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반-뱀파이어 학교를 졸업하고 온 마르크스는 오랜만에 영국에 오자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탈룰라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고백했던 편지를 가방에 꼭 넣어뒀다.그런데 갑자기 그레이스에게 고백했던 것이 떠올라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그레이스는 학교에 돌아오면 사귀자고 했는데,학교에 있을 때 탈룰라의 편지가 왔다.그러면 그레이스에게 뭐라고 말해야 하지?그레이스를 찰까?아니야,차면 그레이스에게 상처를 크게 줄 것 같고 그레이스나 나나 이도 저도 아닌게 되버리니까.그럼 탈룰라의 고백을 차?이건 아까 했던 고민보다 더 보잘것없는 것 같다.나는 탈룰라의 고백을 꽤 오랬동안 기다려 왔으니까.

물론 나 마르크스에겐 '꽤 오랫동안'이란 단어가 얼마나 긴데.

탈룰라는 내가 가기 전에 무려 '슈퍼 뱀파이어'에 물려서 요양을 하고 있었다.그러다 얼마전에 우리 시내에 있는 큰 병원에 옮겼다는 말을 들었다.나는 짐을 풀자마자 곧장 거기로 가기로 하였다.

아빠의 차를 타면서 아이팟터치를 하고 있으니까 아빠께선,

"마르크스,그 때 일을 생각하면 아빠는 아직도 사지가 떨려.탈룰라를 보면 아마도 굉장히 무거운 죄책감이 내 온몸을 짓누를 것 같으니,아빠는 병원 로비에서 기다리겠다."

나는 침묵을 지키며 창밖 풍경을 응시했다.물론 나도 죄책감이 짓누를 거란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다.하지만 탈룰라를 평생 모른 척 하는 것이 더 죄책감에 짓눌릴 것 같단 생각이 들어 병원행을 결정했다.

병원 로비엔 얼굴이 꽤 귀엽게 생긴 코디네이터가 계셨다.나는 그 누나에게 물어보았다.

"탈룰라라는 환자가 입원한 병실이 어디죠?"

코디네이터는 나를 찬찬히 스캔하였다.나는 움찔-하였다.

"6층의 604호실이야.올라가면 바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알게 모르게 이상야릇한 표정을 짓는 코디네이터를 뒤로 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604호.

그 앞에서자마자 나와 탈룰라 사이에 있었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내 가슴을 옥죄었다.

똑똑.

병실은 개인 병실이었다.6층은 아마 안정적인 요양이 필요한 환자가 머무는 곳인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들어오세요."

나는 침을 한번 꿀꺽-삼키고선 탈룰라가 있는 병실에 발을 내딛었다.

......................

탈룰라는 나를 보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러나 입은 크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나는 병실을 한번 둘러보고 탈룰라에게 말을 걸었다.

"탈룰라,안녕?"

탈룰라는 내 목소리를 듣고 내게 말을 걸었다.

"아..안녕..마르크스...꽤..오랜만인 것...같네.."

나는 탈룰라와 나 사이에 있었던 공백기를 생각하며 짧게 한숨지었다.

나는 탈룰라 침대 옆에 있던 의자에 털썩-주저앉았다.

"그동안 잘 있었어?"

"으응,잘 있었던 편이지.근데 아직도 그 구질구질한 머리스타일은 뭐니.옷도 후줄근한게.2달 전이랑 변한게 하나도 없잖아!"

탈룰라는 잠시 감격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예전에 그 차가운 표정으로 되돌아왔다.하지만 나는 그 모습에 정다운 감정을 느끼며,탈룰라에게 가방에서 편지를 건넷다.

"..!"

탈룰라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금세 얼굴이 빨개졌다.나는 웃으면서 "나도 이제안 승낙할게.너도 승낙해줘."하고 말했다.탈룰라는 얼굴이 더 빨개졌다.나는 그런 탈룰라를 애정있게 바라보았다.

탈룰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응.."하고 말했다.나는 웃으며 탈룰라를 바라보았다.탈룰라는 내 손을 꼭 잡고 "이제 더 이상 아무데도 가지마."하고 말했다.나는 그런 탈룰라의 손을 꼭 잡았다.나와 탈룰라는 꽤 오랫동안 상대방의 얼굴을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