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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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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물러 누운 어둑어둑한 산, 앞으로 폭이 넓게 흐르는 검은 강물,
산마루로 들판으로 검은 강물 위로 모두 쏟아져 버릴 듯한 파아란 별들,
바야흐로 숨이 고비에 찬, 이슥한 밤중이다.
강가 모래 벌판에 큰 차일을 치고 차일속엔
마을 여인들이 자욱이 앉아 무당의 시나위 가락에 취해 있다.
순간 욱이는 모화의 칼을 왼쪽 귓전에 느끼며 그의 겨드랑이 밑을 돌아 소반 위에 차려 놓은 냉수 그릇을 들어서 모화의 낯에다 그릇째 끼얹었다.
이 서슬에 접시의 불이 기울어져 봉창에 붙었다. ( …) 불길을 덮쳐 끄는 순간,
뒷등허리가 찌르르하여 휙 몸을 돌이키려 할 때 이미 피투성이가 된 그의 몸은 허옇게 이를 악물고 웃음 웃는 모화의 품속에 안겨져 있었다.
 김동리의 '무녀도'에서
근대화를 반성하게 하는 무당굿 그림
"뼈도 살도 없는 혼령"의 움직임 같은 무당의 굿을 그린 그림 한 점을 설명하면서 시작되는 '무녀도'입니다. 무당 모화가 기독교인이 된 아들 욱이에게서 '잡귀'를 내쫓는 의식을 치르다가 모자간에 극한 대결을 벌입니다. 욱이는 이때 입은 상처로 오래 살지 못하고, 모화도 결국은 굿을 하던 중에 물속으로 잠기고 마는 사연이, 단순한 종교적 갈등에 관한 이야기일 수는 없을 테지요. 근대화를 최선의 가치로 삼은 20세기 한국사에 대한 근원적인 반성의 자리를 작가 김동리(1913-1995)가 일찌감치 마련했던 것입니다.[박덕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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