서 몸과 마음을 단련시켰습니다.

담덕은 12살에 태자로 책봉되고, 17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왕위에 올라 고구려의 임금이 되었습니다. 임금이 된 광개토대왕은 연호(왕이 자신이 다스리던 해에 붙이던 칭호)를 ‘영락’이라고 정했습니다. 여기에는 백성이 영원히 즐겁게 살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이 담겨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뜻대로 되기 위해 나라의 질서를 바로잡기 시작했습니다.

 “나라의 근본은 백성이오. 가난한 백성에게 세금을 감하거나 면제하여 굶주리는 백성이 없도록 하시오. 또한 나라의 기풍을 바로잡기위해 미풍양속을 어지럽히는 자들을 중죄로 다스리도록 하시오.”

이렇게 해서 백성들의 삶을 안정시킨 그는 다음으로 용감하고 강한 군대를 기르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당시 고구려는 중국 오랑캐들과 충돌하는 일도 많았고, 백제의 공격도 자주 받는 상태여서, 자칫하면 나라를 빼앗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광개토대왕은 군인들에게 사냥을 장려했습니다. 호랑이, 산돼지 등을 사냥하면서 고구려인들은 날쌔고 용감한 군인으로 탈바꿈하였습니다. 

군인들을 철저히 훈련시킨 광개토대왕은 가장 먼저 백제를 치기로 했습니다.
  “음~, 고구려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선 백제를 꼼짝 못하도록 만들어야 해!”
당시 한반도에서 가장 강대국이었던 백제는 고구려를 자주 침범하였습니다. 광개토대왕의 할아버지인 고국원왕도 백제와의 전투에서 목숨을 잃기도 하였습니다. 광개토대왕은 할아버지의 원수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백제와 전투를 벌였습니다. 결국 이 전투에서 고구려가 승리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고구려는 백제가 차지하고 있던 한강 주변의 기름진 땅을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신라에 침입한 왜구를 힘이 약한 신라군대를 대신하여 격퇴시켜 고구려의 강대한 힘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이 정도면 한반도도 안정되었어. 이젠 저 북쪽으로 가야한다. 우리 고구려 백성들을 잡아다가 마구 노예로 부려먹는 저 오랑캐 놈들을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어!”
어느 정도 한반도를 정리한 광개토대왕은 이제 북쪽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당시 중국은 여러 개의 나라로 나뉘어져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였습니다. 광개토대왕은 이때를 이용해 북위를 몰아내고, 후연으로 쳐들어가 요동․요서 지방을 차지했습니다. 부여와 거란까지도 고구려의 손에 들어왔습니다. 적군 장수들은 그의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었습니다. 광개토대왕이 살아있는 동안에 그 누구도 고구려를 함부로 넘보지 못했습니다. 이렇듯 뛰어난 광개토대왕의 정복사업 결과 고구려는 성 64개와 1400여 곳의 마을을 차지하여 고구려의 영토를 크게 확장시켰습니다. 

이렇듯 고구려를 동북아시아에서 최고의 강대국으로 키웠던 광개토대왕이지만, 아쉽게도  39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광개토대왕의 큰 뜻은 아들인 장수왕이 물려받았습니다. 장수왕은 414년에 아버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광개토대왕릉비’라는 큰 비석을 세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